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하나 고민되는 것이 있어서 지난 이틀간 그거에 매달리다가 이틀간 4시간도 못 잤다. 너무 매달리고 있다가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이것저것 억지로라도 책을 좀 읽고 글도 끄적거리고 했었다. 하지만 이럴 때면 꼭 사고 하나씩 친다.
오늘 좋은 모임이 있어서 날짜와 시간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고민하던 문제에 정신이 팔려 시계를 보니 약속 시간이 다 되어 허겁지겁 씻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얼마나 정신이 없었던지 문 잠그는 것도 잊어버리고 그냥 나간거다. 집에 도둑 맞을 수 있는거라곤 노트북 한 대밖에 없으니 그리 걱정도 없지만 돌아와 열쇠를 돌려보니 와~ 이렇게 정신이 없었구나 싶었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약속 장소를 엉뚱하게 인지하고 있어서 다른 곳으로 찾아갔고 약속이 있었던 장소로 또 부랴부랴 찾아갔지만 도대체 시내 한 복판에서 어디가 어딘지 찾을 수가 없었다. 네비게이션, 지도 어플을 모두 동원했지만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니 네비가 제대로 인식을 못하고 길을 돌리고 난리도 아니었다. 결국 약속 시간도 지나버리고 시내 한 복판에서 길 잃은 미아로 멍 하니 몇 십분을 보냈다.
그렇게 멍하니 있는데 독일 출신에 영국에서 공부하고 있다가 잠시 들어 온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지금 어디냐고 저녁에 약속 있냐고 묻길래 속 사정은 말도 못하고 저녁이나 같이 먹자고 약속하곤 만나서 저녁 먹고 청계천 산책하고 들어왔다. 아마 독일인 동생에게서 전화가 오지 않았으면 시내 한 복판에서 내 나쁜 머리를 자책하며 또 한참을 멍하니 보냈을게다.
어쨌든 오늘 하루를 보내며 든 생각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나의 글읽기는 팔할이 오독이었고...”
진짜 나 스스로를 죽이지도 못하고 살고 있잖니 갑갑해서 미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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