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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부터의 사색

살아남는다는 것이 서글프게 다가 온 날...


몇 년 전에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발생하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다. 뭐 목격이라고 해봐야 한 다리 건너서 알게 되었으니 목격했다는 말도 완전히 맞는 것도 아니다. 어쨌든 알지 말았으면 좋았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약이 된 것도 같다. 나를 비롯해 사람이란 어쩔 수 없다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요 몇 년 전부터 그리고 요 몇 주 "살아남다"는 말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고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서는 늘 당위를 가지고 있다. 여지도 마련해 둔다. 그래서 누군가 그런 일을 하는 자신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보내면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자신의 당위를 설명하며 당당해 한다. 나도 그렇다.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소위 배웠다고 하며 진보적이라고 자처하며 공분을 터트리는 사람들도 똑같은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 차라리 목소리나 높이지 말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재미있는 것은 정작 자신은 그런 것을 모르고 살아간다는 점이다. 아니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지 않냐는 것이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미명 하에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해 본다. 도대체 살아남는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말이다. 소위 줄과 백이 없어서 홀로 무엇인가를 해야 하기에 우선은 그 자리에, 우선은 생존해야 하기에 지금은 두 눈 질끔 감고 이루고 보자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자기의 신념과 상치되더라도 말이다. 나도 별 수 없는 인간이다.

번번히 그럴 줄 알면서도, 그래도 하면서, 한 발 물러서 보지만 역시나 그렇지 하게 되면 그래 별거 없구나 한다. 그러면서 내 일이기에 분노하고 억울해 하고 힘들어 한다. 먹어도 소화도 안 되고 잠도 잘 못 자고 부들부들 떨고...

그렇지만 그렇게 생각도 해 본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분노의 밤을 선사하지는 않았을까 하고 말이다. 어제 새벽이 맞도록 분노에 머리와 몸이 부들부들 떨어보기도 했지만, 반대로 누군가에 그런 분노의 밤을 맞게 했을까 하고 잠시 길지 않은 인생도 돌아보았다.

그러면서 "살아남는다"는 단어가 크게 다가오는 새벽이었다. 생각이 여기까지 진행되더니 그래 훌훌 털고 차라리 있는 자리들을 정리하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의 종착역까지 다다랐다. 밝은 대낮이 되면 실행에 옮기리라고 다짐했었지만, 여전히 난 그 자리에 있다.

하지만 최근의 이런 경험들과 생각들 덕에 그렇게 이 자리에 오래 있지는 않을 것 같다. 뭐 훌훌턴다는 것이 뭔 말처럼 쉬운 것도 아니고 실행하는 데는 더 큰 용기와 힘이 필요하겠지만, 이렇게 마음을 한 번 먹은 이상, 실행은 시간 문제가 아닐까 싶다.

또 어떻게 누군가에게는 실패자이자 패배자의 도망으로 보이기도 하리라. 부랴부랴 옷섬도 챙기지 못하고 떠나는 피난길로 보이기도 하리라. 그런들 어떠하면 저런들 어떠하리 한다. 글을 쓰면서 정리되지 않은 감정들이 올라와 속이 또 편하지 못하다.

'나'이기에 세상으로부터 당연히 주어지는 것들은 하나도 없다. 죽기 살기로 기든지 걷든지 뛰든지 날으든지 뭘 해야 주어지고 얻어지고 한다. 그래 그게 싫으면 고고한 학처럼 살아야 한다. 초야에 묻혀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연명하든지. 사실 둘 다 자신없다. 그래서 이렇게 뮝기적 거리고 있는 것이지만...

살아남다는 것이 이젠 서글프게 다가온다. 그렇게 아둥바둥 하면서 옆도 뒤도 돌아보지 못하는 나를 비롯해서 그렇게 살아가는 주위를 보니 말이다. 그래서 죽기살기로 돈에 혈안 되나 싶기도 하다. 그러면 이런저런 눈치 안 보게 되니 말이다.
하여간 분노와 서글픔이 뒤범벅이 되어 힘든 날들을 연명하고 있다. 그래... 웃기지만 그래도 살아야 하는 모양이다. 별 수 없는 인간이다. 나란 인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