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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서 손으로

에베레스트 올라갔다가 내려 온 것 같은 요 두 주간...


산 입에 거미줄 좀 친다고 능력도 안 되면서 일을 두 건 맡았다. 그런데 정말 내 능력의 한계를 경험한 두 주간이었다. 막상 손에 일을 붙인건 시간으로 따지면 3일도 안 되었지만 그 전후 시간들을 머리 터지게 고민했던 시간들이었다.


태어나 외국이라고는 2005년도 말 그것도 놀러간 것도 아니고 WTO 반대 시위 취재 간다고 쫄래쫄래 따라간 홍콩이 다였다. 취재한다고 갔으니 뭐 영어 한 마디 쓸 일도 없었고 혹시 쓸 일 생겼을 때는 영어 잘 하는 후배가 도맡아 다 해줬다. 그러니 내 영어는 절처히 한국식 영어에 교과서 영어다.


그런데 이 실력을 가지고 영작을 하고 있었으니 이건 뭐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말을 실감했다. 다해놓고도 불안했던 것이 이게 현지 사람들이 잘 쓰는 말인지 아니면 한국식 영어인지를 몰라 늘 힘들었다. 캐나다에서 오신 선교사님께서 손봐주셨는데 한국에서만 공부한 놈 치고는 그렇게 틀리지 않아

그나마 자신감이 붙은 것이 큰 소득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소득은 한글을 영어로 번역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하면 한글을 제대로 쓸 수 있는지를 뼈저리게 깨달은 것이다. 특히 공적인 문서에서 문학적인 글을 쓰듯이 쓰면 이건 완전히 황이다. 공적인 문서는 공적인 문서답게 형식을 갖추어야 한다.


공적인 문서가 무슨 문학적인 글 같으니 주어도 온데간데 없고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한국 사람인 나도 못 알아 듣겠으니 말이다. 숨겨진 주어 찾고, 없는 주어 만들어 넣고, 주어와 동사 제대로 맞추고 나서야 번역이 되었다. 한글도 형식이 갖추어진 문장이면 번역하는 것이 쉽다는 것을 정말 처음 알았다.


한글을 영어로 번역하는 일, 이거 정말 두 번 할짓 못된다. 거기에 외국 한 번 나갔다고 오지도 않은 인간에게는 에베레스트 올라가는 것만큼 험난한 산악행군 같은 일이다. 올라가다가 죽을지도 모른다. ㅋㅋㅋ


어쨌거나 이제 마치고 나니 홀가분하다. 정말 죽었다가 살아난 기분이다. 


뎅장.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