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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에 앉은 책들

박근혜 때문에 올 겨울은 시베리아다!


겨울 날씨 치고는 요즘 많이 따뜻하다. 방금도 복도에서 숨쉬기 한다고 잠시 나갔다 왔는데 그렇게 추운지 모르겠다. 그렇게 복도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니 문득 소설 제목이 하나 떠올랐는데, 박완서 선생님의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였다.

얼토당토한 연결이지만, 겨울 날씨가 따뜻할 때면 늘 기억이 나곤한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은 그리 따뜻한 것이 아니다. 한국 전쟁이 한 가족을 어떻게 파괴해 가는지를 적나라하게 그려놓은 정말 수작이다. 

박완서 선생님이 한 에세이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6.25의 경험이 없었으면 내가 소설가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나도 느끼고 남들도 그렇게 알아줄 정도로 나는 전쟁 경험을 줄기차게 울궈 먹었고 앞으로도 할 말이 얼마든지 더 남아 있는 것처럼 느끼곤 한다.”

그런 선생님의 경험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작품이 바로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이다. 읽고 있으면 참 아프다. 꼭 전쟁이라는 큰 사건이 저들을 저렇게까지 파괴한 것일까 하는 의문도 있었지만, 전쟁을 겪지 않은 우리네 삶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나기도 하는 삶의 한 자락이구나 싶었다.

그래서 어쩌면 선생님의 이 소설은 현재진행형일지도 모르겠다. 전쟁이 일상화된 우리네 삶이기에 말이다. 전쟁이 내면화된 우리네 삶의 모습이기에 그러하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이상 문학상” 수상 소감에서 하신 말씀은 참 잊을래야 잊혀지지가 않는다. 

“분단은 오래 전에 피 흘리기를 멈추고 굳은 딱지가 된 채 통일을 꿈꾸지 않은 지 오래입니다. 통일이란 말은 도처에 범람하고 있습니다만 산 채 분단된 자의 애절한 꿈으로서가 아니라 그것을 직업으로 삼고 사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구호로서 행세하고 있을 뿐입니다. 통일이 직업인 사람은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구호를 만들어 내어 분단을 치장하면 되겠지만 진실로 통일이 꿈인 사람은 끊임없이 분단된 상처를 쥐어뜯어 괴롭게 피 흘리게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문학가로서 세상을 읽어내는 눈이 어느 사회과학자의 시선 보다 매섭다는 것을 느꼈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선생님의 소설은 우리네 찢겨진 삶에 구원을 주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누구보다 찢겨진 가슴을 가지고 계시기에 따뜻하게 감싸주실 있는 것이다.

이런 작업은 섬세한 여성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보듬고 다독거리고 같이 아파서 눈물 흘릴 수 있는 감수성을 가진 여성 말이다. 남성들도 이런 감수성이 필요할 때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야기가 이쯤 되면 또 한 명의 여성이 떠오른다. 대중매체에 등장해 신년사라고 주절거린 내용을 읽어보니 이건 가관이다. 한 마디로 “너그들 다 뒤졌어”다.

이런 말 하면 여성분들에게 누가 되겠지만, 저것도 여자인가 싶다.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 되었을까 싶고, 도대체 정신분석이 안 되는 인간이다. 소시오패스 같기도 하고 사이코패스 같기도 하고 종잡을 수가 없다.

저런 것을 대통령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것 자체가 2014년의 겨울은 날씨만큼 따뜻하지가 않다. 몸은 춥지 않을지 몰라도 마음은 동토의 땅에 있는 것만 같다. 몇 번의 겨울을 맞아하기 전에 어디로 사라져줬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