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으로부터의 사색

봄이 온 길에서 걷어 올린 시들 봄에 관한 시 6편을 읽어봤다. 시인들마다 이렇게 봄을 다르게 노래하다니, 참 신기하다. 그래서 시가 좋다. 김소월 선생님의 시가 제일 좋다...ㅋ------------------------ 봄 - 서정주 복사꽃 픠고, 복사꽃 지고, 뱀이 누뜨고, 초록제비 무처오는 하늬바람우에 혼령있는 하눌이어, 피가 잘도라...... 아무炳도 없으면 가시내야. 슬픈일좀 슬픈일좀, 있어야겠다.-------------------------- 봄 - 김춘수 강아지 귀밑털에 나비가 앉아 본다실낱 같은 바람이 활활 감아들고히히히 한 울음 모가지를 뽑아 보니구름은 내려와산허리에 늘어졌다 타는 아지랑이 그 바닥은새푸른 잔디밭이 아리아리꿈 속같이 멀어라--------------------------- 꽃나무 - 이상 벌판한복판에꽃나.. 더보기
로또가 답인가? 어떤 뚜렷한 목표치를 설정해 놓고 가는 것은 동기 부여가 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왠지 숨막히는 일이기도 하다. 나를 쥐어짜야 하고 옆에 있는 사람을 닥달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고. 어떨 때는 일이 안 된다 싶으면 좀 심하리만치 신경이 날카롭기도 하지만, 또 어떨 때는 “되든지 말든지 뭘 그렇게 신경 쓰냐”며 천하태평으로 옆 사람들 쓰러지게도 만든다. 어느 게 진짜 나인지 잘 모르겠다(ㅋ). 어떤 수준에 딱 도달해서 뭔가를 조망하며 누릴 형편도 아니고 아직도 걸어가야 할 길이 남도 천리 길이지만, 점점 더 후자의 인생을 살고 싶다. 아둥바둥 거려봐야 나도 옆 사람도 피곤. 그저 쉬엄쉬엄 경치 구경하며 즐겁게 살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렇게 살려면 돈이 좀 들더란 말이야. 그게 문제야(ㅋ). 그럼 또.. 더보기
아픈 곳이 몸의 중심이다 몸의 한 곳이 아프니 그쪽이 계속 신경이 쓰인다. 당연한 일이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아픈 곳이 몸의 중심"이라고 한 이시우 작가의 말이 새삼스레 다가 온다. 그러고 보면 강자가 되려고만 발버둥치는 우리 사회를 보면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음을 반증한다. 약자로 살아도 된다는 말이 우습지만 어쩔 수 없이 그럴 수밖에 없는 분들이 이를 악물고 강자가 되려 하지 않아도 큰 어려움 없이 배려 받고 살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강자만을 생각하는 사회는 약육강식만이 지배하는 동물사회보다 나을 곳이 하나도 없는 정글 사회다. 사람이라면 그렇게 살면 안 된다. 사람은 사람답게 살아야한다. 더보기
함형수 - 해바라기의 비명(碑銘) 신경림 시인의 책, 『시인을 찾아서』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시의 분량이 적다해서 별볼일 없는 시인이 아니다 … 시는 질로 따져야지 양으로 따져서는 안 된다 … 그가 남긴 시는 ‘해바라기의 비명’ 단 한 편뿐이지만, 수천, 수만의 시인들 가운데 단 한 편의 ‘해바라기의 비명’이 없는 시인이 허다하다”고 썼다. 바로 함형수(咸亨洙, 1914∼1946) 시인을 두고 한 말이다. 함형수 시인은 서정주, 김동리와 함께 『시인부락』 동인 활동을 함께 했었는데, 해방 직후 3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이 “해바리기의 비명(碑銘)”이라는 시는 1936년 창간 된 『시인부락』에 처음으로 실렸던 시이다. 잊고 있었다가 페이스북 이웃님께서 내 담벼락에 올려주신 덕분에 다시 떠올려 본다. -------------.. 더보기
과거를 회상하는 사람, 미래를 공상하는 사람 과거가 싫든 좋든 과거는 흘러간 것이기에 안전하다. 그래서 과거가 좋아서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해서, 과거가 거기 있기에 회상하고, 아련해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이걸 잘 몰랐는데 후배 하나가 그런 말을 하길래, 갑자기 나 자신을 생각해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난 과거를 잘 회상하지 않는다. 주로 공상을 해도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주로 생각하고 사는 편이다. 내일, 한 달, 일 년, 몇 년 후의 일들을 생각하고 살지 아무리 좋은 과거라고 해도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과거의 회상에 젖어 사는 사람들을 “왜 그럴까?” 하고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나 같은 인간이 있는 반면에 “그런 분들도 계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사람이 다양하다는 것, 참 재미.. 더보기
