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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Lois Tyson, Critical Theory Today: A User-Friendly Guide 겁나게 길어서 몇 문장 될 것 같지만, 딱 한 문장이다. 저자 Lois Tyson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제대로 이해해 보려고 번역해 보았다. 매끄럽게 번역한다고 용을 써 보니 생각만큼 매끄럽게 되지 않는다.원문의 한 문장을 번역해 보니 우리말로는 세 문장으로 나눠서 번역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이걸 한다고 두 시간 정도 끙끙거리고 앉아 있었다. 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론 공부 계속하는 것이 일단 중요하다는 것만은 알아 묵것다. 뎅장. ㅋㅋㅋ “우리가 계속해서 수많은 이론들을 공부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론 공부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전체 그림을 조망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단순히 다양한 관점들이 중요한다는 점을 우리 스스로에게 상기시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 경험을 근거 짓는 이해.. 더보기
에릭 홉스봄,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마르크스와 마르크스주의에 관한 이야기들』 “지식인들에 관한 내 연구는 방대한 계획이다. … 나는 지식인의 기념을 주로 위대한 지식인들을 지칭하는 단어의 현재적 의미를 넘어서 크게 확장했다. 이 연구는 또한 나를 국가의 일정한 결정성으로 이끌었다. 보통 구가는 정치사회(즉, 어느 시대건 인민대중을 지배적 생산과 경제 유형에 순응하도록 만드는 강제기구의 독재)로서 이해되며, 정치사회와 시민사회(즉 교회, 노동조합, 학교 등과 같은 소위 사적인 조직들을 통해서 국가 전체에 걸쳐 행상되는 사회집단의 헤게모니) 사의 균형으로 이해되지는 않는다. 시민사회는 바로 지식인들이 행동하는 특별한 영역이다.”그람시의 이 언급을 Erich Hobsbawm(에릭 홉스봄)은 이렇게 해석한다. “강제적이고 헤게모니적인 제도들 사이의 균형으로서의 국가 개념은 그 자체로는 .. 더보기
미셸 슈나이더,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 Michel Schneider라는 프랑스의 한 작가가 피아니스트 Glenn Gould에 관한 전기 소설을 썼다. 이 책으로 Prix Femina Vacaresco를 받았다. 이 상은 매해 출판된 가장 우수한 문학 작품에 수여하는 문학상이고 심사위원은 모두 여성 작가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어쨌든 미셸 슈나이더가 글렌 굴드에 대해 쓴 전기의 제목은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Glenn Gould, Piano Solo, 이창실 옮김 [서울: 동문선, 2002])이다. 전기라면 전기문이지만 생애의 사건적인 것들은 거의 언급되지 않고, 다만 ‘예술가의 경우 작품의 총목록이 곧 그 삶의 전기일 뿐’이라는 입장에서 얘기하는 전기이다. 굴드의 연주들, 연주회들을 중심으로 ‘굴드와 음악’을 깊고 섬세하게 해부한 글이.. 더보기
자화상(自畵像) 윤동주와 서정주, 이렇게 두 시인의 사진을 나란히 놓는 것만으로도 기분 나빠하실 분들도 계시리라. 조국의 암울함을 자신의 고통으로 노래하며 지식인의 고뇌를 보여준 윤동주 시인. 정권이 바뀔 때마다 권력의 노예가 되어 자신의 안위를 위해 살아간 친일매국노 서정주 시인. 그렇게 극과 극을 달리는 두 시인이 동일한 제목의 시를 쓰셨다. 자화상(自畵像). 이 두 시인에 대해 모르더라도, 시인의 이름을 지우고 시를 읽으면 시인이 어떤 사람이었을까를 쉽게 상상이 갈만큼 뚜렷한 자신들의 모습이 시 속에 들어있다. 어린 시절부터 두 시인 모두 참 좋아했었다. 하지만 나이가 조금 들어 서정주 시인에 대한 삶을 조금 알게 되면서 가지고 있던 시집 모두를 버렸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좋아했던 시인의 삶이 그랬다는 것에서 오.. 더보기
