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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에 앉은 책들

유명론 혹은 제목은 독자를 헷갈리게

장애인들을 위한 무료 한방 독립진료소에서 침을 맞고 집으로 돌아왔다. 요즘은 움직이는 것 자체가 고역이라 움직인다고 생각하면 그저 갑갑하고 한숨이 먼저 나온다.


어쨌든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 커피가 생각나 물 끓이고 갈아놓은 커피를 거름종이에 옮기고 대충 85도 정도까지 물을 식혔다가 커피를 내렸다. 그것도 1분30초를 넘기지 않고 말이다.


그렇게 커피를 내려 첫 한 모금을 마셨는데 입에서 겨우 튀어나온 말이 “그래, 씨바 이 맛이야" 이런다. 이렇게 단순하고 무식하고 입만 열면 훌딱훌딱 깨는 인간이 뭘 할 수 있을까 싶다, 뎅장. ㅋㅋㅋ



그리고 요즘 한참 빠져 살고 있는 움베르토 에코 할배가 남긴 『장미의 이름 창작 노트』를 읽는데 이런 구절이 눈에 확 들어온다.


“혹 독자가 이 작품의 결론에 해당하는 시구에 대해 가능한 유명론적 독서를 행할 수 있었다고 할지라도, 그때는 이미 소설이 맨 끝에 도달한 다음이고, 독자가 이미 수많은 선택을 해본 다음의 일이다. 제목은 독자를 헷갈리게 하는 것이어야지, 독자가 정합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나도 에코 할배의 『장미의 이름』을 처음 읽고, “도대체 왜 제목이 장미의 이름인거야?” 했었다.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안 나와 “때리치워라” 하고 넘어 갔었는데, 저런 생각이 깔려 있었다니 새삼 기분이 좋아진다. 나만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는 안도감에서 그렇다. 뎅장. ㅋㅋㅋㅋㅋ


어쨌든 중세에 대해 공부해봐야겠다는 마음만 있고, 책만 몇 권 사놨지 도무지 진행이 안 되고 있으니 좀 답답하다. 하기야 어디가 좀 덜 아파야 뭐라도 하지. 답답한 시절을 살고 있다, 늬믜.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