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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에서

수고한 목발에게 경의를...

위태 위태하던 목발이 드디어 부러지셨다. 너무 오래 쓰기도 했지만, 이렇게 자연사 한 경우는 처음이다. 5살 이후로 지금까지 crutch를 수도 없이 사용해 왔지만, 나무 목밮 이외에 스테인레스로 된 crutch는 딱 한 번 사용해 봤다. 아마 스물 중반쯤이었던 것 같다. 처음 나온거라고 좋다고 한 번 사용해 보라는 병원 주치의 선생님의 권유가 있어서 사용해 봤지만, 겨울에 그 차가운 느낌이 너무 싫어서 겨울이 지나자 마저 멀쩡하던 스테인레스 crutch를 그냥 집 한 켠에 모셔두고 나무 목발을 다시 사용했다. 


나무 목발이 잘 부러질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나무라서 충격 흡수가 오히려 잘 된다. 스테인레스나 알루미늄으로 된 crutch들이 오히려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고 그냥 부러지거나 휘어져 버린다. 하지만 나무 목발의 한 가지 단점은 오래 사용하면 겉표면 칠해져 있던 니스가 벗겨져 나가면서 나무들이 마모 되어 거칠게 되고 삐죽삐죽 튀어 나온다. 그러다 부주의 하고 잘못하면 손에 가시가 박힐 때가 부지기수다. 그러니 손에 박히 가시 뽑는 건 또 선수가 된다. 한 번씩 니스 칠이라도 해 주면 되는데, 그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어쨌든 지금 부러진 목발을 거의 8년 다 되게 사용했다. 내 몸이었는데 이렇게 되고 나니 많이 미안하다. 그동안 수고 많이 했다. 고맙다. 집 한 켠으로 물러나게 되겠지만, 편히 쉬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