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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부터의 사색

어땠을까?

이건 내 몸뚱아리 때문에 생겨난 성격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여러 가지 강박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그 중에서 좀 유난스러운 것이 시간 약속이다. 어릴 때야 시간 약속을 가지고 만날만한 일들이 크게 없으니 모르고 살았지만, 나이가 들어 사회활동도 해 보고 나니 그제서야 느낀 것이다. 

난, 약속이 생기면 적어도 2~3시간 전에는 꼼지락거린다. 씻고 내가 움직일 동선 확인하고 가고 오는 시간까지 머릿속에 그리고 움직이는 것이 일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2~3시간 전에 준비하고 나가야 한다. 그런데 약속 시간을 자기 맘대로 어기거나 아무런 연락도 없이 늦게 나타나는 모습을 보면 속된 말로 머리뚜껑 확 다 날라간다. 

사실 이거 피해의식이다. “난, 2~3시간 전부터 움직여서 여기까지 왔는데, 도대체 넌 뭔 용가리 통뼈야?” 이거부터 시작해서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휘젓고 다닌다. 속에서 천불이 올라온다. 근데 이 놈의 못 돼먹은 승질머리에 그게 얼굴로 다 나타난다. 그런데 내가 몸의 움직임이 자유로웠으면 저런 성격이나 강박이 없을까 하고 살짝 생각해 보기도 한다. 아마도 저런 성격이나 강박은 없었겠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어쨌든 “인간의 관념, 견해, 생각, 한 마디로 인간의 의식이 그의 물질적 존재조건, 사회관계, 사회생활이 변함에 따라 변화한다는 것을 이해하는 데 그리 깊은 직관을 요하는가?” 하고 물었던 맑스 할배의 말이 생각나는 오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