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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부터의 사색

이해와 설득

자꾸 나이 이야기 하면 어른들 앞에서 욕 먹을 일이지만, 그래도 나이도 먹을만큼 먹고 보니 인생사 사람 관계는 "이해와 설득" 딱 이 두 가지로 정리되는 것 같다. 상대방이 이해가 안 된다고 하면 왜 이해가 안 되는지, 그리고 내가 뭘 잘못한 건 없는지 살피고 이래저래 상대방이나 나나 이해될 때까지 머리 맞대고 이야기 하는 것이 최고다. 그리고 내가 잘못 생각하거나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았으면 상대방을 설득하면 될 일이다.

단, 이 모든 것의 전제는 서로가 같은 것을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데 이해와 설득은 얼토당토 안한 일이다.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면 이해와 설득은 접어야 하고 서로 다른 길을 가는 것이 서로에게 가장 좋은 길이다.

그래서 독일어의 이해를 뜻하는 "verstehen"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독일어를 조금만 알아도 들어본 이야기일텐데 저 단어는 ver+stehen이 결합된 말이다. ver는 "바꾸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stehen"는 "서다"라는 뜻이다. 입장 바꿔 서 보는 게 독일어에서는 "이해"이다.

어쨌든 사람은 한 방향을 보고 살게 되는 존재다. 여러 방향에서 이리저리 살펴볼 수 있는 사람은 참 뛰어나고 좋은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은 어디를 가나 좋은 사람이 된다.

뭐 꼭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사 사람 관계에서 분란을 일으키지 않고 잘 살 수 있는 방법은 입장 바꿔놓고 바라보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게 안 되니 사실 분란이 일어나고 쌈박질 일어나고 욕이 튀어나오고 하는 것이다. 근데 사실 입장 바꿔놓고 생각하지 못하거나 바라보지 못하는 건 나쁜 사람이 아니라 시각이 제한되어 있고 좁은 사람일 뿐이다.

언젠가는 저런 사람들도 기회가 되면 반대편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그게 나이 때문일 수도 있고, 어떤 사건이 발생해 그렇게 될 수도 있다. 뭐 사실 안 되도 어쩔 수 없기도 하고, 이게 대부분의 사람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하여간 가장 큰 문제는 정말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냐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해와 설득은 아무 소용없고 불가능한 일이다. 시간 낭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