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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부터의 사색

소진되기 일보직전인가 보다

나 스스로가 뭔가 하고 싶어서 실행에 옮긴 건 공부하기 위해 뛰어다녔던 거 외에는 없다. 2002년 중반 즈음부터 준비하기 시작해 독일 유학을 위해 어학원 비용까지 보내놓고 난데없이 찾아온 오른쪽 고관절 통증으로 수술로 인해 엎어진 이후로 뭘 스스로 하겠다는 마음을 먹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중간중간은 “남이 네게 띠 띠우고 원하지 아니하는 곳으로 데려가리라”는 성서의 말씀처럼 누가 하자고 하면 따라 나섰다.

그런데 하자고 했던 사람은 중간에 힘들어서 뒤쳐지고 나만 홀로 남아 있는 일이 서너번 되고 나니 그것도 못할 짓이었다. 물론 함께 하자고 했던 사람들이 내몫의 일정 부분까지 같이 해야 하니 당연했을 것이다. 어쩌면 내 모자람 탓으로 돌려도 되는 문제다.

어쨌든 그렇게 서너번의 일들을 겪으면서 무엇을 하든지 3년이면 내 힘이 다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속된 말로 사회생활을 하다가 보면 3년째가 고비라고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능력도 별로 없는 상태에서 이것저것 하다보면 그 힘이 소진되는 세월이 3년임을 알게 된 것이다.

또 뭔가를 할 때 설겅설겅 하거나 힘을 안배한다는 것을 모르는 닝겐이라 그냥 정말 다 소진될 때까지 한다. 능력이 많은 것도 아니고 잘 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냥 꾸역꾸역 하다보니 소진되는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것도 3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요즘 여기저기서 이런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자꾸 실수한다. 맨날 하던 실수라고 생각하면 마음이라도 편할텐데 그것도 안 되고 굉장히 자책하며 머리통 쥐어박는다.

뭔가를 바꾸어야 할 때가 되긴 된 모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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