사람의 마음을 모르는 멍청함과 게으름 요즘 뼈저리 후회하는 게 하나 생겼다. 물론 이건 나으 멍청함과 게으름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니 구차니즘이 100%이지 싶다. 사람은 누구나 한 가지 마음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열 가지 마음 혹은 오십 가지 마음, 백 가지 마음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이건 무차별적으로 똑같지 않나 싶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 자세는 설령 그런 한 가지, 열 가지, 오십 가지, 백 가지 마음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했더라도 내가 정확하게 이해해야 하는 건 무슨 마음으로 이야기를 했건 상대편 입에서 나온 그 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무슨 마음으로 그 이야기를 했건 더 물어보는 것도 귀찮고 결국 이야기를 꺼내놓은 사람이 그 이야기를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살았다. 이건 나 자신한테도 굉장히 엄격하게.. 더보기 강철비 2, 진부한 물음을 진부하게 영화화 하기 진부한 물음을 진부하게 영화화 하기. 에 대한 내 느낌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이렇게 표현했다고 영화가 재미없거나 실패했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평한 문장에 대해 스포일러 없이 설명을 좀 하자면, 먼저 ‘진부한 물음’이라는 표현은 ‘북과 남의 통일’을 다루었기에 진부한 물음이라는 것이다. 영화 제일 마지막에 정우성이 분한 한국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던지는 진부한 물음이지만 반드시 현세대가 대답해야 할 물음이다. 이제 역사 무대의 뒷켠으로 물러날 세대들 중에서도 이 진부한 물음에 답이 갈리겠지만, 지금 10대와 20대의 대답은 어떨지 자뭇 궁금하다. 두 번째, ‘진부하게 영화화 하기’는 서사 구조가 똑같기에 진부하게 영화화 했다는 뜻이다. 절체절명의 순간.. 더보기 달러는 곤두박질 치고 금값은 지붕 뚫고 7월28일 오늘자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 1면 기사를 보니 달러화 하락과 금값 상승에 대해 보도한 것이다. 다 번역하자니 실력이 안 되서 앞 두 문단만 번역해 봤다. “달러 가치가 어제 2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반면 미국의 코로나바이러스 보건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경제 회복에 대한 깊은 불안감 속에 금값은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통화는 거의 9년만에 최악의 한 달 동안 궤도에 올려놓은 다른 통화 바스켓 대비 거의 1% 가까이 하락했다. 이는 지난 3월 급격한 시장 붕괴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한 것이다. 한편 금값은 2% 이상 상승한 트로이온스당 명목상 1,945달러를 기록했다.” 저기서 먼저 통화 바스켓이라는 말을 조금 설명하자면, 국제 무역을 할 때 거래 기준이 되는 통화들이 있는데,.. 더보기 그렇게 쓰레기로 만들어야 하나 순전히 저자와 제목 때문에 구입하는 책들이 더러 있다. 그런 작가 중에 한 명이 작고한 영국 사회학자 ‘Zygmunt Bauman’(지그문트 바우만)이고, 그런 책들 중에 한 권이 『쓰레기가 되는 삶들』(Wasted Lives)이었다. 별로 어렵지도 않고 혹자들의 비난처럼 대단한 이론서는 아닌 것 같고, 현대 사회의 현상들을 쭈욱 나열한 것으로도 보이는 책이다. 