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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부터의 사색

그렇게 쓰레기로 만들어야 하나

순전히 저자와 제목 때문에 구입하는 책들이 더러 있다. 그런 작가 중에 한 명이 작고한 영국 사회학자 ‘Zygmunt Bauman’(지그문트 바우만)이고, 그런 책들 중에 한 권이 『쓰레기가 되는 삶들』(Wasted Lives)이었다. 별로 어렵지도 않고 혹자들의 비난처럼 대단한 이론서는 아닌 것 같고, 현대 사회의 현상들을 쭈욱 나열한 것으로도 보이는 책이다.

이런 평가야 개인에게 달려 있는 것이니 딱히 신경 쓸 일은 아닌 것 같다. 자신에게 재미있고 의미가 있으면 그걸로 족한 것으로 보인다. 나는 쏠쏠하게 재미지게 읽었다.

하여간 이 책 1-3장은 물리적인 쓰레기들만이 아니라 ‘잉여’에 대해 다루고 있다. 노동력, 인구, 난민과 같은 현대사회가 만들어내는 ‘쓰레기’들이다. 솔직히 이 부분에서도 난 많이 놀랐는데, 멀쩡한 사람들을 쓰레기로 만드는 사회적 기제가 작동하고 있다는 부분에서 말이다.

실제로 이 책 154쪽에 이런 말이 쓰여 있다.

“외국에서 유입되어 프랑스 도시들의 교외에 버려진 인간쓰레기에 초점을 맞추어 거창하게 범죄와의 전쟁을 벌인 것이었다.”

섬뜩한 사실은 2005년 ‘프랑스 Banlieue(방리유) 소요 사태’가 일어나기 일주일 전 그 당시 프랑스 내무부 장관이었던 Nicolas Sarkozy(니콜라 사르코지)가 다음과 같은 말을 한적이 있었다.

“쓰레기, 불량배들을 진공청소기로 쓸어버리겠다.”

프랑스 외곽의 방리유는 도시의 소외계층 그 자체로, 혹은 범죄의 온상으로 인식되고 있었다고 한다. 프랑스 정부는 방리유를 ‘도시민감지역(ZUS)’으로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도시 빈민들과 난민들이 거주하고 있던 방리유에 대한 주류 사회의 인식이었다.

내가 섬뜩하다고 한 이유는 바우만의 이 책은 2004년에 저술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바우만의 저 문장은 예언이 되어버렸다. 아니 이미 곪을 대로 곪아 사회적 갈등이 표출되고 있었고 그 당시 소위 주류 사회가 이들을 인식했던 모습을 바우만은 기록한 것이다.

하여간 이 책 이야기는 그만하고, 요 며칠 주류 사회의 인식이 다수대중을 쓰레기로 만들 뿐만 아니라 어떤 한 집단이 또 다른 집단을 쓰레기로 만드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결국 ‘누가 주류냐’와는 전혀 상관없이 어느 집단의 언설을 통해 누군가는 쓰레기로 전락하는 풍경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집단이 하는 말처럼 또 다른 집단의 사람들이 진짜 쓰레기냐는 것이다.

나는 이런 것이 느껴져서 정말 황당하다. 뭐지 싶다. 자신들의 말에 동조하지 않으면 “내가 쓰레기가 되는 건가” 싶어 짜증까지 올라온다.

마치 비아냥거리고 욕을 하는 것이 최진보인 것처럼 보이는 이 놈의 SNS에 이젠 정말 화가 날 지경이다. 뭘까 도대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