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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부터의 사색

미안하고 고맙고 대견하고... 몸은 불덩이처럼 뜨거운데 이유를 모르셨다고 한다. 온 병원을 돌아다녀도 원인을 모르셨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는 뒤뚱거리고 걸어야 할 아이가 일어서지도 못했다고 하셨다. 두 살 때 소아마비에 걸렸던 일이었다.소아마비를 앓게 되면 나타나는 증상들이 여러가지이다. 그런데 내 경우가 좀 심한 쪽에 속했다고 한다. 다른 기능들이야 다 정상인데 척추의 운동기능이 손상이 되었고, 그래서 하체에 운동신경이 전달되지 않고 걸을 수가 없는 것이다. 더불어 척추곡만증이 동반되었다. 척추가 많이 휘어있다.어릴 적 많은 수술 중에서 척추 수술이 제일 고통스러웠고 가장 오랜 병원 생활을 해야 했었다. 척추곡만증으로 휘어 있는 척추가 더 이상 휘지 않도록 30cm 가량의 철심을 척추 옆에 세워놓았다. 수술 후에는 목을 움직이면 안.. 더보기
그래, 난 정상적인 인간이었어...ㅋ 글을 쓰다 말고 출출한 배를 과자와 쥬스 한 잔으로 채우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떠 올랐다. “세상이 내 뜻대로 돌아간다면 내가 신이구나” 하는 생각. “내 뜻대로 돌아가지 않기에 난 정상적인 인간이구나” 하는 생각. 그러다가 “히죽” 하고 웃었다. 그래 난 정상적인 인간이었어...ㅋ 더보기
누군가를 위한 것이 아닌 나를 위한 허접한 잡글이 되든 완성도 높은 논문이 되든 주말이 가까워 오면 글을 한 편씩 써야 하는 상황이다. 오늘로서 두 주째가 되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는 “누군가를 위한 글쓰기”라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그 글쓰기는 결국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나를 위한 글쓰기”임을 느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를 써가는 작업”임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더보기
욕심도 집착도 아니라 지금 내 앞에 놓인 일들을 잘 풀어가지 못하면 앞으로는 영영 기회가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단순히 기분일 수도 있지만 그런 느낌이다. 욕심에서도 집착에서도가 아니라 그저 이것이 내게 주어져 있기에 잘 해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다. 더보기
책과 길 인쇄된 날짜를 보니 초판이 1993년도에 출판된 책이다. 까마득한 옛날이다. 그때 처음 이 책을 접하고는 “아~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게 너무 많구나. 그동안 알고 있었던 것들이 아닐 수도 있겠구나. 학문이라는 것은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일 수도 있겠구나.” 했던 책을 다시 구입했다. 부산에 있는 책이지만 다시 가져 올 수도 없는 책이고, 꼭 봐야 할 부분이 있어서 그랬다. 소위 나에게 문화적 충격을 주었던 이 책의 내용 이상의 다른 책들을 보지 못했다. 아니 첫 인상이 너무 깊이 박혀 있어 다른 내용이 우습게 보였던 것이었다. 그러면서 “나도 누군가에 이런 깨달음을 줄 수 있는 책을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고 있다. 가만히 지난 날을 돌이켜 보니 내게 있어 길을 만드는 일은 책과의 씨름이었다... 더보기
왜 사냐건 웃지요 며칠 전부터 이 시가 머리에 뱅글뱅글 맴돌았다. “왜 그러지?” 하고 이유는 딱히 생각해 보지 않았다. 이 시가 생각난 뭔가 이유가 있겠지 하고 그냥 내버려 두었다. 그 이유가 머리에 떠 오르면 그때가서 생각하면 될 일이 아닐까 싶다. 사람 살아가는 세상에 숨 쉬는 일에도 수만 수천가지의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이야기 할라고 치면 어디 하루 이틀로 되겠는가, 만리장성을 쌓아도 모자르지 않겠늗가. 그래도 다 풀리지 않는 것이 사람 살아가는 세상 아니겠는가. -------------- 남(南)으로 창(窓)을 내겠소 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더보기
난 애국자 될 맘이 없었지만... 전공이 전공이다 보니 여러 가지 언어를 공부해야만 한다. 좋아하고 잘 하는 것과는 전혀 상관없이 말이다. 기본적으로 히브리어와 그리스어는 배워야 하고. 고대 근동 고전어인 아람어와 우가릿어도 아주 쪼금 맛만 봤다. 여기에 라틴어가 욕심이 생겨 그냥 문법책 겉표지만 봤다. 프랑스어는 푸코 책 읽어보려고 공부하려다가 문법책 책장만 넘겼었다. 여기에 영어는 중딩 시절만 되면 시작해야 하는 것이었고, 독일어는 고딩 시절에 배웠다. 일본어는 대학 학부 시절에 그냥 교양으로 들어봐야지 했었다. 그러고 보니 9개나 되는 언어를 기웃거려봤다. 근데 남들 앞에서 "이거는 그래도 제가 쫌 해요" 이런 언어 하나또 음따. 저 언어들 중에서 그래도 열심해 봐야지 하고 덤볐던 것이 일본어였다. 워낙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 더보기
보잘 것 없지만 길을 걸을 수는 있다 학부 때 스승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어렵지 않다.” 삶을 살아가면서 이 말이 되풀이 되어서 각인된다. 가보지 않은 길, 해 보지 않은 일은 첫 걸음이 늘 두렵고 어렵다. 하지만, 한 걸음 내디뎌 보면 그렇게 두렵거나 힘에 버거운 것이 아닐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험해 보지 않았다는 것이 주춤거리게 만든다. 맞다, 길은 걸어가야 만들어지는 것이고, 말은 해 봐야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만물의 영장”이 인간이라고 하지만, 의외로 인간은 그렇게 강한 존재가 아니다. 어쩌면 가장 약하디 약하기에 그것을 숨기려고 저런 말들을 생산하고 유포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어느 유명한 학자는 이런 말을 했는지도 모른다: “L'homme n'est qu'un rosea.. 더보기
April? 에이프릴! 그리고 전격 Z작전 1985년, 한 머슴아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미국드라마, “전격 Z작전”. 이 드라마에 엄청나게 집중할 수밖에 없었던 두 가지 이유. 첫째, 깜장색 키트가 너무 좋았다(ㅡ.ㅜ). 정말 저 차가 존재하고 있는지도 너무 궁금했다. 중딩 때인데 얼마나 궁금했겠나? 그리고 전자 시계에 대고, “키트 도와줘” 한 번 안 해 본 머슴아들이 어디 있었겠나?(ㅋ) 두 번째, 키트를 정비하는 언냐가 너무 이뻤다. 두 명의 언냐가 등장했는데, 이 드라마가 총 4시즌이 진행되는 동안 1, 3, 4시즌은 “보니 바스토우”(실재 이름은 “패트리시아 맥퍼슨”)이, 2시즌은 “에이프릴 커티스”(실재 이름은 “레베카 홀덴”)가 등장했다. 그런데 저 두 언냐 중에서, 나의 마음을 심하게 흔들어 놓았던 언냐는 “에이프릴”이었다. 정말.. 더보기
같이 길을 간다는 것이 무엇일까 길 가다가 좋은 사람 만나면 같이 가는 것이고, 같이 가다가도 목표가 다르면 서로의 길을 조용히 가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논리와 설득을 가치 있게 여기지 않는 사람은 논리적인 말을 들어도 설득당하지 않으려 한다. 그때부터는 그냥 말싸움이다. 말싸움은 소모전이다. 진이 빠지는 소모 말이다. 진이 빠진다. 진이 빠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