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늘에 앉은 책들

폭력은 약자가 멈추어야 할 것이 아니다...


교회에서 초등부를 담당해 6년간이나 설교를 해 왔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만났던 아이가 이제 벌써 고등학교 입학한다니 만감이 교차한다는 말이 실감난다. 어으 징그러워...ㅋ

어쨌든 이 친구들에게 설교할 때마다 늘 이 친구들이 사회를 바라보는 눈을 길러주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쓰긴 했다. 사실 누가 들으면 사상 교육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ㅋ

아직도 이 친구들에게 했던 나 스스로 기억에 남는 설교는 폭력을 멈추라는 말은 약자에게나, 약자 스스로가 해야 할 말은 결코 아니라고 했었다. 폭력을 멈추라는 말은 강자들이 강자들에게 혹은 강자들이 스스로에게 해야 할 말이라고 했었다.

그러면서 이야기 해주었던 성서 구절이 바로 "사랑은 불의를 보고 기뻐하지 아니하고 진리를 보고 기뻐합니다"(고린도전서 13장 6절, 공동번역)라는 말씀이었다. 사랑의 실천은 불의를 보고도 참아주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불의에 대해 정확하게 말하는 것이 사랑의 실천이라고 말해 주었다.

이번에 지젝의 새로운 책이 번역 되었다. "폭력이란 무엇인가?"(정일권, 이현우, 김희진 역 / 난장이 / 2011)찬찬히 읽고 있다. 속 시원한 구절들이 많이 나온다...ㅋ

지젝의 이 책(폭력이란 무엇인가)은 신적 폭력이라는 이름의 '순수한 혁명적 폭력'을 변호한다. 이 폭력은 자본주의 세계 체제가 저지르는 거대한 구조적 폭력에 맞서는 대항 폭력이다. 이 신적 폭력은 그 내부에 뜨거운 사랑을 간직하고 있다고 지젝은 단언한다. 체 게바라가 "진정한 혁명가는 위대한 사랑의 감정에 이끌린다"고 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리하여 지젝은 칸트의 명제를 비틀어 이렇게 말한다. "잔혹함이 없는 사랑은 무력하며 사랑이 없는 잔혹함은 맹목이다." 진정한 사랑, 진정한 혁명은 잔혹 곧 폭력 없이는 이룰 수 없다는 것이 이 과격 철학자의 결론이다.
- 한겨레 고명섭 기자


지젝에 대해 늘 느끼는 것이지만... 흥미로운 학자이다... 이 책도 흥미로운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