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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에 앉은 책들

프레임과 패러다임 전환의 고통

한국사회에 꼴통들의 일상적인 Frame은 종북이었다. 그런데 지난 대선과 능동적이고 공격적인 대북관계 개선에 힘입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종북 프레임이 거의 기능을 상실했다. 프레임이라는 건 사물이나 일상을 해석하고 대하는 사고 틀이다.

어떤 한 프레임이 주류일 때 다른 프레임은 설자리가 없다. 다른 프레임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그 프레임이 틀렸다라는 인식이 자리잡아야 새로운 프레임의 탄생이 가능하다. 이제 종북 프레임이 사라진 자리에 평화 프레임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아주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프레임의 교체는 Paradigm Shift와 유사하다. 그간 정상과학이 문제를 해결하던 상황에서 하나둘 해결되지 않는 문제점들이 등장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전 정상과학과는 다른 해결 방법들이 여러 개 등장하게 된다. 이러한 여러 개의 방법들 중 해결 능력이 탁월한 방법이 정상과학으로 자리잡게 된다.

그리고 새로운 정상과학의 해결 방법과 이전 정상과학의 해결 방법에 연속성이 있느냐 없느냐가 하나의 문젯거리로 등장하게 된다. 패러다임 쉬프트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미국 과학철학자 Thomas S. Kuhn은 두 정상과학 간의 불연속성을 주장했다. 그래서 혁명이라고 주장했던 것이다.

토마스 쿤이 여기서 사용하고 있는 패러다임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단순한 방법이 아니다. 한 공동체가 공유하는 개념, 가치, 인식 그리고 실천으로 이뤄지는 총체라고 보았다. 공동체는 패러다임을 통해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을 특정하게 결정하고 스스로를 유지시키고 발전시켜 나간다고 이야기한다.

이렇게 놓고 보면 프레임과 패러다임은 거의 궤를 같이 하는 개념이다. 문제는 이 둘 모두 교체되기까지는 무수한 시간과 고통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차라리 과학이라는 객관적이라는 가면을 쓴 공간이라면 논리와 수치를 통해 이야기할 수 있지만 사회는 그렇지 않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객관적인척 하는 과학에서조차 패러다임의 전환은 논리나 이론이 아니라 점핑에 가까운 혁명이라고 쿤은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철저한 불연속은 존재하지 않을 게다. 이전부터 쌓여진 것들이 어느 날 폭발하는 것일 게고.

어쨌든 새로운 프레임이나 패러다임이 자리잡기까지는 무수한 고통이 따른다. 특히나 낡은 프레임과 패러다임의 소유자들이 반성하지 않는 이상 문제들은 여전히 지속되고 말이다. 요 며칠 속이 답답하다, 뎅장.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