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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에 앉은 책들

나체가 아니라 니체다

니체가 남겨 놓은 미출간 유고들과 니체 생전에 이미 출판된 책들까지 모두 학문적으로 철처하게 고증한 독일어 니체 전집을 한국의 니체 전공자들이 총출동해 거의 15년 전에 우리말로 번역해 출판했다. 한꺼번에 구입하기에는 책값이 무지막지 해서 한 권씩 구입해 읽는다. 우리말 니체 전집은 모두 21권이다.

지난 3달 전부터는 이른바 <힘에의 의지>라고 알려진 유고집 3권을 읽기로 작정하고 전집의 순서로 19번 책을 구입했다. 또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힘에의 의지>는 사실 니체의 생각과는 전혀 상관없이 그의 여동생과 매제가 엉뚱하게 편집해 출판한 책이다. 그래서 독일 고증판 니체 전집은 <힘에의 의지>라는 단행본 형태를 없애고 연도별 유고 형태로 출판했고 우리말 니체 전집도 이를 이어 유고 형태로 19-21번에 배치해 책을 출판했다.

니체 학계에서는 이게 정설이다.

어쨌든 책을 읽는 게 잡식성이라 이 책 읽다가 저 책 읽다가 뒤죽박죽이다. 그런데 어느 날엔가 한꺼번에 여러 책들의 독서가 끝나는 기분 상쾌함을 백만년에 한번씩 맞이 하기도 한다. 그렇게 전집 19번 책도 거의 독서가 마쳐 가는지라 20번 책이 얼만가 싶어 인터넷 서점에 접속해 검색을 했더니 뜨질 않는다.

이 전집을 절판시켰을리는 없을텐데 뭔 일인가 싶었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싶어 검책창을 다시 보니 니체 전집이 아니라 <나체 전집>을 입력했던 거다. 아, 이게 비러먹을 아이뽕의 쿼티 자판을 욕해야 하는 건지, 내 말아먹을 시력을 욕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내 무의식의 욕망을 욕해야 하는 건지 3초 고민했다.

하지만 난 당당하게 비러먹을 아이뽕의 쿼티자판을 욕했다, 뎅장.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