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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껴지는 대로

소진되기 일보직전인가 보다 나 스스로가 뭔가 하고 싶어서 실행에 옮긴 건 공부하기 위해 뛰어다녔던 거 외에는 없다. 2002년 중반 즈음부터 준비하기 시작해 독일 유학을 위해 어학원 비용까지 보내놓고 난데없이 찾아온 오른쪽 고관절 통증으로 수술로 인해 엎어진 이후로 뭘 스스로 하겠다는 마음을 먹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중간중간은 “남이 네게 띠 띠우고 원하지 아니하는 곳으로 데려가리라”는 성서의 말씀처럼 누가 하자고 하면 따라 나섰다. 그런데 하자고 했던 사람은 중간에 힘들어서 뒤쳐지고 나만 홀로 남아 있는 일이 서너번 되고 나니 그것도 못할 짓이었다. 물론 함께 하자고 했던 사람들이 내몫의 일정 부분까지 같이 해야 하니 당연했을 것이다. 어쩌면 내 모자람 탓으로 돌려도 되는 문제다. 어쨌든 그렇게 서너번의 일들을 겪.. 더보기
종교 브로커 없는 세상이 천국 역사적 예수 연구에 있어 우리 시대 최고의 거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천조국 로마가톨릭 신학자 존 도미닉 크로산. 그의 대표작이기도 한, . 이 책 내용은 정말 발군이다. 하지만 난 이 책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앞서 언급했지만 내용이 별로여서가 아니라 논의하는 방식이나 언어 자체가 와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이 번역되자마자 읽었을 때의 황당함과 황망함은 아직도 기억이 선하다. 어쨌든 역사적 예수 연구 분야에서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책은 바로 이 책과 게르트 타이센이라는 독일 학자가 저술한 라는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타이센의 책을 좋아했다. 대학원에서도 스승님이 개설하신 세미나에서 한 학기 타이센의 책으로 공부하면서 정말 질리도록 읽었다. 근데 내가 크로산의 책에서 정말 죽을 때까지 못 잊을.. 더보기
국어사전 좀 잘 만들어라 또 돈 안 되는 일 좀 해봤다. 사전이라는 것이 단어에 대한 의미를 알려주는 책이다. 모르는 사람이 이해되도록 설명하는 친절함이 기본이다. 예를 들어, “사과”라는 단어에 대한 뜻을 몰라 사전을 찾았다고 가정하자. 사전에는 이 사과 그 자체에 대한 묘사나 모양 등을 설명하는 게 사전 본래 기능에 충실한 것이다. 사진 등이 들어가는 것도 좋고 말이다. 다른 분들이 볼 때 사전 캡쳐한 사진 순서가 어떻게 보일지 몰라서 첨언해 두면 큰 사과 모양 사진이 있는 것이 Cambridge, 글만 잔뜩 있는 것이 Collins Cobuild, 여러 개의 사과 그림이 있는 것이 Oxford, 그리고 네모 상자 안에 설명이 있는 게 Merriam-Webster 사전이다. 문제는 국어 사전이다. 하나는 국립국어원 사전이고,.. 더보기
나체가 아니라 니체다 니체가 남겨 놓은 미출간 유고들과 니체 생전에 이미 출판된 책들까지 모두 학문적으로 철처하게 고증한 독일어 니체 전집을 한국의 니체 전공자들이 총출동해 거의 15년 전에 우리말로 번역해 출판했다. 한꺼번에 구입하기에는 책값이 무지막지 해서 한 권씩 구입해 읽는다. 우리말 니체 전집은 모두 21권이다. 지난 3달 전부터는 이른바 라고 알려진 유고집 3권을 읽기로 작정하고 전집의 순서로 19번 책을 구입했다. 또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는 사실 니체의 생각과는 전혀 상관없이 그의 여동생과 매제가 엉뚱하게 편집해 출판한 책이다. 그래서 독일 고증판 니체 전집은 라는 단행본 형태를 없애고 연도별 유고 형태로 출판했고 우리말 니체 전집도 이를 이어 유고 형태로 19-21번에 배치해 책을 출판했다. 니체 학계에서는 .. 더보기
이해와 설득 자꾸 나이 이야기 하면 어른들 앞에서 욕 먹을 일이지만, 그래도 나이도 먹을만큼 먹고 보니 인생사 사람 관계는 "이해와 설득" 딱 이 두 가지로 정리되는 것 같다. 상대방이 이해가 안 된다고 하면 왜 이해가 안 되는지, 그리고 내가 뭘 잘못한 건 없는지 살피고 이래저래 상대방이나 나나 이해될 때까지 머리 맞대고 이야기 하는 것이 최고다. 그리고 내가 잘못 생각하거나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았으면 상대방을 설득하면 될 일이다. 단, 이 모든 것의 전제는 서로가 같은 것을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데 이해와 설득은 얼토당토 안한 일이다.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면 이해와 설득은 접어야 하고 서로 다른 길을 가는 것이 서로에게 가장 좋은 길이다. 그래서 독일어의 이해를 .. 더보기
