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으로부터의 사색

포퍼, 민주주의, 시리아 그리고 미국이라는 똥차...




국민의 다수가 원할 때 피를 흘리지 않고 정권교체가 이뤄지도록 정치제도가 갖춰져 있다면, 그 국가는 정치적으로 자유로운 국가다. 간단히 말하면, 우리가 피를 흘리지 않고 통치자를 물러나게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자유로운 것이다.

- K. R. Popper, "삶은 문제 해결의 연속이다" 中에서 -


길 닦아 놓으면 똥차가 먼저 지나간다는 옛말이 있다. 똥차를 욕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또 한 가지, "민주주의라는 나무는 민중의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독재를 벗어나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무수한 피가 뿌려질 수밖에 없는 현상을 이야기한 것일테다.

요즘 중동이 독재를 향해 항거하고 민주주의를 향한 도도한 행렬에 들어서고 있다. 지난 날의 독재자들이 하루 아침에 주저 앉는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몇 주 전에는 이집트의 독재자 Muhammad Hosni Sayyid Mubarak(무함마드 호스니 사이드 무바라크)가 물러났고, 이번에는 리비아의 Muammar al- Qaddafi(무아마르 알 카다피)가 그렇게 될 것 같다.

포퍼 할아버지의 말에 따르면 국민이 원하면 자연스레 물러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근데 지금 시리아는 전투기까지 동원해 민중들을 학살하고 있다. 적국이 침투한 것도 아니고 민중이 독재에 항거해 일어났는데, 군이 민중을 적으로 여기고 학살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피를 흘리고 나면 민주주의는 형식적으로나마 이루어질 것이다. 그렇게 민중들이 염원하던 대로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이루어진 혁명의 자리에 누구가 들어설 것이냐는 늘 걱정이 되는 부분이다. 독재 기간 동안 민주주의의를 향한 투사는 있을지언정 민주주의를 실재적으로 이끌어갈 인재는 양성되지 않았다는 것이 역사가 가르쳐 준 현실이다. 얼마 전에 성남에서 있었던 민노당 시의원 사건이 이를 또 증명하지 않던가?

중동에서 일어나는 민주주의를 향한 혁명은 계속되어야 하고 독재는 물러나야 하고 인권은 세워져야 한다. 그것이 사람이 살아가는 역사의 진리이다. 하지만 그렇게 피를 값주고 산 민주주의의 큰 도로에 똥차가 지나가면 되겠는가? 미국이라는 똥차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