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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부터의 사색

내 옆집 장애인 부부의 행복한 삶...


처음 아파트로 이사 오고 나서 한 달쯤 지났으려나, 복도를 지나다닐 때마다 익숙한 소리가 들려오길래 “뭐지, 뭐지?” 했었다. 하루는 조금 천천히 걸으며 작은 소리에 귀를 쫑끗하고 세웠었다. 알고 보니 언제들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만큼 오래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뉴스와 음악들이었다.

그러다가 “요즘 시대에 왜 라디오를 들으실까?” 하다가 머리를 한 대 쿡 하고 쥐어박았다. 내 바로 옆집에는 시각장애인 남편분과 비장애인 부인께서 살고 계신다. 남편분께서 텔레비전을 시청할 수 없으시니 라디오를 듣고 계신 것이었다. 

아내되시는 분께서는 그래도 “텔레비전을 때때로 한 번씩은 보고 싶으실텐데” 하는 생각도 들기는 했다. 하지만 그런 것이 대수랴, 라디오를 듣든 텔레비전을 보든 서로 사랑하며 사는 것이 최고라는 생각에서 그냥 혼자서 빙그레 웃었다. 티격태격 하는 소리도 자주 들리지만, “저런 것이 사랑 싸움이구나” 싶었다.

나도 텔레비전이 없어서 보고 살지는 않지만 그래도 재미있다는 프로그램은 다운받아서 본다. 그러니 아예 텔레비전 안 보고 산다는 말은 사실 거짓말이다. 그러다가 이 두 분의 삶을 보고 있으니 “다시 라디오를 좀 들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라디오 소리가 정겹게 들려서 말이다.

참, 이 두 분, 늘 점심을 드시고 나시면 동네 산책을 나가신다. 나도 어쩌다 때가 맞아서 아파트 뒤쪽 작은 공원을 지나다보면 두 분이 동네분들과 앉아서 이리저리 농담을 주고 받으시며 웃는 모습을 자주 본다. 어쩌다 아내 되시는 분께서 나를 보게 되면 늘 먼저 인사를 해 주신다.

남들만큼이라는 기준이 도대체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자신들만의 삶을 소소하고 단란하게 사시는 것을 보면 행복은 저런 것이 아닐까 싶다. 가진 것에 만족할 줄 알고 그 속에서 기쁨을 찾고 사는 것 말이다. 다들 사는 것만큼 하고 살아야 한다고 가랑이 찢어지게 사는 것이 아니라 말이다. 

배움과 행복은 멀리 있지 않은 것 같다. 가까이서 살아가는 분들의 삶에서 늘 배우게 된다.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