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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서 손으로

래리 킹도 그렇게는 안 했다

그 유명한 CNN 방송의 인터뷰 쇼(?)인 “Larry King Live”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사회자인 래리 킹이 정말 오만 잡다한 사람 다 불러다가 인터뷰를 진행하던 프로그램이다. 또한 소위 난다긴다 하는 사람들은 죄다 인터뷰한 전설적인 인터뷰어이자 프로그램이다.

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영국의 마가렛 대처와 토니 블레어 등 세계 각국의 정상들도 만났다. 여기에 말론 브란도, 프랭크 시나트라, 오드리 헵번, 엘리자베스 테일러, 폴 매카트니 등 세계적인 연예인들도 인터뷰했다. 버락 오바마나 힐러리 클린턴 등 수많은 미국 대통령을 노리던 대선주자들도 의례 출연해야 하는 프로그램의 위상이었다.

속된 말로 고졸 출신의 진행자인 래리 킹에게 그 수많은 사람들이 정말 벌벌 기었다. 여기에 출연하는 인사들마다 그의 날카로운 질문을 비켜갈 순 없었다. 한 번씩 보면, 우와, 저런 질문을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지, 하는 장면들이 참 많았다.

하지만 래리 킹을 볼 때마다 느꼈던 건 정말 싸가지와 예의 사이의 줄타기가 절묘했다는 것이다. 속된 말로, 뭐 저런 싸가지 없는 질문을 다 해, 하는 이야기를 들을만큼 질문이 송곳 같거나 뭔가를 들춰내는 이야기를 해도, 저거 싸가지 없네, 하는 느낌은 한 번도 받은적이 없었다. 그만큼 노련하고 대화의 기술이 대단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 래리 킹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남 다르다. 기본적으로 존중이 깔려 있다. 어쩌면, 아무리 천조국이라고 해도 학벌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는 사고방식은 남조선 보다야 훨씬 자유롭지만, 고졸이라는 그의 평범하기 그지없는 상황이 아마도 이런 존중을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래리 킹의 트레이드마크인 송곳같고 공격적인 질문이 다가 아니다. 때로는 그냥 아무 것도 안 하고 듣기만 할 때도 있다. 그렇게 듣고 나서는 전매특허인 날카로운 질문을 퍼붓는다.

오죽하면 “대화의 신”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니것나. 어쨌든 래리 킹이라고 처음부터 그랬겠나. 그렇게 좌충우돌 오랜 세월 노하우를 쌓았기에 그를 그 자리에까지 이끌어갔던 게다.

지 아무리 학벌이 우주까지 날아오르고 똑똑하기가 아인슈타인에 맞먹는다고 해도 싸가지 있고 없고는 구별할 줄 알고 날카로운 질문과 말도 안 되는 질문은 가릴 줄 알아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