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늘에 앉은 책들

텅 빈 충만: 空의 하느님...



어제 저녁에는 100만년 만에 공부 좀 해 볼거라고 책 상 머리에 앉아 책을 집어 들었다. 집어 든 책이 “텅빈 충만: 공의 하느님”이란 책이었다. 일본 선불교 철학을 현대 서구철학과 대화시키는데 앞장 섰던 교토학파의 2세대 쯤 되는 학자인 아베 마사오와 과정신학자로 종교간의 대화와 신학에 헌신에 온 존 캅 등이 함께 저술한 책이었다.  

아베 마사오가 그리스도교의 하느님과 그리스도의 자기비움과 자기 부정 그리고 불교의 핵심이라고 말해지는 공을 현대의 과학주의와 니체의 니힐리즘에 맞서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이냐에 대해 거의 책 한 권 분량으로 저술한 것에 대해 서구신학자들의 반응을 책으로 담은 것이다.  

무엇보다 재미있었던 것은 아베 마사오가 서구의 과학주의와 니체의 니힐리즘을 해석한 부분이었다. 특히 니체의 니힐리즘을 부정하거나 배척하지 않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 것이냐를 현대 그리스도교나 불교의 중심으로 삼고 해석해 갔던 부분이었다. 아베 마사오는 이렇게 표현한다.  

모든 종교는 니체의 니힐리즘이 종교를 넘어서는 니힐리즘인지 아닌지 검토해 보고 실질적, 이론적으로 종교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하는 부담을 져야 한다. 

아베 마사오가 말하는 종교를 넘서는 니힐리즘은 니체의 적극적 니힐리즘을 따라 자신의 용어로 새롭게 표현한 것이라고 아베 마사오는 밝히고 있다. 종교를 통해서 넘어설 수 없는 적극적 니힐리즘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적극적 니힐리즘 혹은 종교를 넘어서는 니힐리즘의 극복을 아베 마사오는 빌립보서에 나오는 그리스도 찬가와 불교의 공에서 오히려 찾고 있다.  

참 어려웠다. 이에 대해 서구 신학자들의 반응도 어려웠고, 거의 책을 졸면서 봤다. 앞으로 두 번 정도는 더 정독해야 그나마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예전에 변선환 선생님께서 주도하셔서 번역하셨던 대원정사의 불교와 그리스도교와의 대화 총서 시리즈도 읽으면서 참 어려웠는데... 옛 날 생각나더라...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