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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 동안의 고독 혹은 억지로 살아야 하는 백 년 어제 관람했던 Charlize Theron(샤를리즈 테론) 언냐 주연의 「The Old Guard」는 장르로 치자면 ‘Fantasy Action’물이지 않을까 싶다. 현재 세상에 실존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존재들을 다루었으니 판타지이고 주된 것이 총격전과 육탄전이니 ‘액션’으로 보인다. 내 생각은 이런 데 누가 아니라고 하면 아니다. 어쨌든 고대 시대부터 죽지도 않는 인물들이 탄생했다. 일반인 같았으면 그냥 사망했을 상황에서도 부상당한 신체가 회복되어 몇 백년을 이어 살아가는 ‘전사’(Guard)들이 태어난 것이다. 이 전사들 4명이 어떤 사건들을 해결하는 것이 이 영화의 주된 줄거리이다. 더 이상의 줄거리가 없고 이게 다다. 근데 제일 마지막 장면에서 큰 울림이라고 해야 하나 뭐 그런 것이 느껴졌다... 더보기
플라톤의 『국가·정체(政體)』와 Man of Steel(맨 오브 스틸) 플라톤이 저술한 철학서이자 정치학 교과서 중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회자되는 『국가』라는 책이 있다. 고전이라는 것이 늘 그렇지만 누구나 이야기 하지만 누구도 읽지 않는 책 중에 하나가 바로 플라톤의 이 책이다. 한 후배의 말에 의하면 자신도 이 책을 읽지 않았고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아 헌책방에 판매하려고 했지만 헌책방에서마저 거부 당했다고 하는데, 이유인즉슨 이 헌책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어쨌든 플라톤은 국가의 기원을 논하는데, 국가의 기원을 인간의 필요성에서 찾고 있다. 즉 인간은 아무도 자기 스스로 자족하지 못하고 많은 것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서로의 필요한 것들을 위해서 도움과 협력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 해놓고 보면 꼭 생각나는게 “로빈슨 크루소”의 동화같은 책이다.하여간 이러.. 더보기
가수 박지윤과 보드리야르 할배 “나는 소비당한다, 고로 존재한다.” 가수 박지윤이 오랜만에 신곡을 발표한 모양이다. 별로 관심도 없던터라 뭐가 어쨌는지 알지도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 주에 후배 녀석이 이 음악영상을 틀어놓았길래 보자마자 대뜸 했던 말이 "쟤는 아직도 저러고 있냐?"였다.노래가 좋거나 음악영상이 좋아서 연결시키는 것이 아니라 한 번 굳어진 이미지라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전형적인 예가 박지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박지윤의 이미지를 처음 만든 것은 가수이자 프로듀서인 박진영이라고 한다. 웃기는 사실은 정작 본인인 박지윤은 그게 별로 였다고 한다.그러다가 소위 노래가 대박을 치면서 그대로 쭉 밀고나갔다고 한다. 내 기억이 맞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이랑 착각을 하고 있는지 정확하지 않지만, 박지윤도 언젠가 한 번.. 더보기
안도현, 네가 보고 싶어서 바람이 불었다 가을이긴 가을인가 보다.또 이렇게 달달한 문장들이 생각나는걸 보니.싫다, 뎅장. ㅋㅋㅋ “네가 내 옆에 없었기 때문에 나는 아팠다. 네가 보고 싶었다. 네가 보고 싶어서 바람이 불었다. 네가 보고 싶어서 물결이 쳤다. 네가 보고 싶어서 물속의 햇살은 차랑차랑하였다. 네가 보고 싶어서 나는 살아가고 있었고, 네가 보고 싶어서 나는 살아갈 것이었다. 누군가가 보고 싶어 아파본 적이 있는 이는 알 것이다. 보고 싶은 대상이 옆에 없을 때에 비로소 낯선 세계 속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서고 싶은 호기심과 의지가 생긴다는 것을. 그렇게 나는 네게 가고 싶었다.” 안도현, “네가 보고 싶어서 바람이 불었다”, 『안도현 아포리즘: 네가 보고 싶어서 바람이 불었다』 (서울: 도어즈, 2012), 54. 더보기
