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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부터의 사색

사람의 마음을 모르는 멍청함과 게으름 요즘 뼈저리 후회하는 게 하나 생겼다. 물론 이건 나으 멍청함과 게으름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니 구차니즘이 100%이지 싶다. 사람은 누구나 한 가지 마음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열 가지 마음 혹은 오십 가지 마음, 백 가지 마음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이건 무차별적으로 똑같지 않나 싶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 자세는 설령 그런 한 가지, 열 가지, 오십 가지, 백 가지 마음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했더라도 내가 정확하게 이해해야 하는 건 무슨 마음으로 이야기를 했건 상대편 입에서 나온 그 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무슨 마음으로 그 이야기를 했건 더 물어보는 것도 귀찮고 결국 이야기를 꺼내놓은 사람이 그 이야기를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살았다. 이건 나 자신한테도 굉장히 엄격하게.. 더보기
강철비 2, 진부한 물음을 진부하게 영화화 하기 진부한 물음을 진부하게 영화화 하기. 에 대한 내 느낌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이렇게 표현했다고 영화가 재미없거나 실패했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평한 문장에 대해 스포일러 없이 설명을 좀 하자면, 먼저 ‘진부한 물음’이라는 표현은 ‘북과 남의 통일’을 다루었기에 진부한 물음이라는 것이다. 영화 제일 마지막에 정우성이 분한 한국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던지는 진부한 물음이지만 반드시 현세대가 대답해야 할 물음이다. 이제 역사 무대의 뒷켠으로 물러날 세대들 중에서도 이 진부한 물음에 답이 갈리겠지만, 지금 10대와 20대의 대답은 어떨지 자뭇 궁금하다. 두 번째, ‘진부하게 영화화 하기’는 서사 구조가 똑같기에 진부하게 영화화 했다는 뜻이다. 절체절명의 순간.. 더보기
달러는 곤두박질 치고 금값은 지붕 뚫고 7월28일 오늘자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 1면 기사를 보니 달러화 하락과 금값 상승에 대해 보도한 것이다. 다 번역하자니 실력이 안 되서 앞 두 문단만 번역해 봤다. “달러 가치가 어제 2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반면 미국의 코로나바이러스 보건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경제 회복에 대한 깊은 불안감 속에 금값은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통화는 거의 9년만에 최악의 한 달 동안 궤도에 올려놓은 다른 통화 바스켓 대비 거의 1% 가까이 하락했다. 이는 지난 3월 급격한 시장 붕괴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한 것이다. 한편 금값은 2% 이상 상승한 트로이온스당 명목상 1,945달러를 기록했다.” 저기서 먼저 통화 바스켓이라는 말을 조금 설명하자면, 국제 무역을 할 때 거래 기준이 되는 통화들이 있는데,.. 더보기
그렇게 쓰레기로 만들어야 하나 순전히 저자와 제목 때문에 구입하는 책들이 더러 있다. 그런 작가 중에 한 명이 작고한 영국 사회학자 ‘Zygmunt Bauman’(지그문트 바우만)이고, 그런 책들 중에 한 권이 『쓰레기가 되는 삶들』(Wasted Lives)이었다. 별로 어렵지도 않고 혹자들의 비난처럼 대단한 이론서는 아닌 것 같고, 현대 사회의 현상들을 쭈욱 나열한 것으로도 보이는 책이다. 이런 평가야 개인에게 달려 있는 것이니 딱히 신경 쓸 일은 아닌 것 같다. 자신에게 재미있고 의미가 있으면 그걸로 족한 것으로 보인다. 나는 쏠쏠하게 재미지게 읽었다. 하여간 이 책 1-3장은 물리적인 쓰레기들만이 아니라 ‘잉여’에 대해 다루고 있다. 노동력, 인구, 난민과 같은 현대사회가 만들어내는 ‘쓰레기’들이다. 솔직히 이 부분에서도 난 많.. 더보기
오래 곁에 있었던 친구 같은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떠오르지 않는 걸 보니 정말 오래된 옷인 것 같다. 최소 15년은 넘었지 싶다. 늦가을부터 겨울에만 입는 옷이었다. 동생이 아래위 한벌로 사준 옷이다. 윗옷은 그렇게 많이 입지 않아 아직 멀쩡한데 아랫바지만 정말 너덜너덜 하다. 너무 편하고 정이 든 바지라 버릴 생각도 못했고 이 바지를 대체할만큼 편한 바지를 찾지 못해 꾸역꾸역 입었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오늘 버리기로 했다. 사실 후배들이 입으라고 바지도 사줬는데 고무줄과 후크 단추가 섞인 바지라 내 몸에는 안 맞다. 소아마비 때문에 왼쪽 배에 근육을 들어내서 다리에 이식하는 대수술 덕분에 고무줄로 된 바지가 아니면 입기 힘들다. 사실 바지를 입을 때 제일 고역이다. 그러다 바지를 버릴 작정을 하고 시장통을 돌아다니니 정말 .. 더보기
