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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부터의 사색

종교의 신화는 없어져야 할 것이 아니라 해석되어야 할 대상이다


어떤 종교이든 그 종교에는 그 종교만의 독특한 신화들을 가지고 있다. 신화라고 하면 발끈할 분들이 계시겠지만 신화인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리스도교의 천국이니 부활이니 영생이니, 그리고 불교의 윤회니, 해탈이니 공이니 하는 것들이 그러하다.

이러한 개념들을 우리가 지금 현재 사용하고 있는 용어나 개념으로 논리화 하라고 주문하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신화를 무슨 수를 써서 현재화 하겠는가,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 작업이 안 된다고 해서 그 종교가 쓰레기이거나 그 종교에 헌신하고 신앙하는 사람을 바보 취급하는 것은 그런 식의 논리를 펴는 사람이 바보이거나 비논리적인 것이다.

이렇게 모든 것을 현재의 이성과 논리로 치환하려고 하는 작업을 베버 할배는 탈주술화라고 불렀다. 또한 베버 할배에 따르면 오늘날 세계는 탈주술화되었을 뿐 아니라 다양한 가치질서들이 서로 화해하기 어려운 영원한 투쟁 속에 놓여있다고 보았다. 서로 다른 가치들의 영원한 투쟁 속에 살고 있는 인간에게 보편타당한 가치나 의미란 부재하기 때문에 우리는 각자 자신에게 무엇이 신이고 무엇이 악마인지를, 어떤 앎이 우리에게 의미가 있느냐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자연과학을 위시한 학문들이 인간사를 주관하는 신의 섭리와 진리, 진정한 행복과 인간의 본성을 밝혀 주는 것으로서 권위와 역할을 상실해 버렸다고 한다. 그렇다고 베버 할배가 말하는 것은 근대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말이 아니다. 종교가 가지고 있는 순기능을 잃어버렸다는 말이다.

그것이 인간들에게 주었던 풍요로움마저 빼앗아갔다는 말이다. 종교는 종교로서의 기능이 있고 그것은 삶의 의미를 밝혀주고 사람으로 하여금 삶에 헌신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작업은 그저 종교의 신화를 현재의 용어로 치환하는 것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그건 바보나 하는 일이다.

종교의 신화는 신화로 내버려두고 그 신화가 가지고 있는 현재적 의미를 묻고 그 의미가 자기 자신과 이 사회에 어떻게 기능할 수 있느냐를 묻고 해석하는 것이 더 좋은 자세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종교는 자기 기능을 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현재의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종교를 폐기하자고 하면 세상에 남아 있을 종교는 하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