앨리 러셀 혹실드, <감정노동> 요즘 많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이다.역시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니 별걸 다 관심을 가지게 된다.예전에는 생각도 못했던 주제였는데 말이다.감정노동(emotional labor)은 “다른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하려고 자신의 감정을 고무시키거나 억제”하는 것이다.(21쪽)“감정노동에서는 직업 유형에서 흔히 사용되는 구분 방식”(27쪽)이 무용하다는 것도 동시에 강조한다.“감정이 성공적으로 상업화된 상황에서는 노동자가 거짓이라는 느낌이나 소외되었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다. 노동자는 자신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실제로 얼마나 인간적인지에 만족감”(176쪽)이다.“승객이 항상 옳은 건 아니겠지만, 승객은 절대 틀리지 않습니다.”(179쪽)“감정노동은 사람들과 개인적인 접촉을 해야 하고, 다른 사람들의 마음 상태를 만들어.. 더보기
말과 말 사이의 삶들 “아픈 데는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없다,라고 말하는 순간 말과 말 사이의 삶들이 아프기 시작했다.”- 이병률, 『눈사람 여관』 (서울: 문학과 지성사, 2013)시인들의 감수성이란 이런 것인가보다 싶다. 더보기
충실한 것과 자연스러운 것 중에 어떤 것이 좋은 번역일까? 독일어 책을 읽다가 한참 이해가 안 되는 문장이 있으면 종종 영어로 번역된 책들을 읽곤 했었다. 그런데 독일어에서 영어로 번역된 책을 읽다가 보면 "왜 이렇게 말이 다르지?" 하는 생각에 고개 갸우뚱거릴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어떤 때는 너무 심하게 의역을 해놔서 독일어 책과 아예 다른 뜻으로 비춰지기도 했었다.이 부분이 너무 궁금해서, 자칭 명문대 국어영문학과 출신 후배에게 물어보니 "미국이나 영국 사람들이 다른 언어의 책을 영어로 번역할 때 자연스러운 영어 문장을 추구해" 하는 대답을 해 주었었다. 이 말을 듣고 나니 그제서야 가지고 있던 의문이 풀렸던 경험이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좀 심하다 싶을 때가 많다.어쨌든 그 후배가 해 주었던 말의 역사적 기원을 이야기해 주는 책을 한 권 읽고 있다... 더보기
빌헬름 라이히, 계급과 욕망 해방을 위해 몸을 던졌던 이론가 내일이면 추석을 맞이해 부산 가는 길을 예비하기 위해 지붕 수리를 하려고 몇 년째 이용하고 있는 이발소를 향해 갔다. 그런데 이게 뭔 일인지, 점심에 먹었던 뭐가 잘못됐는지는 몰라도 갑자기 화장실을 가야 하는 비상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나의 전동휠체어는 어느 새 학교로 진격하고 있었고 평안한 시간을 맞이했다. 뎅장. ㅋㅋㅋ그렇게 학교를 나오는데, 한시적으로 사용할 행사용 책자를 만들어야 하는 일을 형님 한 분과 맡았는데, 그 형님을 정문 앞에서 딱 하고 마주쳤다. 학교 앞 편의점에서 음료수 마시며 이리저리 잠시 대화를 나누다가 책자 준비를 위해 도서관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지붕 수리를 하기 위해 먼저 일어나섰다. 그리고는 한 시간 가까이를 수리에 전념했다. 수리를 마친 후 형님과 도서관에 입성해.. 더보기
역사적 사회, 사회의 역사 - 소광희 교수의 [인간의 사회적 존재의미]를 읽는다 소광희 교수, 한국 철학계의 산 증인이자 거목이다. 하이데거의 을 번역하기도 했고, 도 직접 저술하기도 했다. 하이데거를 전공하고 있는 절친의 말에 따르면 한국 철학계에 하이데거 연구의 최고라고 하는 한국외대 이가상 교수의 번역본보다 소광희 교수의 번역본이 더 가독성이 좋다고 했다. 어쨌든 이런 분을 두고 천재라고 하지 않나 싶다. 재미있는 점은 얼마 전에 모 케이블 방송에서 방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에서 [야동 순재] 옹께서 서울대 철학과 54학번이라는 것이 밝혀졌었는데, 소광희 교수가 [야동 순재] 옹과 동기이거나 한 학번 빠르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비교해 놓고 보니 기분이 묘해지기도 하고 자꾸 웃음이 난다. 소 교수와 야동 순재 옹은 어떤 사이었을까 하고 자꾸 상상이 가서 더 웃긴다. 하여간 어느 날은.. 더보기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Henry David Thoreau, 이 분에 대해 구구한 설명을 할 능력도 없고, 해봐야 손만 아픈 분이다. 이 분이 숲 속에 살면서 명상한 글들을 엮은 책이 “Walden”이다. 국내 번역본만 해도 30종은 족히 넘는 것으로 알는데, 워낙 좋은 글들이 많고 유명하니 그럴게다. 난 국내 번역본은 구입하지 않아서 없고, 어찌 어찌하다가 1910년판 pdf 파일을 얻게 되어 가지고 있다. 글들이 짧고 그리 어렵지 않아 그냥 생각나면 이곳 저곳 한 구절 두 구절 정도 읽는 편이다. 이 책 자체가 원래 사색으로 쓰여진 글이라 그렇지만, 오늘도 그냥 앉아서 읽다가 마음에 와닿은 구절이 있었다. “I had three chairs in my house; one for solitude, two for friends..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