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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서 손으로

여성인권에 관해 생각하게 했던 두 영화, “대한민국 헌법 제1조”와 “피고인”

아마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이 영화를 관람했던 게 2003년 하반이지 싶다. 영화의 극장 개봉이 끝나고 동네 비디오 대여점으로 들어온 시점에서 봤던 것 같다. 근데 이 기억이 정확하지 않은 게 2003년도 중반까지만 해도 오른쪽 고관절 수술로 꼼짝없이 집에서 누워 지냈기 때문이다.

어쨌든 처음에는 코미디 영화인줄 봤다가 참 큰 깨달음을 준 영화가 되었다. 대충 줄거리는 이랬던 것 같다. 성매매 여성 중 하나가 봉사활동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집단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 성폭행을 당한 여성이 성매매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건을 수사조차 하지 않았다. 성폭행 당한 여성의 동료 여성들은 분개하고 있었다. 급기야 이런저런 이유로 보궐 상태인 지역구에 성폭행을 당한 성매매 여성의 친구인 또 다른 성매매 여성 중 하나가 보궐 선거에 출마하며 벌어지는 헤프닝을 담은 영화다.

정치 풍자 영화였고 큰 상업적 성공을 거뒀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충격은 받은 부분은 이 영화의 큰 메인 스토리이기도 한 성매매 여성일지라도 한 사람의 오롯한 인권을 가진 사람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점을 자각하는 영화가 되었다. 지금이야 이렇게 무덤덤 하게 쓸 수 있지만 영화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은 사실 대단 했었다.

난 정치 풍자 영화가 아니라 인권에 관한 영화로 읽었다. 지금도 뭐 딱히 높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젠더의식이나 성인권 감수성이 이 영화 이후로 많이 달라졌던 것이 사실이다. 사람이 어떤 상황이나 위치에 있던지 간에 사람은 사람이기에 존중 받아야 하고 인권을 보호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해 준 영화였다.

영화적 완성도 면에서 보자면 비교할 수도 없는 작품이지만 조디 포스터 주연의 <피고인>과도 많이 닮아 있는 영화다. 다만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영화 <피고인>에서 조디 포스터는 술집 웨이트리스로 일 하는 여성이고 영화 <피고인>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영화 <피고인>에서 더욱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점은 성폭행 당한 여성이 당하게 되는 2차 피해를 적나라 하게 보여 준다.

조디 포스터 주연의 <피고인>을 관람했던 때가 대학 초년 시절이었고 천조국 문화와 우리 문화에 대한 이질감으로, 아이러니 하지만 남조선 영화인 <대한민국...>만큼의 파괴력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가 <대한민국...>을 보고난 후 조디 포스터의 <피고인>을 다시 봤었다. 그러고 나니 두 영화의 차이점이나 <피고인>의 작품성을 다시금 확인하게 되기도 했다.

어쨌든 요즘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하루에도 몇 분씩 멍한 상태에 있는 나를 발견하며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그 덕에 이렇게 영화를 떠올리게 되었다.

참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