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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에 앉은 책들

『Derrida. A Biography』 - Benoît Peeters, 학자로 산다는 것...


1996년, 뉴욕에서 개최되었던 한 학회(Conference)에서 쟈크 데리다(Jacques Derrida) 슨상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단다.



“As you know, traditional philosophy excludes biography, it considers biography as something external to philosophy. You’ll remember Heidegger’s reference to Aristotle: ‘What was Aristotle’s life?’ Well, the answer lay in a single sentence: ‘He was born, he thought, he died.’ And all the rest is pure anecdote.”

- Benoît Peeters, 『Derrida. A Biography』, tran. Andrew Brown (Cambridge: Polity Press, 2013). 1.

“여러분들도 아시는 바와 같이, 전통적으로 철학은 전기(傳記, 한 사람의 일생을 기록한 책이나 글)를 거부하고, 철학은 전기를 어떤 외적인 것으로 여깁니다. 여러분들은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해 하이데거가 언급한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삶이었을까요?’, 글쎄요, 그에 대한 대답은 한 문장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는 태어났습니다, 그는 사유했습니다, 그는 죽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모두는 순수한 일화일 것입니다.”


첫 문장을 읽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공부를 한답시고 목소리 높이고 거들먹 거려봐야 결국 자신의 삶은 책 한 권 혹은 글 하나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남의 책이나 글이 아니라 바로 자기의 손 때가 묻은 것 말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니 영화 한 편이 생각났다. 영화 <황산벌>에서 계백 장군이 황산벌 전투에 나서기 전, 자신의 가족들을 자신의 손으로 죽이기 위해 집으로 찾아갔다. 자신과 아이들을 죽이려고 칼을 뽑아든 계백에게 계백의 아내 ‘초영’ 역할을 맡은 ‘김선아’씨가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대사를 날려주신다.


“호랭이는 거죽 땜시 뒤지고, 사람은 이름 땜시 뒤지는거여!”


도대체 사람의 일생이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