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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에 앉은 책들

몰리에르, 『타르튀프』


한 2주일 정도 습관이 된 것 같다. 하루에 해야 할 것들 다 마치고 방불을 끄고 방바닥에 엎드려 작은 스탠드 하나 켜고 아이패드로 그날 그날 손이 가는대로 세계문학책들을 읽는 것이다. 그러다가 새벽녘에 잠드는 것이 다반사고 머리를 툭 하고 얻어 맞은 것 같은 구절들을 만나면 포스팅 하게 된다.

오늘 새벽에도 스탠드 켜고, “어떤 책을 읽을까?” 하고 책들을 둘러보다가 첨 보는 제목이 있길래 머리말부터 차분히 읽는데 머리가 시원해졌다. 17세기 프랑스 출신의 극작가이자 배우였고 연출가이자 극단주이기도 했던 ‘몰리에르’가 쓴 『타르튀프』라는 희곡집이었다. 작가 이름도 그렇고 이 시대의 희곡집을 읽는 것은 처음이지 싶다.

어쨌든 그 당시 이 사람이 쓰고 연출한 희곡이 굉장히 문제가 되었던 모양이다. 특히 기득권층을 조롱거리가 되도록 만드는데 무슨 재주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대단한 소동이 있었고, 머리말은 이에 대한 변증문이라고 생각될만큼 자신의 의견을 논리정연 하게 써 내려갔다.

머리말을 읽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기득권을 가진 자들의 행태, 자신들이 가진 것을 지키려는 자들의 모습은 변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구토가 날 지경이었다. 그런 기득권 쓰레기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가는 몰리에르의 글, 한 구절 한 구절이 가슴에 비수가 되어 찌르고 있음을 느꼈다. 그 중에서 가장 머리를 맑게 해 주었던 문단을 올려본다. 

더불어 이 땅에 예술의 삶으로 권력과 맞서는 모든 예술 노동자들에게 감사와 박수를 보낸다.

끝까지 애쓰고 힘써 주시기를 멀리서나마 기원합니다. 힘내세요. 

“만일 희극의 역할이 인간의 악덕을 교화하는 것이라면, 어째서 (거기서 벗어나는) 특권을 누리는 인간들이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것은 국가에 그 어떤 것보다도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우리는 연극이 교화에 탁월한 효능이 있음을 본 바 있다. 진지한 도덕을 아름답게 묘사해 봐야 대개는 풍자보다 효과가 없다. 또한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을 나무라는 일에 있어서 그들의 결점을 그려 내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은 없다. 사람들의 악덕을 모두의 조롱거리가 되도록 드러내 놓을 때 그 악덕은 큰 타격을 입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비난을 쉽게 감내하지만 조롱에는 그러지 못하다. 못된 사람이 될지언정 결코 우스꽝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 Moliere, 『타르튀프』, 신은영 옮김 (서울: 열린책들, 201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