베를린 천사의 시, 유한한 존재로 살아간다는 의미 Sarah McLachlan의 “Angel”이라는 노래가 처음 나왔을 때는 1997년일게다. 그러다가 그 당시 잘 나가고 있던 니콜라스 케이지와 맥 라이언이 주연한 “City of Angel”이라는 영화에 OST로 등장하면서 더 유명세를 탔을 게다. 아마 나도 그 즈음에 이 노래를 들었을게다. 처음 이 노래를 부른, 그 당시로는 이름도 모르고 들었기에, 여자 가수의 목소리와 멜로디에 푹 빠져 허우적 허우적 했었다. 정말 신비스럽게 느껴졌던 목소리였다. 결국 이 목소리의 주인공이 “사라 맥라클란”임을 알게 되었고 팬이 되었다. 그러다가 노래를 먼저 알게 된 영화를 보았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서는 이 영화가 다른 원작의 영화를 리메이크 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원작이 되었던 영화는 독일(그 당시는 서독.. 더보기
정호승 - 외나무다리 외나무다리 - 정호승 둥근 달이 떠 있다짐을 내려놓아라푸른 별이 떠 있다길을 건너라그대와 나의 깊은 계곡팽나무로 만든 이나무다리 위를반가사유상이 괴었던 손을 내리고조심조심 걸어서 간다짐을 내려놓아라무겁지 않으냐눈물을 내려 놓아라마르지 않았느냐 더보기
박성우 - 봄소풍 봄소풍 - 박성우 봄비가 그쳤구요햇발이 발목 젖지 않게살금살금 벚꽃길을 거니는 아침입니다더러는 꽃잎 베어문 햇살이나무늘보마냥 가지에 발가락을 감고 있구요아슬아슬하게허벅지 드러낸 버드나무가푸릇푸릇한 생머리를 바람에 말리고 있습니다손거울로 힐끗힐끗버드나무 엉덩이 훔쳐보는 저수지.나도 합세해 집적거리는데얄미웠을까요, 얋미웠겠지요힘껏 돌팔매질하는 그녀. 손끝을 따라 봄이 튑니다 힘껫 돌팔매질하는 그녀신나서 풀짝거릴 때마다입가에서 배추흰나비떼 날아오릅니다나는 나를 잠시 버리기로 합니다 더보기
박남준 - 봄날은 갔네 봄날은 갔네 - 박남준 봄비는 오고 지랄이야꽃은 또 피고 지랄이야이 환한 봄날이 못 견디겠다고환장하겠다고아내에게 아이들에게도 버림받고 홀로 사는한 사내가 햇살 속에 주저앉아 중얼거린다십리벚길이라던가 지리산 화개골짜기 쌍계사 가는 길벚꽃이 피어 꽃 사태다앞서거니 뒤서거니 피어난 꽃들 먼저 왔으니 먼저 가는 가이승을 건넌 꽃들이 바람에 나풀 날린다꽃길을 걸으며 웅얼거려본다뭐야 꽃비는 오고 지랄리야 꽃대궐이라더니사람들과 뽕짝거리며 출렁이는 관광버스와쩔그럭 짤그락 엿장수와 추억의 뻥튀기와 뻔데기와동동주와 실연처럼 쓰디쓴단숨에 병나발의 빈 소주병과우리나라 사람들 참 부지런하기도하다그래그래 저렇게 꽃구경을 하겠다고간밤을 설랬을 것이다새벽차는 달렸을 것이다 연둣빛 왕버드나무 머리 감는 섬진강가 잔물결마저 눈부시구나언.. 더보기
서효인 - 인문대 소강당 인문대 소강당 - 서효인 단상에는 오랜만에 햇빛을 밟은 칸트 선생이 험악한 인상으로 청중을 내려다보고 있다. 있다, 라는 말을 함부로 쓰는 일을 그는 경계했다. 독일인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 있다, 라는 말을 생각할수록 없다, 라는 말도 점점 못생겨졌다. 어딜 가나 지각하는 인간은 있고 그들은 허리를 한껏 숙이고 뒷문을 통해 들어와 빈자를 찾는다. 인간 고유의 정신을 망각한 짓이다. 핸드폰이 울린다. 칸트 선생은 잠시 말을 멈추고 천장을 본다. 조잡한 최신 가요의 음파가 강당의 바닥에서 천장으로 올라가 멀리 흩어지며 사라진다. 빌어먹을 학부생 같으니. 인간이길 포기한 원숭들은 목을 흔들며 느린 춤을 추고 있다. 있다, 라는 말에 대해서 헤겔 선생은 다른 입장을 갖고 있다. 있다는 것은 산다는 것.. 더보기
계급적 현실에서 자유롭지 않은 역사가들 지금까지 읽어던 책들 가운데 역사에 대해 이처럼 명쾌하게 이야기 한 사람의 책을 읽어 본 적이 없다. E. H. Carr의 책 보다 난 이 책이 훨씬 가슴에 와 닿았다. 왜? 역사는 진공상태도 아니고, 그 역사를 읽고 다시 쓰는 역사가 또한 진공상태가 아니가 때문이다. 역사가에 대한 비판 없이 최선의 역사란 없을 것이다. 계급적 현실로 자유롭지 않는 역사가라는 인식이 있을 때에만이 역사는 제대로 쓰여질 여지가 마련되게 된다. 계급과 무관하다고 깝죽거리는 역사가들이 있는 한 우리 역사는 여전히 남겨진 피를 씻어내지 못할 것이다. 읽은 지가 10년이 훌쩍 넘긴 책이지만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역사는 유동적이며 문제투성이인 담론이다. 겉보기에 이는 세계의 한 단면인 과거에 관한 담론이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