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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부터의 사색

좋은 콘서트에 다녀왔다...






어제(12월16일) 교회 후배 하나가 직접 만드는 데 참여했고, 핵심적으로 일하는 “장애와 인권 발바닥 행동”이라는 단체의 송년 콘서트에 다녀왔다. 자신들을 표현하는 말대로 시위에는 이골난 사람들이다. 장애인 문제에 대해서는 가장 앞장서서 온 몸으로 국가 폭력에 저항하는 내가 보기에는 투사들이다.

참 이 단체가 주로 하는 일은 장애인 시설에 거의 - 이런 표현을 써서 좀 그렇지만 - 감금되어 있다 싶이 한 장애인들이 사회에서 함께 생활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다. 그들의 표현대로 장애인들을 시설로부터 탈출시켜 자유를 주는 일을 한다.

조금 더 웃기는 일이지만, 내 둘도 없는 친구이자 형님 두 분들은 이들이 장애인 시설이라고 부르는 곳을 직접 운영하지는 않지만 이러한 일들에 깊이 관여하고 있고, 사실 이들도 장애인들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는 형들이다. 이 두 부류 - 이런 말을 써서 또 미안하다 - 모두 굉장히 친한 사람들이니 가끔 어느 편에 서야 할까 하는 이상한 고민도 해 본다.

장애인들을 탈출시키는 친구들과 함께 종로구청 주차장 앞에서 노숙 농성도 같이 해 보고, 직장 일을 마치면 매일 밤 찾아가 밤 늦도록도 있었고... 그리고 형들이 하는 일은 늘 만나면 듣고 이들의 고충도 너무 잘 알고. 그러니 이런 우스꽝스러운 고민도 해 본다.

하여간 난 이 두 부류의 형들과 친구들에게 항상 빚진 자의 심정이다. 내가 저기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해서 말이다. 사실 내가 있어야 할 자리라고 늘 생각한다. 그런데 아직도 그 자리에서 멀찌감치 서서 보고만 있다. 고작 한 달의 얼마 정도 CMS 하는 것으로 스스로 위안 삼는다.

그런데 “탈출 조직 단체”(이렇게 부르는 것이 이 친구들한테 더 적당한 표현 같다ㅋ) 사정이 많이 어려운 것 같다. 하기야 내년에는 더 어려워 질 것 같다. 명박이 병신 새끼가 장애인 복지 예산을 모조리 후퇴시키거나 없애버렸으니 말이다.

어쨌든 그런 저런 사정을 조금 만회하기 위해 작년 첫 회에는 무료로 진행했던 콘서트를, 올 해 두 번째를 맞이하는 이번 콘서트는 유료 콘서트로 전환 해 열었다. 여유라도 있으면 쏟아주고 싶은 심정이 가득하지만... 이렇게라도 도와할 것 같아 표 두 장을 구입하고 어제 다녀왔다.

여러 사람들이 등장해 좋은 시간을 가졌다. 가수들과 시인, 작가, 시민사회운동의 큰 역할을 감당하는 분 등. 시인 되시는 분은 내가 잠시 딴 생각을 하는 통에 누구이신지 이름을 듣지도 못했고 확인하지도 못했다. 그런데 시를 낭송하는 데 참 좋아서 차후에라도 후배에게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 분은 김별아 선생이었다. 김별아 작가는 자신이 쓴 에세이 한 편을 읽어주었는데, 장애 아동을 자녀로 둔 어머니들을 보면서 느낀 점들을 글로 기록한 것이었다. 그 에세이 낭독을 들으면서 세삼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 울 엄니도 그러셨을 텐데 하는 생각에서 말이다. 이 놈 걱정하시면서 평생을 살아 오셨을 울 엄니께 많이 죄송하다.

시만사회운동의 큰 역할을 감당하는 분은 김원순 변호사였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한 가지 귀에 확 들어왔던 이야기는 그가 하버드에서 객원교수로 있을 때의 경험이었다. 어느 날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데 그런 말이 쓰여 있더란다. 장애인을 표현하는 단어가 Handicapped 혹은 disabled person인데, 이것을 differently able person으로 바꾸자는 제안이 들어있었다고 말했다. 속으로 “아~ 참 생각이 다르구나” 하고 감동을 먹었다. 그러나 곧 “난 무슨 다른 능력이 있지” 하는 자괴감을 가지게 되었다...ㅋ

가수분들은 “이한선 밴드”가 첫 가수 손님이었다. 사실 이 분들 잘 모르겠더라. 노래도 잘 하고 무슨 드라마 OST도 불렀다고 하던데... 노래 들으면서 꼬진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봤는데 내가 알 수 있는 내용이 없어서 그냥 패쑤했다.

그리고 두 번째 노래 손님이 바로 조덕배 씨였다. 가끔 고향 교회 형들이 내게 해 주었던 말이 “정훈아 너도 조덕배 씨처럼 기타도 배우고 목소리 나쁘지 않으니까 가수 해봐.” 이게 가당키나 한 말인가? 감히 어떻게 조덕배 씨랑 나랑 비교를 해? 내가 볼 때 형들은 그 때 정신이 나간 상태가 아닌가 한다...ㅋ

근데 조덕배 씨가 첫 노래를 부를 때부터 “어~ 이상한테” 하는 느낌이 있었는데, 첫 노래 “꿈에”를 마치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데, 아니나 다를까 작년에 뇌출혈로 쓰려져 병상에 있다가 완전한 회복은 아니지만 조금 회복되어 이번 콘서트가 대중 앞에 나서는 첫 무대였단다. 안타까운 것은 두 번째 앵콜 곡을 부르는데 너무 힘들어하시는 장면이었다. 당신 스스로 자청해서 부르는 것이지만 안타까웠다.

그리고 마지막 피날레 무대를 장식한 가수는 예전에 신촌블루스에서 보컬로 활동하다가 솔로로 전향한 “강허달림”이었다. 사실 이 가수를 난 작년에 알게 되었다. 탈출 조직 첫 번째 송년 콘서트에서 말이다. 그때 기타 들고 노래하는 모습에서 “와~” 하는 감탄사를 연발했었는데. 내가 기타 치면서 노래하는 여가수에 대한 환상이 좀 있다...ㅋ

하여간 즐거운 콘서트를 보았다. 앞으로 이 단체 친구들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많이 우울했지만 말이다. 혹시나 이 글을 읽으실 분들 중에 이 단체를 조금씩이나마 도와주실 분들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제게 콜 해 주시길 정중히 부탁드리는 바이다.

어 이렇게 쓰고 보니 단체 후원 부탁하는 글 같은데 전혀 그런 것 아니니까 오해는 없으시길 바란다...ㅋ

좋은 콘서트 보고 와서 즐거웠다. 그래서 이 늦은 시간까지 잠도 안 자고 이렇게 후기를 적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