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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부터의 사색

특별할 것 없는 일요일 오후에 쓰는 편지...


Darin besteht die Liebe:
dass sich zwei Einsame beschützen und berühren und miteinander reden.
- Rainer Maria Rilke

특별할 것 오후입니다.
빗소리를 들으며 오늘의 첫 끼니이자 점심을 위해
커피를 내리고 빵을 뜯습니다.
커피가 내려오면서 향긋한 커피 향이 방 안에 가득해 집니다.
이 가득해 지는 향기를 조금이라도 더 즐기고 싶다면 창문을 닫아야겠지만,
아직은 차가운 공기에 두꺼운 겨울 파커를 걸치고,
그냥 창문을 열어놓았습니다.
비가 내리는 모습을 지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또 Kanon을 듣고 있습니다.
내리는 비에게 그렇게 빌어봅니다.
내 안에 예쁘지 못한 것들이
저 비 안에 다 녹아 내리고 흘러가기를 말입니다.
그런데 세월만큼 쌓여져 온 그 예쁘지 않은 것들이
그렇게 쉽게 녹아 내리고 흘러갈 것 같지 않아 마음이 먹먹해 옵니다.
담배를 피워 온 세월만큼 담배를 끊어야 몸 속에 인이 빠진다고 하듯이,
쌓여져 온 세월만큼 예쁘게 살아야 없어지겠다는 생각을 이제야 해 봅니다.
그런 작은 깨달음에 마음은 먹먹해도
그렇게 나를 또 자리에 앉혀 봅니다.
정말 특별할 것 없는 오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