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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에 앉은 책들

주진우의 정통 시사 활극 주기자 주진우 책 읽다가 울었다... 지랄 같은 우리 현실이 서러워 울었다... 더보기
텅 빈 충만: 空의 하느님... 어제 저녁에는 100만년 만에 공부 좀 해 볼거라고 책 상 머리에 앉아 책을 집어 들었다. 집어 든 책이 “텅빈 충만: 공의 하느님”이란 책이었다. 일본 선불교 철학을 현대 서구철학과 대화시키는데 앞장 섰던 교토학파의 2세대 쯤 되는 학자인 아베 마사오와 과정신학자로 종교간의 대화와 신학에 헌신에 온 존 캅 등이 함께 저술한 책이었다. 아베 마사오가 그리스도교의 하느님과 그리스도의 자기비움과 자기 부정 그리고 불교의 핵심이라고 말해지는 공을 현대의 과학주의와 니체의 니힐리즘에 맞서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이냐에 대해 거의 책 한 권 분량으로 저술한 것에 대해 서구신학자들의 반응을 책으로 담은 것이다. 무엇보다 재미있었던 것은 아베 마사오가 서구의 과학주의와 니체의 니힐리즘을 해석한 부분이었다. 특히 니체의.. 더보기
마이클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 죽어도 나오지 않는 이야기... “정의란 무엇인가”가 철학 교양서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도서 부분 판매 1위를 차지한지는 꽤 되었다. 그 뒤로 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가 그 뒤를 잇고 있다. 문자 그대로 베스트셀러이겠다. 하지만 이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부정의 하고 자유시장주의의 물결에 숨을 헐떡이고 있는 사회인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아닐까? 낮에는 등불을 켤 필요가 없고 어둠 속에서야 등불의 진가를 알아볼 수 있듯이 “정의란 무엇인가”에 열광하는 것은 그만큼 정의에 목마르다고 볼 수 있으므로. 누군가 그렇게 떠들었던 공정사회는 개뿔...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이름 아래 당연히 기대할 수 있는 국제 정의의 문제가 거의 언급되고 있지 않다. 미국은 제2차 대전 이후 냉전체제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정치.. 더보기
폭력은 약자가 멈추어야 할 것이 아니다... 교회에서 초등부를 담당해 6년간이나 설교를 해 왔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만났던 아이가 이제 벌써 고등학교 입학한다니 만감이 교차한다는 말이 실감난다. 어으 징그러워...ㅋ 어쨌든 이 친구들에게 설교할 때마다 늘 이 친구들이 사회를 바라보는 눈을 길러주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쓰긴 했다. 사실 누가 들으면 사상 교육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ㅋ 아직도 이 친구들에게 했던 나 스스로 기억에 남는 설교는 폭력을 멈추라는 말은 약자에게나, 약자 스스로가 해야 할 말은 결코 아니라고 했었다. 폭력을 멈추라는 말은 강자들이 강자들에게 혹은 강자들이 스스로에게 해야 할 말이라고 했었다. 그러면서 이야기 해주었던 성서 구절이 바로 "사랑은 불의를 보고 기뻐하지 아니하고 진리를 보고 기뻐합니다".. 더보기
송경동 -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송경동 어느날 한 자칭 맑스주의가 새로운 조직 결성에 함께하지 않겠느냐고 찾아왔다 얘기 끝에 그가 물었다 그런데 송동지는 어느 대학 출신이오? 웃으며 나는 고졸이며, 소년원 출신에 노동자 출신이라고 이야기해주었다. 순간 열정적이던 그의 두 눈동자 위로 싸늘하고 비릿한 막 하나가 쳐지는 것을 보았다 허둥대며 그가 말했다 조국해방전선에 함께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라고 미안지하만 난 그 영광과 함께하지 않았다 십수년이 지난 요즈음 다시 또 한 부류의 사람들이 자꾸 어느 조직에 가입되어 있느냐고 묻는다 나는 다시 숨김없이 대답한다 나는 저 들에 가입되어 있다고 저 바다물결에 밀리고 있고 저 꽃잎 앞에서 날마다 흔들리고 이 푸르른 나무에 물들어 있으며 저 바람에 선동당하고 있다고 가진 .. 더보기
발바닥 사랑... 박노해... 무슨 말을 쓰면 사족이려니 싶다. 참 아름다운 시다. “사랑은 발바닥이다” 머리는 너무 빨리 돌아가고 생각은 너무 쉽게 뒤바뀌고 마음은 날씨보다 변덕스럽다. 사람은 자신의 발이 그리로 가면 머리도 가슴도 함께 따라가지 않을 수 없으니 발바닥이 가는 대로 생각하게 되고 발바닥이 이어주는 대로 만나게 되고 그 인연에 따라 삶 또한 달라지리니 현장에 딛고 선 나의 발바닥 대지와 입맞춤하는 나의 발바닥 내 두 발에 찍힌 사랑의 입맞춤 그 영혼의 낙인이 바로 나이니 그리하여 우리 최후의 날 하늘은 단 한 가지만을 요구하리니 어디 너의 발바닥 사랑을 보자꾸나. - 박노해 신작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58 더보기
자신을 씀으로 자기를 흩으러뜨리다... 중세신학을 열어졌혔던 신학자 아우구스티누스와 아내를 살해하고 자신은 자살로 생을 마감했던 프랑스 포스트-맑스주의의 거두 루이 알튀세르의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자신의 자선전을 남겼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자서전이라고 하면 흔히 생의 완숙기에서 삶을 반추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이들은 자서전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데 자신을 타자화시킴으로 새로운 주체를 탄생시켰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자신의 이름에 각주를 다는 작업으로 자신을 객관화시키고 그럼으로써 자신을 새롭게 인식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글이 쓰여지면 저자는 죽는다고 저 유명한 프랑스 구조주의자 롤랑 바르트가 말하지 않았는가!? 저자는 자신에 대한 글을 씀으로 죽음에 이르고, 죽음을 통과한 저자는 새로운 주체로 부활하는 아침을 맞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