이런 평가야 개인에게 달려 있는 것이니 딱히 신경 쓸 일은 아닌 것 같다. 자신에게 재미있고 의미가 있으면 그걸로 족한 것으로 보인다. 나는 쏠쏠하게 재미지게 읽었다. 하여간 이 책 1-3장은 물리적인 쓰레기들만이 아니라 ‘잉여’에 대해 다루고 있다. 노동력, 인구, 난민과 같은 현대사회가 만들어내는 ‘쓰레기’들이다. 솔직히 이 부분에서도 난 많.. 더보기 Like a Habit 더보기 백 년 동안의 고독 혹은 억지로 살아야 하는 백 년 어제 관람했던 Charlize Theron(샤를리즈 테론) 언냐 주연의 「The Old Guard」는 장르로 치자면 ‘Fantasy Action’물이지 않을까 싶다. 현재 세상에 실존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존재들을 다루었으니 판타지이고 주된 것이 총격전과 육탄전이니 ‘액션’으로 보인다. 내 생각은 이런 데 누가 아니라고 하면 아니다. 어쨌든 고대 시대부터 죽지도 않는 인물들이 탄생했다. 일반인 같았으면 그냥 사망했을 상황에서도 부상당한 신체가 회복되어 몇 백년을 이어 살아가는 ‘전사’(Guard)들이 태어난 것이다. 이 전사들 4명이 어떤 사건들을 해결하는 것이 이 영화의 주된 줄거리이다. 더 이상의 줄거리가 없고 이게 다다. 근데 제일 마지막 장면에서 큰 울림이라고 해야 하나 뭐 그런 것이 느껴졌다... 더보기 연기와 공 불교용어 중에 ‘아함(阿含)’이란 말이 있다. 산스크리트어와 팔리어의 음사어(音寫語)이다. 즉 산스크리트어나 팔리어의 발음을 한자로 옮긴 것인데 한자어 자체는 뜻이 없다. ‘아함(阿含)’은 아가마(āgama)의 음사어인데, ‘전승된 가르침과 그 모음’이라는 뜻이다. 아함모(阿含暮), 아급마(阿笈摩)라고도 한다. 부처님이 열반에 드신 후, 부처님이 남기신 가르침과 또한 그 제자들의 해석은 당시의 중기 인도어로 암송되어 구전되었다. 이렇게 전승되어 오다가, 마치 신약성서의 복음서처럼, 내용이 정비되어 넷 또는 다섯 부분으로 된 아함경으로 집대성된다. 그러는 가운데 불교 또한 분열하여 부파불교 시대를 맞이한다. 이때 각 부파마다 아함경을 형편에 맞게 전하게 된다. 그 때문에 현재 전해지는 아함경은 전승한 부파.. 더보기 래리 킹도 그렇게는 안 했다 그 유명한 CNN 방송의 인터뷰 쇼(?)인 “Larry King Live”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사회자인 래리 킹이 정말 오만 잡다한 사람 다 불러다가 인터뷰를 진행하던 프로그램이다. 또한 소위 난다긴다 하는 사람들은 죄다 인터뷰한 전설적인 인터뷰어이자 프로그램이다. 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영국의 마가렛 대처와 토니 블레어 등 세계 각국의 정상들도 만났다. 여기에 말론 브란도, 프랭크 시나트라, 오드리 헵번, 엘리자베스 테일러, 폴 매카트니 등 세계적인 연예인들도 인터뷰했다. 버락 오바마나 힐러리 클린턴 등 수많은 미국 대통령을 노리던 대선주자들도 의례 출연해야 하는 프로그램의 위상이었다. 속된 말로 고졸 출신의 진행자인 래리 킹에게 그 수많은 사람들이 정말 벌벌 기었다... 더보기 “옹졸하게 반항”할 수밖에 없는 우리네 인생 소위, 첫회부터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다는 드라마를 보려고 틀어놓았다. 하지만 5분도 안 되어서 그냥 종료했다.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마음이 아파서 더 이상 볼 수가 없었다. 권력의 부패와 폭정에 신음하는 민중들의 역사적 모습을 보면서 더 이상 보기 힘들었다. 끄고 나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국사 과목을 왜 그렇게 싫어했는지 그제서야 새삼 또 깨닫게 되었다. 중고등학교 시절이라기 보다는 더 커서 확인했던 근현대 국사가 난 참 아팠다. 그렇게 생각에 꼬리를 물고 김수영 시인의 “풀”이라는 시가 떠올랐다. 그런데 포스팅은 “어느 날 고궁(古宮)을 나오면서”라는 시를 올리고 싶어졌다. 