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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부터의 사색

한 촌부가 고향 땅을 다시 밟았던 날?


“오늘 뭔 날이가? 뭔 놈의 촌구석에 사람이 이리 바글바글 하노?”

“그라게, 뭔 일이꼬?”

“아야, 뭐꼬?”

“몰라, 새로 슨상 왔다 카더라.”

“슨상? 이장도 암말 엄뜬데, 뭔 새로 슨상이 왔단 말이꼬? 저 사람이 슨상이가?”

“그런가베!”

“근데 아야, 쟈 김씨 아들래미 아이가?”

“어래! 그라고 보니 김씨 아들 맞네.”

“매태 전에 공사판에 돈 벌러간다꼬 지 엄니랑 동생들 두고 집 나가더니, 쟈가 슨상이 됐단 말이가?”

“아따 그런가 보네.”

“쟈가 뭘 가리킨다는 말이꼬?”

“봐라, 아야, 쟈가 뭘 가르킨다카노?”

“세상을 디집는다카네요.”

“뭐라? 세상을 디지버? 쟈가 뭔 수로 세상을 디지버?”

“쟈, 어디 아프나?”

“하늘에서 뭔 소리를 드러따카네요.”

“뭔 소리를 드러따카는데?”

“인자 한참 그 야그 하는 모냥인데예.”

“아따, 쟈 저러다 매태 전에 누구처럼 그 꼴 나는거 아이가?”

“갸도 뭔 소리 듣고 세상을 디집는다 카다가 갱찰들한테 부짜피가 주거뿌따 아이가.”

“그라게, 쟈 아직 장개도 안 가따는데, 우야노.”

“쟈 아부지 일찍 세상 뜨고 지 엄니랑 동상들이랑 잘 챙기고 살드만 장개도 안 가고 주거뿌믄 우야노. 쟈 엄니는 쟈 하나만 보고 살았을낀데.”

“쟈 공사판에 가서 돈 번다고 나가고 아무 소식 엄따꼬 쟈 엄니가 을매나 찾아 돌아댕긴는데. 아따 우야노.”

“아야, 더 큰 일 나기 전에 누가 쟈 좀 말리라. 안 그람 생때 같은 아 또 하나 죽는데이.”

“말리라, 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