소진되기 일보직전인가 보다 나 스스로가 뭔가 하고 싶어서 실행에 옮긴 건 공부하기 위해 뛰어다녔던 거 외에는 없다. 2002년 중반 즈음부터 준비하기 시작해 독일 유학을 위해 어학원 비용까지 보내놓고 난데없이 찾아온 오른쪽 고관절 통증으로 수술로 인해 엎어진 이후로 뭘 스스로 하겠다는 마음을 먹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중간중간은 “남이 네게 띠 띠우고 원하지 아니하는 곳으로 데려가리라”는 성서의 말씀처럼 누가 하자고 하면 따라 나섰다. 그런데 하자고 했던 사람은 중간에 힘들어서 뒤쳐지고 나만 홀로 남아 있는 일이 서너번 되고 나니 그것도 못할 짓이었다. 물론 함께 하자고 했던 사람들이 내몫의 일정 부분까지 같이 해야 하니 당연했을 것이다. 어쩌면 내 모자람 탓으로 돌려도 되는 문제다. 어쨌든 그렇게 서너번의 일들을 겪.. 더보기
이해와 설득 자꾸 나이 이야기 하면 어른들 앞에서 욕 먹을 일이지만, 그래도 나이도 먹을만큼 먹고 보니 인생사 사람 관계는 "이해와 설득" 딱 이 두 가지로 정리되는 것 같다. 상대방이 이해가 안 된다고 하면 왜 이해가 안 되는지, 그리고 내가 뭘 잘못한 건 없는지 살피고 이래저래 상대방이나 나나 이해될 때까지 머리 맞대고 이야기 하는 것이 최고다. 그리고 내가 잘못 생각하거나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았으면 상대방을 설득하면 될 일이다. 단, 이 모든 것의 전제는 서로가 같은 것을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데 이해와 설득은 얼토당토 안한 일이다.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면 이해와 설득은 접어야 하고 서로 다른 길을 가는 것이 서로에게 가장 좋은 길이다. 그래서 독일어의 이해를 .. 더보기
쉽게 쓰여진 소설 이건 순전히 내가 소설 쓰는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동생 만나서 밥 잘 묵고 돌아오는 귀가 길이었다. 승객들이 많아서 한 차 보내고 그 다음 차를 탔는데도 승객들이 많아서 아마 내 전동휠체어 공간 때문에 뒷 승객들이 제법 승차하지 못했을 것 같았다. 미안한 마음에 머리 쿡 박고 있었는데 정수리가 뜨겁다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들어보니 맞은편에서 왜 초로의 아자씨가 나를 째려 보고 있었다. 여기서부터가 내 소설인데 속된 말로 "너 같은 게 왜 탔냐!" 이런 눈빛이었다. 한 두 번은 설마 하는 생각으로 고개를 다른 데로 돌렸다가 다시 봤는데도 그러고 있길래, "이게 뒤질라고 환장했나?!" 하는 눈빛으로 눈도 한 번 안 깜빡거리고 같이 째려봐줬다. 그랬더니 슬금슬금 눈을 내려깔길레 나도 고개를 쑥였다가 다시 .. 더보기
내가 ‘아이히만’이다 기사를 읽다가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살의를 느낀다. 그냥 단순히 욕 몇 마디가 아니라 “저거 어떻게 죽일 방법이 없나?!” 하는 생각이 든다는 말이다. 어떨 때는 심장이 벌렁거리기도 한다. SNS를 사용하는 분들이 그런 기사를 공유하거나 그런 기사에 대해 멘트를 하는 건 정보의 차원이라기보다는 공분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으로 본다. 당연히 그래야 하고. 그래서 뭔가를 바꾸자는 공론장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유망국당 버러지 새끼들이 그러는 건 저것들이니까 하는 약간 나이브 한 생각이 들지만, 이런 버러지들 외에 기사들은 살의를 넘어 절망이 느껴진다. 그 기사의 등장인물들이 뭐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사에 등장하지 않을 뿐 기사 소재로 사용된 사람들의 생각들은 내 주위에도 지천으로 .. 더보기
어처구니 없지만 그냥 살란다 멍 때리고 앉아 있다가 시간을 보니 12시가 가까이 돼서 후닥닥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아침에 일어나 씻는 걸 세상 구찮아 하는 닝겐이라 저녁에 씻는다. 그렇게 옷을 갈아 입고 나니 내 자신이 너무 웃긴다. 여름에는 반바지에 티 하나 걸치고 다니는 게 내 빠쑝이고, 겨울에는 목 폴라 티와 뚜꺼븐 패딩, 그리고 바지는 기모 츄리링 걸치면 겨울 빠쑝이다. 패딩도 겨울 내내 거의 같고, 안에 걸치는 목 폴라 티도 똑같은 제품에 똑같은 색으로 너덧벌 가지고 있다. 그러니 누가 보면 속으로 "저 닝겐은 옷이 없나, 맨날 똑같은 옷만 입네?" 할 판이다. 기관지가 약하지는 않은데 목에 찬 기운이 돌면 바로 목감기 드는 스타일이라, 이게 기관지가 약한 건가?, 어쨌든 목 폴라 티 없는 겨울 빠쑝은 상상도 못한다. 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