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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에 앉은 책들

가수 박지윤과 보드리야르 할배


“나는 소비당한다, 고로 존재한다.”


가수 박지윤이 오랜만에 신곡을 발표한 모양이다. 별로 관심도 없던터라 뭐가 어쨌는지 알지도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 주에 후배 녀석이 이 음악영상을 틀어놓았길래 보자마자 대뜸 했던 말이 "쟤는 아직도 저러고 있냐?"였다.

노래가 좋거나 음악영상이 좋아서 연결시키는 것이 아니라 한 번 굳어진 이미지라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전형적인 예가 박지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박지윤의 이미지를 처음 만든 것은 가수이자 프로듀서인 박진영이라고 한다. 웃기는 사실은 정작 본인인 박지윤은 그게 별로 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소위 노래가 대박을 치면서 그대로 쭉 밀고나갔다고 한다. 내 기억이 맞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이랑 착각을 하고 있는지 정확하지 않지만, 박지윤도 언젠가 한 번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적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속된 말로 그게 쫄딱 망했었다. 

아마 그 이후로 활동이 뜸했었지 않았나 싶다. 그러다가 중간에 뭔 신곡을 또 내놨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 신곡을 내놓은 것을 본 것이다. 처음 박지윤의 이미지와 별반 다르게 보이지 않는다.

보드리야르 할배가 그랬다.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 근데 난 이 말을 이렇게 바꾸고 싶다. “나는 소비당한다, 고로 존재한다.” 소위 연예인들의 운명은 딱 저거다. 그들은 소비당해야 그들의 존재가 인정받는 것이다. 

그리고 캐나다의 미디어 학자였던 맥루한 할배가 그랬다. “미디어는 메시지다.” 이걸 더 밀고 나간 보드리야르 할배는 “과거 미디어는 실재를 거울처럼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현재 미디어는 하이퍼 리얼리티를 만들어 낸다.” 쉽게 말을 풀어보자면 뭔가를 있는 그대로 재현해 내는 것이 아니라 허상만 자꾸 만들어낸다는 말이다.

어떻게 보면 박지윤에게 있어 이제 저 이미지는 자기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자신이 되어버렸다. 어쩌면 자신도 원래 뭐가 자신인지도 모르지 싶다. 아니 그걸 알고 싶어하지도 않을 것 같다. 자신이 소비당하기 위해서는 저 이미지로 계속 가야하니 말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은 이런 것들로 가득 차 있다. 또 한 번 읊조리지만 보드리야르 할배의 말은 영원한 진리처럼 보인다.

“디즈니랜드는 미국 전체가 이미 실물 현실의 세계가 아닌 환상적 디즈니랜드라는 사실을 은폐한다. 바로 디즈니랜드는 원본 없는 시뮬라크라로서 초현실의 세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