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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서 손으로

전작권 환수 재연기가 끼칠 영향을 생각해 보자

결국 죽는 건 국민들이다
전작권 환수 재연기가 끼칠 영향을 생각해 보자
- 기독교 인터넷 신문 에큐메니안(http://www.ecumenian.com/) 기고한 글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전시 작전권’(이하 ‘전작권’) 환수를 연기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이를 공식화 했다. 지난 17일 워싱턴 발(發) 기사를 통해 알려진 사실이다. 이날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 고위 당국자가 16일(현지 시간) “한국 정부가 전시 작전권 전환 재연기를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히면서 표면화 되었다. 

전작권 환수 문제는 지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때 공식화 된 이야기로, 한미 정상의 합의 하에 2015년 12월1일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도 이것을 뒤집고 전작권 환수를 연기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이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전작권 환수 재연기를 제안한 밝혀지지 않은 이유를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위협”이라고 추측되고 있다. “이런 무기에 대한 군사적 대응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이 주도하거나 독자 수행하는 작전통제권은 위험하다”는 인식이다. 표면상의 이유는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봐도 그럴까?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남한의 군사비 지출은 2012년 세계 12위이고, 무기 수입은 2011년 세계 2위, 2012년에는 4위에 올랐다”고 한다. 여기에 최첨단 무기의 상징인 “이지스 함과 고고도 무인 정찰기 글로벌 호를”을 보유했을 뿐만 아니라 운용하고 있고, 조만간 차세대 전투기 도입 사업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 있다. 

한 가지 문제는 실질적인 전투 수행 능력인데 이 부분은 북한이나 남한이나 거의 반세기가 넘는 동안 대규모의 전투 경험이 전무(全無)한 상태이다. 그렇기에 어느 쪽이 더 실전 경험을 가졌냐의 문제로 환원될 성질이 아니다. 결국 수치상의 비교만이 가능할 뿐인데, 이 부분에서는 어느 면을 따져 봐도 남한의 군사력은 북한의 군사력과 비교 자체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이 있다. 전작권이 환수되지 않고 재연기 된다면 과연 누가 웃고 있냐는 것이다. 만약 박근혜 정부 기간 내에 이루어지기로 되어 있는 전작권 환수 기간을 넘어 재연기 된다면 전작권 환수가 이루어질 시기가 어느 정도가 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길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또한 당장 전작권 환수가 연기된다면 앞으로 있게 될 “한미방위비 분담금 협상문제, 미사일 방어체제 문제 그리고 차세대 전투기 도입 사업문제”가 불거지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미 국방부는 “전작권 환수 이행”을 발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합의를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재공식화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한미 방위 협상 테이블에서 한국이 짊어져야 할 부분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주한미군 주둔에 따른 방위비 분담문제만 하더라도 현재의 SOFA 규정을 넘어서고 있는데, 여기에 전작권까지 환수되지 않으면 이에 따른 비용문제를 한국 정부에게 전가해도 한국 정부로서는 아무런 할 말이 없게 된다. 미 국방부가 요구하는 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최후에 웃는 쪽은 미 국방부와 이를 둘러싸고 있는 첨단군수산업체들이다. 현재도 무기 도입 수준이 세계 5위 안에 들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여기에 각종 이유를 빌미로 무기 도입은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인데 기름을 붓는 격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천문학적인 방위비는 어디서 충당될까?

역사적 경험으로 보면 국민들 복지비 삭감이나 폐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이명박 정권 때에도 4대강 건설이 한참일 때 국민들 복지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거나 삭감이 줄을 이었다. 심지어 저소득층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생 급식비도 삭감돼 사회적 지탄을 받았었다.

박근혜 정부도 이와 똑같은 전철을 밟을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박 정부가 출범한지 몇 달 되지도 않았는데 공약을 뒤집는 경우가 허다한데다가 특히 60대 이상에게 노년층에게 약속했던 복지 예산도 줄줄이 삭감되거나 사라지고 있는 현실인데 앞으로 한미 방위협상의 결과 여부에 따라서는 이 문제가 더 크게 부각될 것이다.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 하는 물음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전작권 환수 문제는 국민들의 생활문제와 직결된다. 북남 문제를 이렇게 경색(梗塞)화 하면서 “미군만 있다면 아무 문제없다”는 식의 발상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리고 그에 따른 고통은 “국민이라면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는 과거 박정희 군사정권의 논리와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국민을 죽이면서까지 미군을 주둔시키기고 전작권을 환수하지 않겠다는 발상. 자주국방도 포기하고 복지도 없는 국가로 만들겠다는 논리, 정말 국민을 두 번 죽이는 꼴이다. 원칙대로 전작권은 환수되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