김수영 시인의 “풀”만큼 사회·정치사적으로 민중을 적나라 하게 표현한 시도 없는데 말이다. 하지만 거대한 서사가 아니라 우리네 삶.. 더보기 이제 다시 하버마스를 사회비판이론은 사회의 병리적인 현상을 폭로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걸음 더 나아가 그것에 대한 극복 방안, 즉 사회가 사회의 병리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규범을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규범적 비판의 정신은 막스 호르크하이머(Max Horkheimer)에서부터 악셀 호네트(Axel Honneth)에 이르기까지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비판이론에서 찾아볼 수 있다.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비판이론은 사회의 병리를 폭로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규범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규범적인 계기를 갖기에 말이다. 결국 사회비판이론은 사회의 병리를 인식함에 있어서, 그러한 병리를 경험적으로 해명한다는 점에서 경험적 성격을 가져야 한다. 동시에 사회의 병리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적인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는 .. 더보기 장애 여성에 대한 장애 여성에 의한 역사 “여성들은 역사의 주체였으면서도 기록되지 못하거나 왜곡된 방식으로 해석되었으며, 그 때문에 역사 속에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따라서 역사는 모두에게 인정받는 공통된 하나의 역사로서 존재하지 않는다. 기록되고 해석된 과거이자 사실상 남성에 대한 남성에 의한 기록인 대문자 역사(History)와, 인류에 의해 수집된 과거의 모든 사건이자 다시 해석되어야 하는 소문자 역사(history)가 존재하며, 여성의 역사는 소문자 역사로부터 재발견되고 재구성되어야 한다.” - 거다 러너, , 강세영 옮김(서울: 당대, 2004) 이제는 거의 기초적인 이야기가 되었지만 여전히 여성에 대한 여성에 의한 역사가 쓰여지고 있을까 하는 물음이 떠오른다. 더불어 장애 여성에 대한 장애 여성에 의한 역사는 쓰여질 수 있을까 하는 .. 더보기 네이버의 양아치 짓거리 네이놈에서 새로운 앱이 나왔고 평이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한번 사용해 볼까 하고 설치하고 접근 권한을 부여하려는 순간 이런 문구가 보여 깊은 빡침을 느꼈다. 네이놈, 이 개양아치 같은 생퀴들!!! 더보기 여저히 이해하지 못한 두 학자, 가다머와 데리다 학부 시절 내 머리를 온통 꽉 채웠던 네 명의 학자가 있었는데 ‘푸코’, ‘가다머’, ‘하버마스’, ‘데리다’였다. 욕을 바가지로 먹을 이야기이지만 푸코와 하버마스는 대충 뭐라도 잡히는 것 같았는데, 가다머와 데리다는 정말 뭔 말을 하는지 몰랐다. 뭐 지금도 나아진 건 없다. 어쩌면 그래서 푸코와 하버마스에 더 매달렸던 것 같다. 다 이해는 못해도 손에 잡히는 건 있는 것 같은 착각은 들었으니 말이다. 정말 착각이었다. 푸코를 이해하기 위해선 맑스 할배와 니체를 기본으로 깔고 시작하는데 이게 되겠나. 하버마스는 또 어떤가. 맑스, 프로이트, 거기다 하버마스의 명성을 알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책이자 박사학위 논문에서 2/3 가량을 욕으로 가득 채웠던 막스 베버를 모르면 이해도 안 되는 이야기다. 그런.. 더보기 구글드라이브파일스트림의 장점 구글에서 작년인가 재작년에 내놓은 서비스가 있는데 Google Drive File Stream이다. 아래 사진에도 첨부했지만, 예전 구글 드라이브는 내 컴퓨터와 구글 드라이브를 서로 sync시켜서 일정한 크기만큼 용량을 차지하는 체계였다. 