올 겨울 가장 잘한 일 ​​ 왼쪽 다리는 그럭저럭 견딜만한데 오른쪽 다리는 소아마비가 심해 거의 힘을 못 쓴다. 그러니 유난히 추위에 약하다. 바깥에 있다가 들어오면 완전히 얼음이다. 이거 어케 해야 되나 별의별 생각을 다하다가 갑자기 문득 번개맞은 모냥으로 아이디어가 떠오른게 핫팩을 발등과 발바닥에 샌드위치처럼 붙이고 양말을 하나 더 신어야겠다는 생각이 든 거다. 그렇게 해 보니, 오, 이건 신세계다. 반나절 정도는 너끈히 견디고 따뜻하다. 올 겨울 내가 가장 잘 한 일 중에 하나다. 역시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가 맞다. 아, 도대체 내 머리는 언제, 어따 쓰나 싶었는데 돌아가는 걸 보고 뿌듯함이 몰려온다, 뎅장. ㅋㅋㅋㅋㅋ 더보기
디트리히 본회퍼의 시, “선한 힘들에 관하여”(Von guten Mächten) 대학에 입학하고 2학년 떄이지 싶은데, 현대신학에 관한 책을 한 권 읽다가 그곳에서 처음으로 알게 된 학자가 ‘Dietrich Bonhoeffer’(디트리히 본회퍼)였다. 그 이후로 내 공부의 모든 기준은 본회퍼가 되었다. 누군가를 책을 통해 알게 되고 사랑하고 존경하게 된다는 것을 난생 처음 경험했었다. 그의 사상과 삶에 곧잘 눈물을 흘리곤 했었다. 특히 그의 “옥중서간” 속에서 사람의 몸이 묶여 있을 수는 있지만 생각은 무한히 자유로울 수 있음을 보게 되었다. 자유로운 몸을 가진 사상가들보다 웅대하고 깊은 그의 사상은 마치 누군가의 아우라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하루하루 다가오는 죽음 앞에 연약해지는 그의 모습이 안타까웠지만 거기에 머물지 않고 나아가는 본회퍼의 모습은 나에게 하나의 표상이 되었.. 더보기
종교의 생명은 자본주의 비판에 있다 Reinhard Marx, 독일의 추기경이신데, 어느 카더라 통신에 의하면 Karl Marx 집안 분이라고도 하던데, 그것까지는 확실하게 확인하질 못했다. 어쩄든 현 프란치스코 교종의 개혁에 큰 힘이 되고 있는 분이고 실제로 교종께서 추기경에 임명하신 분이다. 굉장히 개혁적 성향이고, 특히 동성혼 문제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입장이라 그런 발언도 많이 해서 아주 난리가 났었다. 이러니 좀 보수적인 로마 가톨릭 인사들에게는 눈에 가시같은 존재라고 한다. 그런 인물들 중 카자흐스탄 카라간다의 은퇴한 Jan Paul Lenga 대주교가 라인하르트 마르크스 추기경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There was Marx, Karl Marx. And if present Marx says similar things.. 더보기
쉽게 쓰여진 소설 이건 순전히 내가 소설 쓰는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동생 만나서 밥 잘 묵고 돌아오는 귀가 길이었다. 승객들이 많아서 한 차 보내고 그 다음 차를 탔는데도 승객들이 많아서 아마 내 전동휠체어 공간 때문에 뒷 승객들이 제법 승차하지 못했을 것 같았다. 미안한 마음에 머리 쿡 박고 있었는데 정수리가 뜨겁다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들어보니 맞은편에서 왜 초로의 아자씨가 나를 째려 보고 있었다. 여기서부터가 내 소설인데 속된 말로 "너 같은 게 왜 탔냐!" 이런 눈빛이었다. 한 두 번은 설마 하는 생각으로 고개를 다른 데로 돌렸다가 다시 봤는데도 그러고 있길래, "이게 뒤질라고 환장했나?!" 하는 눈빛으로 눈도 한 번 안 깜빡거리고 같이 째려봐줬다. 그랬더니 슬금슬금 눈을 내려깔길레 나도 고개를 쑥였다가 다시 .. 더보기
내가 ‘아이히만’이다 기사를 읽다가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살의를 느낀다. 그냥 단순히 욕 몇 마디가 아니라 “저거 어떻게 죽일 방법이 없나?!” 하는 생각이 든다는 말이다. 어떨 때는 심장이 벌렁거리기도 한다. SNS를 사용하는 분들이 그런 기사를 공유하거나 그런 기사에 대해 멘트를 하는 건 정보의 차원이라기보다는 공분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으로 본다. 당연히 그래야 하고. 그래서 뭔가를 바꾸자는 공론장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유망국당 버러지 새끼들이 그러는 건 저것들이니까 하는 약간 나이브 한 생각이 들지만, 이런 버러지들 외에 기사들은 살의를 넘어 절망이 느껴진다. 그 기사의 등장인물들이 뭐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사에 등장하지 않을 뿐 기사 소재로 사용된 사람들의 생각들은 내 주위에도 지천으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