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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부터의 사색

새로움, 일상의 무심함에서 깨어날 때


유럽이라는 지리적 공간에 한정시켜 생각해 보면, 사람이 시간 혹은 역사를 인식하던 틀은 별들의 운행이나 왕조의 혈연계승과 같은 것이었다. 즉 자연적 혹은 신분적 요소들이었다.


예를 들자면 북쪽하늘에서 변하지 않고 듬직한 길잡이가 되는 별자리 북두칠성과  반대편에 있는 꺾어 쓴 3자 모양의 카시오페이아자리를 제외하고, 사자자리나 목동자리가 보이면, 아~ 봄이구나 했다는 말이다. 그리고 한 왕이 죽고 그 다음이 들어서면 그에 따라 연수를 헤아렸는데, 세종 몇 년, 이런 식이었다는 말이다.


오늘 남한에서는 박근혜 2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써놓고 보니 욕 나온다, 씨바. ㅋㅋㅋ


어쨌든 재미있는 사실은 이게 유럽에서는 18세기 중반까지 계속되었다. 다시 말해 오늘날 우리가 곧잘 사용하는 <역사>라는 단어와 개념은 18세기 이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말이다. 소위 근대, Modern을 경험한 유럽인들이 18세기 중반이 되어서야 물리적 시간 즉, 역사를 이행과 단절이라는 틀을 가지고 보기 시작했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해 표현해야 할 방법들을 찾아야 했던 유럽인들이 만들어낸 고안품이 바로 물리적 시간, Chronos의 시간이었다. 한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살고 있는 자신들을 표현하는 방법이 바로 시간 의식의 새로운 정립이었던 게다.


어느 시간 계산법이 더 인간적인지 요즘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왕조 계산법을 제외하고, 옛 사람들의 시간 계산법이 훨씬 인간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더 많이 든다. 그저 손목에 부착하고 다녔던 시계나 스마트폰이 알려주는 시간이 아니라. 하늘을 보고 땅을 보고 공기를 들이마시며 느꼈던 시간이 더 인간적이지 않냐는 말이다.


할 일을 저장한다고 스마트폰 캘런더를 들여다가 보다가 오늘이 정원대보름인지도 몰랐다가 알게 되니 별 생각이 다 든다. 시간이 흘러간다는 것,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다는 것, 이거 생각보다 버거운 일이다. 일상의 무심함에서 깨어나지 않으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다. 뎅장.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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