내 컴퓨터에 100MB 크기의 파일을 싱크시키면 구글 드라이브에도 100MB의 용량을 차지했다는 말이다. 그런데 새로 시작한 구글 드라이브 파일 스트림은 내 컴퓨터의 용량을 차지 않는다. 일단 구글 드라이브 어디에 올려놓고 다른 폴더로 잠시 이동했다가 컴퓨터에서 그 파일을 지우면 내 컴퓨터의 용량은 줄어들고 구글 드라이브의 용량만 늘어난다. 그리고 다시 싱크 폴더로 이동시키면 그 파일을 내 컴퓨터에 용량을 차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 굳이 다운 받아서 작업하지 않아도 .. 더보기 일제 시대 고려공산당의 분열에 관한 논쟁점들 조선말 독립운동사에 있어 내가 관심 있어 하는 부분은 "고려공산당"의 분립이다. 깊이 들여다 본 것은 아니고 다만 수박 겉핥기 식으로 논쟁점 정도만 알고 있다. 상해파 고려공산당과 이르쿠츠크파 고려공산당의 대립이다. 지금까지 논쟁되고 있는 것은 왜 한국 사회주의자들은 운동 발생의 초기부터 상해파와 이르쿠츠크파로 분열했는가? 분열을 지속시킨 원인은 무엇인가? 이 문제들을 둘러싸고 대략 3가지 견해가 논의되고 있다. 첫째 고려공산당 이르쿠츠크파는 러시아에 귀화한 이념적인 마르크스주의자들이고, 상해파는 한국의 독립을 획득하기 위해 소련의 도움을 얻고자 했던 민족주의자들이라고 해석하는 견해가 있다. 이에 따르면 상해파 구성원들은 방편적인 사회주의자이며, 실제로는 민족주의자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흔히 쓰는 말대로.. 더보기 조선의 독립을 돕고 알렸던 캐나다 사람들 나를 예뻐라 해주시는 Catherine Christie, 한국 이름으로는 고애린 캐나다 선교사님과 그 후임으로 한국에 오신 John Egger, 한국이름 기요한 선교사님을 이색적인 전시회에서 만났다. 고애린 선교사님이 한국 방문을 앞두고 미리 연락하시며 약속장소를 전시회장으로 잡은 까닭이었다. 난 이런 전시회가 있는지도 몰랐다, ㅋㅋㅋ 이 전시회 소개를 잠시하자면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한국의 독립운동과 캐나다인”이라는 주제로 조선독립을 돕고 알렸던 캐나다인들을 소개하는 전시회이다. 서울시청 지하1층 시티갤러리에서 열리고 있었다. 그리고 정말 내가 국사에 무식한 인간이라는 깨닫게 된 것이 그 유명한 의병사진을 촬영한 사람이 캐나다 출신의 영국기자 프랭크 맥켄지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속으로 얼.. 더보기 여성인권에 관해 생각하게 했던 두 영화, “대한민국 헌법 제1조”와 “피고인” 아마 이 영화를 관람했던 게 2003년 하반이지 싶다. 영화의 극장 개봉이 끝나고 동네 비디오 대여점으로 들어온 시점에서 봤던 것 같다. 근데 이 기억이 정확하지 않은 게 2003년도 중반까지만 해도 오른쪽 고관절 수술로 꼼짝없이 집에서 누워 지냈기 때문이다. 어쨌든 처음에는 코미디 영화인줄 봤다가 참 큰 깨달음을 준 영화가 되었다. 대충 줄거리는 이랬던 것 같다. 성매매 여성 중 하나가 봉사활동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집단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 성폭행을 당한 여성이 성매매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건을 수사조차 하지 않았다. 성폭행 당한 여성의 동료 여성들은 분개하고 있었다. 급기야 이런저런 이유로 보궐 상태인 지역구에 성폭행을 당한 성매매 여성의 친구인 또 다른 성매매 여성 .. 더보기 프레임과 패러다임 전환의 고통 한국사회에 꼴통들의 일상적인 Frame은 종북이었다. 그런데 지난 대선과 능동적이고 공격적인 대북관계 개선에 힘입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종북 프레임이 거의 기능을 상실했다. 프레임이라는 건 사물이나 일상을 해석하고 대하는 사고 틀이다. 어떤 한 프레임이 주류일 때 다른 프레임은 설자리가 없다. 