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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서 손으로

국정원 직원들, 악의 보편성


한나 아렌트가 말하는 “인간에 대하여”

요즘 국정원 사건 돌아가는 꼴을 보고 있으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Hannah Arendt 할매다 특히 전, 현직 국정원장 꼴들을 보면 똥인지 된장인지 천지 구분 못하는 모지리들이다. 흡사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김선욱 옮김 (서울: 한길사, 2006])에서 “아이히만”을 보고 있는 것 같다.

“난 그냥 시켜서 했다” 혹은 “위협을 느껴서 그랬다.” 이게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것들 입에서 나올 법한 이야기인지 머리가 다 어지럽다. 도대체 저 새끼들 대강톨 속에 뇌는 있는건지가 궁금하다. 아렌트 할매가 말한 “악의 보편성”이라는 말이 저 새끼들 보고 있으면 알 것 같다. 

아렌트 할매 인터뷰 동영상이 있어서 퍼왔다. “Zur Person”이라는 제목의 인터뷰이다. 번역하면 “인간에 관하여” 쯤 되지 싶다. 독일어로 진행되지만 영어자막이 자체 지원된다. 

재미있는 것은 인터뷰 첫 장면이었다.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질문자와 아렌트 할매가 주고 받는 대화이다. 거의 할매의 정체성에 관한 질문이다. 쉽게 말하면 “당신 뭐하는 사람이요?” 쯤 된다. 앞부분 인터뷰 대화를 거칠게 요약하면 이쯤 된다. 

“한나 아렌트 여사님, 당신은 이 인터뷰 시리즈에서 출연하신 첫 번째 여성이십니다. 전문가이신 여성이 마치 남성들처럼 여겨지십니다. 당신은 철학자이십니다. 제가 첫 번째 질문을 하도록 허락해 주십시요. 당신이 받고 있는 인정이나 존경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여성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철학자들 가운데 특이하고 고유한 당신의 역할을 무엇이라고 보고 계십니까?”

“유감이지만, 제가 변명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철학자들 일원에 속하지 않습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그렇게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저의 전문 분야는 정치 이론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철학자로서 느낄 필요도 없고, 당신이 조심스럽게 제안했던 것처럼 철학자들의 일원으로 인정받아왔다고 믿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이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제기했던 다른 질문에 대해 이야기 하겠습니다. 당신은 철학이 일반적으로 남성들의 직업으로 인정된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남성들의 직업으로 남아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어느 날엔가 여성들도 철학자들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인터뷰 중간 중간에 할매 연신 담배를 피우시는 장면이 나타난다.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저렇게 할 수 있다니 부럽기만 하다. 아우~ 할매 역시 대단하셔. ㅋㅋㅋ

어쨌든 아렌트 할매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악의 보편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나는 재판에 직면한 한 사람이 주연한 현상을 엄격한 사실적 차원에서만 지적하면서 악의 평범성에 대해 말한 것이다. 아이히만은 이아고(오델로를 이간하여 오델로와 그의 연인 데스데모나 모두를 파멸에 이르게 하는 인물)도 맥베스도 아니었고, 또한 리처드 3세처럼 “악인임을 입증하기로” 결심하는 것은 그의 마음과는 전혀 동떨어져 있는 일이었다. 자신의 개인적인 발전을 도모하는 데 각별히 근면한 것을 제외하고는 그는 어떠한 동기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이러한 근면성 자체는 결코 범죄적인 것이 아니다. 그는 상관을 죽여 그의 자리를 차지하려고 살인을 범하려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문제를 흔히 하는 말로 하면 그는 단지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결코 깨닫지 못한 것이다. 그로 하여금 경찰 심문을 담당한 독일계 유대인과 마주앉아 자신의 마음을 그 사람 앞에 쏟아 부으며 어떻게 자기가 친위대의 중령의 지위밖에 오르지 못했고 또 자기가 진급하지 못한 것이 자기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또다시 설명을 하면서 4개월 동안 앉아 있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같은 상상력의 결여 때문이었다. 그래서 법정에서 있었던 최후 진술에서 그는 “(나치) 정부가 처방한 가치의 재평가”에 대해 말한 것이다. 그는 어리석지 않았다. 그로 하여금 그 시대의 엄청난 범죄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 되게 한 것은 (결코 어리석음과 동일한 것이 아닌) 순전한 무사유(sheer thoughtlessness)였다.”

- Hannah Arendt,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김선욱 옮김 (서울: 한길사, 2006), 391. 

읽다가 보면 지금 국정원 사태의 주연들의 꼬라지가 딱 저렇다. 아무 생각없이 그저 악을 저지르는 것들이다. 파시즘의 시대도 아닌데 이게 뭔 꼬라지인지 모르것다. 정말 뇌가 없는 것들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