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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에 앉은 책들

마르키 드 사드, <미덕의 불운>


오늘 아침까지 잠도 안 들고 해서 아침 7시까지 책장을 넘기다가 눈이 딱 고정 되었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에서 매일처럼 듣는 소리가 아닐까 싶었다. “너도 그렇게 살아. 너라고 별 수 있겠니? 다 그렇게 사는거야...”

고고하고 높은 윤리관을 갖추고 살아가고픈 맘은 하나도 없지만 “어떻게 하면 잘 사는 길일까?” 하는 밥 먹여 주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은 멈추지 않아야 하지 싶다. 그마저도 놓치고 살면 “나”라는 인간은 완전히 쓰레기가 될 것 같아서이다. 지금도 가히 그 지경인데 말이다.

하기야 하루를 살아가시기에도 버거운 분들에게 참 재수없는 말이기도 하겠다. 어쩌랴, 이리 생겨 먹은 것을 말이다. 어제도 밤은 그렇게 흘러버렸다...

“이상이 제가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할 사람들이었고, 칭송받을 만한 은둔처라고 하기에 미덕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는 기쁨으로 찾아갔던 곳이, 바로 그들에게 어울리는 그 더럽고 모독으로 가득 찬 시궁창이었습니다.
그들은 은근히 제게 암시하기를, 이제 그 무시무시한 집단에 들어왔으니, 제가 취할 수 있는 최선책은 제 동료들의 복종 습성을 본뜨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 Marquis de Sade, 『미덕의 불운』, 이형식 옮김 (서울: 열린책들, 2011), 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