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달간 관람했던 헐리우드 영화들은, “Elysium”, “Man of Steel”, “Pacific Rim” 등이었다. 그런데 “퍼시픽 림”을 제외하고 앞의 두 영화는 보고 나서 들었던 생각을 한 마디로 정리하라고 하면 딱 이거였다. “Of Obama, by Obama, for Obama.”
개인적으로 느낀 정치적 메시지는 “맨 오브 스틸”보다는 “엘리시움”이 더 강렬했고, 아주 대놓고 이데올로기로 무장했던 것이 “엘리시움”이었다. “맨 오브 스틸”은 은근히 뭔가를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같은데 “뭘까?” 하고 고민하게 만들었던 영화였다. 영상도 그렇고 이야기 전개방식도 그렇고 “맨 오브 스틸”이 더 좋아 집에서 두 번 정도 더 봤다.
그러다가 슈퍼맨, “칼 엘”이 아버지 “조 엘”을 만나 대화하는 장면에서 “이거구나” 싶었다. “건국 초기 미국의 이상” 혹은 “오바마가 이야기 하고 싶은 이상이 저거였구나” 싶었다. 두 외계인이 만나는 장면에서 “조 엘”은 이렇게 대화를 시작한다.
“I am your father, Kal.
Or at least a shadow of him.
His Consciousness.
My name was Jor-El.”
“칼, 나는 너의 아버지다.
아니면 적어도 그의 그림자이든지.
의식이든지.
내 이름은 조 엘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대화는 크립톤 행성의 과거지사를 줄줄 이어간다. 근데 이게 왜 내 눈에는 크립톤 행성으로 보이지 않고 미국의 역사로 보이는지 모르겠다. 내 눈이 삐닥한건지 아니면 진짜로 그렇게 장치를 해 놓은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랬다.
그리고 조 엘이 칼 엘을 데리고 크립톤 행성에서 아이가 태어나도록 되어 있는 시스템과 똑같은 “chamber”로 데리고 가며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This is a genesis chamber.
All Kryptonians were conceived in chambers such as this.
Every child was designed to fulfil a pare-determined role in our society
as a worker...
... a warrior, a leader and so on.
Your mother and I believed Krypton lost something precious.
The element of choice, of chance.
What if a child dreamed of becoming something...
mother than what society had intended for him or her?
What if a child aspired to something greater?
You were the embodiment of that belief, Kal.
Krypton's first natural birth in centuries.”
“이것이 탄생실이다.
모든 크립톤인들은 이 같은 탄생실에서 태어났었다.
아이들은 사회에서의 역할이 미리 정해져 있었다.
일꾼...
... 전사, 지도자, 전부 말이다.
네 어미니와 나는 크립톤이 뭔가 중요한 걸 잃었다고 생각했다.
선택과 기회.
만약 아이가 태어날 때 사회가 준 역할이 아니라
무언가 다른 것이 되고 싶다면?
만약 아이가 더 위대한 것을 열망한다면?
그 믿음으로 만들어진 게 바로 너다, 칼.
수백년 만에 크립톤에서 처음으로 자연출산을 한거다.”
이게 좋으냐 나쁘냐 하는 가치판단의 문제는 각자 판단의 몫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 이상이 그간의 역사에서 어떤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변화되어 사용되었는지는 빼놓고서, 그 자체만으로는 훌륭하지 싶다. 어느 나라 어느 사회에서든지 잊어버리거나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이데올로기라고 생각한다.
묘한 감동이 뱃속 밑바닥에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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