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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에 앉은 책들

에릭 홉스봄,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마르크스와 마르크스주의에 관한 이야기들』


“지식인들에 관한 내 연구는 방대한 계획이다. … 나는 지식인의 기념을 주로 위대한 지식인들을 지칭하는 단어의 현재적 의미를 넘어서 크게 확장했다. 이 연구는 또한 나를 국가의 일정한 결정성으로 이끌었다. 보통 구가는 정치사회(즉, 어느 시대건 인민대중을 지배적 생산과 경제 유형에 순응하도록 만드는 강제기구의 독재)로서 이해되며, 정치사회와 시민사회(즉 교회, 노동조합, 학교 등과 같은 소위 사적인 조직들을 통해서 국가 전체에 걸쳐 행상되는 사회집단의 헤게모니) 사의 균형으로 이해되지는 않는다. 시민사회는 바로 지식인들이 행동하는 특별한 영역이다.”

그람시의 이 언급을 Erich Hobsbawm(에릭 홉스봄)은 이렇게 해석한다. 

“강제적이고 헤게모니적인 제도들 사이의 균형으로서의 국가 개념은 그 자체로는 적어도 세계를 현실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배계급이 강제적인 권력과 권위뿐만 아니라 헤게모니로부터 나오는 동의에 의존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람시에게서 새로운 것은 부르주아 헤게모니도 자동적이 아니라 의식적인 정치적 행동과 조직을 통해서 얻어진다는 언급이다. … 한 계급이 정치적으로 헤게모니적인 되기 위해서는 그람시가 “경제적-조합적” 조직이라고 칭했던 것을 넘어서야 한다. 덧붙이지만 이것이 바로 가장 전투적인 노동조합 조직도 자본주의 사회의 하층부로 남아 있는 이유이다. “지배적인” 혹은 “헤게모니적인” 것과 “하층” 계급들 사이의 구분은 근본적이라는 사실이 뒤따른다. 이 구분은 그람시가 내놓은 또 다른 혁신이며 그의 사상에서 핵심적인 것이다. 혁명의 근본문제는 이제까지의 하층계급을 어떻게 헤게모니적으로 만들고, 잠재적인 지배계급으로서 자신을 믿게 하고 다른 계급들에게 그렇게 믿음을 주는가이다. 여기에 그람시가 보기에 정당의 중요성이 있다. 부르주아 시대의 일반적 정당의 발전이 가지는 역사적 중요성과는 너무도 다르게 그는 노동계급이 자신의 의식을 발전시키고 자연발생적인 “경제적-조합적” 혹은 노동조합적 단계를 극복하는 것은 정당의 운동과 조직을 통해서 뿐이라는, 즉 그가 보기에는 정당을 통해서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 Erich Hobsbawm,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마르크스와 마르크스주의에 관한 이야기들』, 이경일 옮김 (서울: 까치, 2013), 334-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