다른 프레임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그 프레임이 틀렸다라는 인식이 자리잡아야 새로운 프레임의 탄생이 가능하다. 이제 종북 프레임이 사라진 자리에 평화 프레임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아주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프레임의 교체는 Paradigm Shift와 유사하다. 그간 정상과학이 문제를 해결하던 상황에서 하나둘 해결되지 않는 문제점들이 등장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전 정상과학과는 다른 해.. 더보기 드라마 ‘왕이 된 남자’, 연기의 신들이 등장한다 이번 설명절에 부산 동생네 내려가서 뒹굴뒹굴 하다가 텔레비전에서 1~5회를 몰아서 보여주길래 우연히 시청하게 된 드라마 . 정말 이리저리 채널 돌리다가 보게 되었다. 2012년에 개봉된 영화 를 리메이크 해서 드라마로 내놓은 작품이다. 다른 건 모르겠고, 주인공인 여진구와 김상경, 연기 정말 잘 한다. 드라마 역사에 한 획을 긋지 싶다. 역사 고증이야 구멍이 숭숭하지만, 이런 픽션에 가까운 드라마에게 그거까지 바라지는 않는다, 극적 재미와 출연진들의 연기는 정말 발군이다. 서울 올라와서 틈틈이 지금까지 나온 9화까지 다 시청했다. 잘 만들었다. 더보기 오래 곁에 있었던 친구 같은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떠오르지 않는 걸 보니 정말 오래된 옷인 것 같다. 최소 15년은 넘었지 싶다. 늦가을부터 겨울에만 입는 옷이었다. 동생이 아래위 한벌로 사준 옷이다. 윗옷은 그렇게 많이 입지 않아 아직 멀쩡한데 아랫바지만 정말 너덜너덜 하다. 너무 편하고 정이 든 바지라 버릴 생각도 못했고 이 바지를 대체할만큼 편한 바지를 찾지 못해 꾸역꾸역 입었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오늘 버리기로 했다. 사실 후배들이 입으라고 바지도 사줬는데 고무줄과 후크 단추가 섞인 바지라 내 몸에는 안 맞다. 소아마비 때문에 왼쪽 배에 근육을 들어내서 다리에 이식하는 대수술 덕분에 고무줄로 된 바지가 아니면 입기 힘들다. 사실 바지를 입을 때 제일 고역이다. 그러다 바지를 버릴 작정을 하고 시장통을 돌아다니니 정말 .. 더보기 소진되기 일보직전인가 보다 나 스스로가 뭔가 하고 싶어서 실행에 옮긴 건 공부하기 위해 뛰어다녔던 거 외에는 없다. 2002년 중반 즈음부터 준비하기 시작해 독일 유학을 위해 어학원 비용까지 보내놓고 난데없이 찾아온 오른쪽 고관절 통증으로 수술로 인해 엎어진 이후로 뭘 스스로 하겠다는 마음을 먹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중간중간은 “남이 네게 띠 띠우고 원하지 아니하는 곳으로 데려가리라”는 성서의 말씀처럼 누가 하자고 하면 따라 나섰다. 그런데 하자고 했던 사람은 중간에 힘들어서 뒤쳐지고 나만 홀로 남아 있는 일이 서너번 되고 나니 그것도 못할 짓이었다. 물론 함께 하자고 했던 사람들이 내몫의 일정 부분까지 같이 해야 하니 당연했을 것이다. 어쩌면 내 모자람 탓으로 돌려도 되는 문제다. 어쨌든 그렇게 서너번의 일들을 겪.. 더보기 종교 브로커 없는 세상이 천국 역사적 예수 연구에 있어 우리 시대 최고의 거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천조국 로마가톨릭 신학자 존 도미닉 크로산. 그의 대표작이기도 한, . 이 책 내용은 정말 발군이다. 하지만 난 이 책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앞서 언급했지만 내용이 별로여서가 아니라 논의하는 방식이나 언어 자체가 와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이 번역되자마자 읽었을 때의 황당함과 황망함은 아직도 기억이 선하다. 