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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부터의 사색

봄이 온 길에서 걷어 올린 시들


봄에 관한 시 6편을 읽어봤다. 시인들마다 이렇게 봄을 다르게 노래하다니, 참 신기하다. 그래서 시가 좋다. 김소월 선생님의 시가 제일 좋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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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주


복사꽃 픠고, 복사꽃 지고, 뱀이 누뜨고, 초록제비 무처오

는 하늬바람우에 혼령있는 하눌이어, 피가 잘도라...... 아무

炳도 없으면 가시내야. 슬픈일좀 슬픈일좀,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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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춘수


강아지 귀밑털에 나비가 앉아 본다

실낱 같은 바람이 활활 감아들고

히히히 한 울음 모가지를 뽑아 보니

구름은 내려와

산허리에 늘어졌다


타는 아지랑이 그 바닥은

새푸른 잔디밭이 아리아리

꿈 속같이 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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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무


- 이상


벌판한복판에꽃나무하나가있소.근처에는꽃나무가하나도없소.꽃나무는제가생가하는꽃나무를

열심으로생각하는것처럼열심으로꽃을피워가지고섰소.꽃나무는제가생각하는꽃나무에게갈수없

소.나는막달아났소.한꽃나무를위하여그러는거처럼나는참그런이상스런흉내를내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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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 김소월


어룰 없이 지는 꽃은 가는 봄인데

어룰 없이 오는 비에 봄은 울어라.

서럽다 이 나의 가슴속에는!

보라, 높은 구름 나무의 푸릇한 가지.

그러나 해 늦으니 어스름인가.

애달피 고운 비는 그어 오지만

내 몸은 꽃자리에 주저앉아 우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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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영자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시장끼


죽은 나무도 생피붙을듯

죗스런 봄날

피여, 피여


파아랗게 얼어부은

물고기의 피여

새로 한번만 몸을 풀어라


새로 한번만

미쳐라 달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