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썸네일형 리스트형 서효인 - 인문대 소강당 인문대 소강당 - 서효인 단상에는 오랜만에 햇빛을 밟은 칸트 선생이 험악한 인상으로 청중을 내려다보고 있다. 있다, 라는 말을 함부로 쓰는 일을 그는 경계했다. 독일인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 있다, 라는 말을 생각할수록 없다, 라는 말도 점점 못생겨졌다. 어딜 가나 지각하는 인간은 있고 그들은 허리를 한껏 숙이고 뒷문을 통해 들어와 빈자를 찾는다. 인간 고유의 정신을 망각한 짓이다. 핸드폰이 울린다. 칸트 선생은 잠시 말을 멈추고 천장을 본다. 조잡한 최신 가요의 음파가 강당의 바닥에서 천장으로 올라가 멀리 흩어지며 사라진다. 빌어먹을 학부생 같으니. 인간이길 포기한 원숭들은 목을 흔들며 느린 춤을 추고 있다. 있다, 라는 말에 대해서 헤겔 선생은 다른 입장을 갖고 있다. 있다는 것은 산다는 것..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