어쨌든 역사적 예수 연구 분야에서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책은 바로 이 책과 게르트 타이센이라는 독일 학자가 저술한 라는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타이센의 책을 좋아했다. 대학원에서도 스승님이 개설하신 세미나에서 한 학기 타이센의 책으로 공부하면서 정말 질리도록 읽었다. 근데 내가 크로산의 책에서 정말 죽을 때까지 못 잊을.. 더보기 국어사전 좀 잘 만들어라 또 돈 안 되는 일 좀 해봤다. 사전이라는 것이 단어에 대한 의미를 알려주는 책이다. 모르는 사람이 이해되도록 설명하는 친절함이 기본이다. 예를 들어, “사과”라는 단어에 대한 뜻을 몰라 사전을 찾았다고 가정하자. 사전에는 이 사과 그 자체에 대한 묘사나 모양 등을 설명하는 게 사전 본래 기능에 충실한 것이다. 사진 등이 들어가는 것도 좋고 말이다. 다른 분들이 볼 때 사전 캡쳐한 사진 순서가 어떻게 보일지 몰라서 첨언해 두면 큰 사과 모양 사진이 있는 것이 Cambridge, 글만 잔뜩 있는 것이 Collins Cobuild, 여러 개의 사과 그림이 있는 것이 Oxford, 그리고 네모 상자 안에 설명이 있는 게 Merriam-Webster 사전이다. 문제는 국어 사전이다. 하나는 국립국어원 사전이고,.. 더보기 나체가 아니라 니체다 니체가 남겨 놓은 미출간 유고들과 니체 생전에 이미 출판된 책들까지 모두 학문적으로 철처하게 고증한 독일어 니체 전집을 한국의 니체 전공자들이 총출동해 거의 15년 전에 우리말로 번역해 출판했다. 한꺼번에 구입하기에는 책값이 무지막지 해서 한 권씩 구입해 읽는다. 우리말 니체 전집은 모두 21권이다. 지난 3달 전부터는 이른바 라고 알려진 유고집 3권을 읽기로 작정하고 전집의 순서로 19번 책을 구입했다. 또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는 사실 니체의 생각과는 전혀 상관없이 그의 여동생과 매제가 엉뚱하게 편집해 출판한 책이다. 그래서 독일 고증판 니체 전집은 라는 단행본 형태를 없애고 연도별 유고 형태로 출판했고 우리말 니체 전집도 이를 이어 유고 형태로 19-21번에 배치해 책을 출판했다. 니체 학계에서는 .. 더보기 이해와 설득 자꾸 나이 이야기 하면 어른들 앞에서 욕 먹을 일이지만, 그래도 나이도 먹을만큼 먹고 보니 인생사 사람 관계는 "이해와 설득" 딱 이 두 가지로 정리되는 것 같다. 상대방이 이해가 안 된다고 하면 왜 이해가 안 되는지, 그리고 내가 뭘 잘못한 건 없는지 살피고 이래저래 상대방이나 나나 이해될 때까지 머리 맞대고 이야기 하는 것이 최고다. 그리고 내가 잘못 생각하거나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았으면 상대방을 설득하면 될 일이다. 단, 이 모든 것의 전제는 서로가 같은 것을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데 이해와 설득은 얼토당토 안한 일이다.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면 이해와 설득은 접어야 하고 서로 다른 길을 가는 것이 서로에게 가장 좋은 길이다. 그래서 독일어의 이해를 .. 더보기 올 겨울 가장 잘한 일 왼쪽 다리는 그럭저럭 견딜만한데 오른쪽 다리는 소아마비가 심해 거의 힘을 못 쓴다. 그러니 유난히 추위에 약하다. 바깥에 있다가 들어오면 완전히 얼음이다. 이거 어케 해야 되나 별의별 생각을 다하다가 갑자기 문득 번개맞은 모냥으로 아이디어가 떠오른게 핫팩을 발등과 발바닥에 샌드위치처럼 붙이고 양말을 하나 더 신어야겠다는 생각이 든 거다. 그렇게 해 보니, 오, 이건 신세계다. 반나절 정도는 너끈히 견디고 따뜻하다. 올 겨울 내가 가장 잘 한 일 중에 하나다. 역시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가 맞다. 아, 도대체 내 머리는 언제, 어따 쓰나 싶었는데 돌아가는 걸 보고 뿌듯함이 몰려온다, 뎅장. ㅋㅋㅋㅋㅋ 더보기 디트리히 본회퍼의 시, “선한 힘들에 관하여”(Von guten Mächten) 대학에 입학하고 2학년 떄이지 싶은데, 현대신학에 관한 책을 한 권 읽다가 그곳에서 처음으로 알게 된 학자가 ‘Dietrich Bonhoeffer’(디트리히 본회퍼)였다. 