그 어떤 핍박 속에서도 난 책 사 볼란다...ㅋ 밤을 꼬박 세우고 어제 아침 6시가 되어 침대에 누웠다. 누우면 바로 잠드는 스타일이 아니고 뒤치닥거리다가 잠드는 인긴이라 7시가 다 되어 잠이 든 것 같다. 모임에 참석해야 할 일정이 있어서 2-3시간만 자고 일어나야지 했는데, 결국 12시가 다 되어 일어나 버렸다. 일어나 보니 부재중전화가 왔었다. 친구한테 미안하고... 그래서 “미안하다”고 친구에게 문자보냈다... ㅡ.ㅜ 그렇게 일어나니 큰 누님께서 점심 같이 먹자고 기숙사 가까이로 오신단다. 그래서 또 부랴부랴 주섬주섬 챙겨입고 약속장소로 나갔다. 먼저 와 계시던 누님을 모시고, 술을 먹은 것도 아닌데 얼큰한 국물이 생각나서, 부대찌게를 먹으로 갔다. 근데 먹고 나니 어제 하루 종일 속이 이상했다. 예전에 엄니께서 돌아가시기 몇 해 전에 나한테 .. 더보기
특별할 것 없는 일요일 늦은 밤에... 땅에 것이 아닌 저 위 하늘에 있는 것을 “초월”이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처음에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는 이것에 참 매료되어 살았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원래 분위기가 그런 곳이니 제게도 자연스러운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공부를 시작하고 새로운 책들을 접하면서 해야 할 이야기는 저 위 하늘의 것들이 아니라 바로 내가 지금 발을 딛고 살아가고 있는 이 땅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을 배워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것이 맞고 어느 것이 틀렸다는 식의 양자택일식 문제는 결코 아닙니다. 다만 어느 것이 자기 몸에 맞는 것이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생각하고 책을 읽어봐도 제게는 이 땅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몸에 맞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저 위의 것이 쓸모 없거나 허구이고 거짓이라고 이야기.. 더보기
특별할 것 없는 일요일 오후에 쓰는 편지... Darin besteht die Liebe: dass sich zwei Einsame beschützen und berühren und miteinander reden. - Rainer Maria Rilke 특별할 것 오후입니다. 빗소리를 들으며 오늘의 첫 끼니이자 점심을 위해 커피를 내리고 빵을 뜯습니다. 커피가 내려오면서 향긋한 커피 향이 방 안에 가득해 집니다. 이 가득해 지는 향기를 조금이라도 더 즐기고 싶다면 창문을 닫아야겠지만, 아직은 차가운 공기에 두꺼운 겨울 파커를 걸치고, 그냥 창문을 열어놓았습니다. 비가 내리는 모습을 지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또 Kanon을 듣고 있습니다. 내리는 비에게 그렇게 빌어봅니다. 내 안에 예쁘지 못한 것들이 저 비 안에 다 녹아 내리고 흘러가기를 .. 더보기
삶의 자리에 대한 단상들... 떠오른 생각 1... 경험해 보지 않는 것들에 대한 동경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그렇게 이야기 하고픈 유혹은 늘 존재하고, 그 유혹이 넘어갈 때가 다반사이다. 하지만 경험해 보지 않는 것을 경험해 본 것처럼 말하는 것은 거짓이고 우스운 짓이다. 그럼 내 자리는 어디일까를 고민해 본다. 경험한 사람들에게 누(累)가 되지 않을 이야기를 해야 한다면 말이다. 더불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또 맘 속으로 헤아려 본다. 매번 부딪히는 질문이지만 매번 답을 찾지 못하고 비껴간다. 이렇게 순간적으로 떠올랐으니 또 그렇게 비껴가겠지만, 삶에서 이렇게 매번 부딪혀 올 질문에 이제는 답해야 할 때인 것 같다. 무엇을 입을까 무엇을 먹을까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라, 무엇을 하며 살까 하는 질문에 대한 .. 더보기
나를 향해 가는 길... 마음이 맑은 한 여성의 글에서 깊은 울림을 듣는다. 그러면서 나를 들여다 본다.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가에 대해서. 내 안에 흐르는 자신의 무언가를 밖으로 쏟아내고 살았는지 내 안으로 더 깊게 흐르게 했는지 지금까지 걸어 온 길 위에서 잠시 멈추어. 내 안에 흐르는 무언가는 늘 밖으로 흘러야 살 수 있다고 생각했었나보다. 그것이 나에게는 글이었고 말이었고 그래, 아무리 잡된 글쓰기라도 글쓰기는 살고자 하는 몸짓이었음을. 그렇게 흘러나오지 않으면 나를 죽일 것 같은 것이라고 그리고 또 한 번 길 위에서 나에게 묻는다. 정말 밖으로 흐르지 않으면 나를 죽일 것 같으냐고 어쩌면 이미 이렇게 글을 쓴다는 것이 답일런지도 언젠가 길 위에서 자신을 향해 깊은 울림을 토해냈던 누군가의 글귀를 나도 되뇔까 하고 생각한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