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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부터의 사색

식민지적인, 너무나 식민지적인


이번 달부터 함께 살고 있는 독일 친구에게 쓰레기 분리 수거장과 분리 수거법을 가르쳐 주고 들어와 독일 철학자들이니 문학가들에 대해 온갖 단어들을 다 동원해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호르크하이머, 아도르노, 하버마스, 악셀 호네트, 괴테, 귄터 그라스, 페터 슬로터다이크 등등…

근데 이상한 것이 이 독일 친구보다 내가 독일 학자들이나 문학가들의 책들을 더 많이 알고 읽은 것 같다는 점이다.

웃긴건 독일 친구에게 좋아하는 문학가가 누구냐고 물어보니 이상한 발음을 하길래 몇 번을 Was라고 묻고 그의 Werk가 뭐냐고 물어보니 <Faust>라고 하길래 그제서야 “괴테”라는 것을 알아들었다. 역쉬 본토 발음이 다르긴 다르다. 뎅장. ㅋㅋㅋ

어쨌든 내 독서량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닌데 이게 뭔 일인가 싶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이런 것이 옥시덴탈리즘(Occidentalism)의 일종인가 싶다.

등 떠밀려 근대화 되던 시기에 모든 면에서 서구가 우리보다 앞서 있다는 논리가 지금까지도 우리의 심성을 장악하고 있고, 나 또한 그렇고, 여전히 서구의 학문과 문학의 수준이 더 높다는 생각에서 줄기차게 새로운 이론, 새로운 책만 나오면 눈이 뻘개져서 아우성치던 우리의 모습, 내 모습이 갑자기 우습게 보인다.

그러다가 맑스 할배의 MEW판 <자본>을 보더니 다 이해할 수 있냐고 묻길래 “Sehr, sehr wenig”이라고 대답해 주니, 독일 사람들한테도 <자본>은 어려운 글이란다.

하여간 식민지 근성이 이런 것인가 싶기도 하다. 탈식민지, 탈식민지 하고 부르짖지만 여전히 내 안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이 사대주의적이고 식민지적인 모습들은 어찌해야 되나 싶다.

닝기리~ ㅋㅋㅋ

* 윗쪽부터, <괴테>, <귄터 그라스>, <페터 슬로터다이크>이다. 근데 <그라스> 옹과 <슬로터다이크> 아자씨는 심하게 닮았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