그 이후로 내 공부의 모든 기준은 본회퍼가 되었다. 누군가를 책을 통해 알게 되고 사랑하고 존경하게 된다는 것을 난생 처음 경험했었다. 그의 사상과 삶에 곧잘 눈물을 흘리곤 했었다. 특히 그의 “옥중서간” 속에서 사람의 몸이 묶여 있을 수는 있지만 생각은 무한히 자유로울 수 있음을 보게 되었다. 자유로운 몸을 가진 사상가들보다 웅대하고 깊은 그의 사상은 마치 누군가의 아우라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하루하루 다가오는 죽음 앞에 연약해지는 그의 모습이 안타까웠지만 거기에 머물지 않고 나아가는 본회퍼의 모습은 나에게 하나의 표상이 되었.. 더보기 종교의 생명은 자본주의 비판에 있다 Reinhard Marx, 독일의 추기경이신데, 어느 카더라 통신에 의하면 Karl Marx 집안 분이라고도 하던데, 그것까지는 확실하게 확인하질 못했다. 어쩄든 현 프란치스코 교종의 개혁에 큰 힘이 되고 있는 분이고 실제로 교종께서 추기경에 임명하신 분이다. 굉장히 개혁적 성향이고, 특히 동성혼 문제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입장이라 그런 발언도 많이 해서 아주 난리가 났었다. 이러니 좀 보수적인 로마 가톨릭 인사들에게는 눈에 가시같은 존재라고 한다. 그런 인물들 중 카자흐스탄 카라간다의 은퇴한 Jan Paul Lenga 대주교가 라인하르트 마르크스 추기경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There was Marx, Karl Marx. And if present Marx says similar things.. 더보기 쉽게 쓰여진 소설 이건 순전히 내가 소설 쓰는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동생 만나서 밥 잘 묵고 돌아오는 귀가 길이었다. 승객들이 많아서 한 차 보내고 그 다음 차를 탔는데도 승객들이 많아서 아마 내 전동휠체어 공간 때문에 뒷 승객들이 제법 승차하지 못했을 것 같았다. 미안한 마음에 머리 쿡 박고 있었는데 정수리가 뜨겁다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들어보니 맞은편에서 왜 초로의 아자씨가 나를 째려 보고 있었다. 여기서부터가 내 소설인데 속된 말로 "너 같은 게 왜 탔냐!" 이런 눈빛이었다. 한 두 번은 설마 하는 생각으로 고개를 다른 데로 돌렸다가 다시 봤는데도 그러고 있길래, "이게 뒤질라고 환장했나?!" 하는 눈빛으로 눈도 한 번 안 깜빡거리고 같이 째려봐줬다. 그랬더니 슬금슬금 눈을 내려깔길레 나도 고개를 쑥였다가 다시 .. 더보기 내가 ‘아이히만’이다 기사를 읽다가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살의를 느낀다. 그냥 단순히 욕 몇 마디가 아니라 “저거 어떻게 죽일 방법이 없나?!” 하는 생각이 든다는 말이다. 어떨 때는 심장이 벌렁거리기도 한다. SNS를 사용하는 분들이 그런 기사를 공유하거나 그런 기사에 대해 멘트를 하는 건 정보의 차원이라기보다는 공분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으로 본다. 당연히 그래야 하고. 그래서 뭔가를 바꾸자는 공론장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유망국당 버러지 새끼들이 그러는 건 저것들이니까 하는 약간 나이브 한 생각이 들지만, 이런 버러지들 외에 기사들은 살의를 넘어 절망이 느껴진다. 그 기사의 등장인물들이 뭐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사에 등장하지 않을 뿐 기사 소재로 사용된 사람들의 생각들은 내 주위에도 지천으로 .. 더보기 이전 1 2 3 4 ··· 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