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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부터의 사색

2년만에 전복 사고가 나다


빨래 세제와 섬유 유연제가 다 떨어져 마트엘 갔다.
간 김에 과자와 음료수도 구입하고 똘래똘래 집으로 오는 길이었다.

늘 하던대로 인도가 어지간히 험하지 않으면 인도로 다닌다.
왜냐하면 장애인 인권단체에서 일 하는 후배가 내게 해 준 말 때문이다.
여자 후배이지만 이 친구는 꼬박꼬박 형이라고 부른다.

"형, 전동스쿠터나 전동휠체어 타고 도로로 다니면 안 돼요.
도로로 다나디가 사고나면 100% 장애인 책임이에요.
법으로는 이게 자동차나 오토바이 같은 것들이 아니라서
꼭 인도로 다녀야해요. 조심해서 다녀요."

아마 이 이야기를 작년 1월 한참 추운 겨울에 들었을게다.
그 전부터 전동스쿠터를 타고 다니면서도 별 생각이 없었는데
저 이야기를 들은 이후로는 어지간히 인도가 나쁘지 않으면
인도를 보행하는 시민들에게는 불편을 끼치는 일이지만
인도로 다니려고 노력한다. 

어쨌든 그렇게 마트를 나와 집으로 향하는 길에
횡단보도를 건거 반대편 인도로 올라가는데 
이 놈의 세제들이 너무 무거웠던지 나도 조심한다고
전동휠체어의 조이스틱을 조정하다가
너무 경사가 급한지라 뒤로 뺀다고 하는데
조절 안 되더니 "어~ 어~" 하는 사이에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닌지 2년만에 처음으로 전복 사고가 났다.

다행히 옆으로 넘어졌고 다른 아파트 경비실 앞이어서
경비 아저씨께서 달려나와 전동휠체어도 일으켜 세워주시고
나이도 제법 드셨지만 나를 번쩍 들어 휠체어에 앉혀주셨다.
그러고서는 아저씨께서는 그러신다.

"낮에는 도로로 다녀요. 낮에는 차들도 잘 보이니까 피해 다닐꺼에요."

착한 시민으로 살고 싶지만 세상구조가 나를 그렇게 안 만드는구나.
뎅장.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