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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부터의 사색

"감”의 제대로 된 독일어 단어는 "Die Kakifrucht”다 함께 살고 있는 독일 친구와 후배 하나와 집에서 맥주 한 잔 하는데 후배가 감을 사들고 왔다. 이래저래 이야기를 나누다가 “감”이 독일어로 뭐라고 하냐고 하니까 하도 이상한 발음을 하길래 철자를 물어봤다. “Khakifrucht”란다. 근데 우리나라 건 해외에서 만들어진건 간에 독일어 사전 앱을 아무리 뒤져도 저 단어가 안 나온다. 신기한 건 독일친구가 사용하는 사전 앱(dict.cc)에는 이 단어가 나온다. 아, 그리고 독일어 사전 앱마다 독일어의 감은 모두 “Persimone”이다. 아마도 독일 지방 방언쯤 되나 싶기도 한데 참 별일이다 싶다. 어쨌건 독일어 “Frucht”가 과일이라는 뜻인데, 그 앞에 붙은 "Khaki"라는 단어는 흔히 알고 있는 “카키”색 할 때 그 단어이다. 또 희한한 건 "감.. 더보기
出家, 또 하나의 시작 구도자와 종교인의 길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누구에게든지 열려 있는 길이다. 하지만 한 종교에 온전히 헌신하는 길은 조금은 다른 길이다. 여기서 다르다는 말은 특별하다는 뜻이 아니라 일상적이지 않다는 말이다. 불교의 승려, 이슬람의 이맘, 유대교의 랍비, 동서방교회의 사제, 개신 교회의 목사 등, 다양한 종교와 그 종교의 전통에도 불구하고 한 종교에 온전히 헌신하여 그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치뤄야 하는 의식은 바로 출가(出家)라는 과정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기반을 버리고 안전과 평안을 뒤로 하고 고된 길을 가겠다는 마음과 상징적 행위가 출가이다. 다양한 종교가 있는만큼 이 출가라는 의식도 다양하다. 불교에서 출가는 속세를 떠나 불문(佛門)에 드는 것을 말한다. 스님들의 출가는 머리를 .. 더보기
식민지적인, 너무나 식민지적인 이번 달부터 함께 살고 있는 독일 친구에게 쓰레기 분리 수거장과 분리 수거법을 가르쳐 주고 들어와 독일 철학자들이니 문학가들에 대해 온갖 단어들을 다 동원해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호르크하이머, 아도르노, 하버마스, 악셀 호네트, 괴테, 귄터 그라스, 페터 슬로터다이크 등등… 근데 이상한 것이 이 독일 친구보다 내가 독일 학자들이나 문학가들의 책들을 더 많이 알고 읽은 것 같다는 점이다. 웃긴건 독일 친구에게 좋아하는 문학가가 누구냐고 물어보니 이상한 발음을 하길래 몇 번을 Was라고 묻고 그의 Werk가 뭐냐고 물어보니 라고 하길래 그제서야 “괴테”라는 것을 알아들었다. 역쉬 본토 발음이 다르긴 다르다. 뎅장. ㅋㅋㅋ 어쨌든 내 독서량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닌데 이게 뭔 일인가 싶다. 그러면서 드는 생.. 더보기
무슨 마음일까? 하루하루 살다보면 어느 기간엔가 그 전에는 잘 안 쓰던 단어들을유독 집중적으로 사용할 때가 종종 생긴다. 그러는 나를 발견할 때면 꼭 자기 최면을 걸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상황이나 마음은 사용하고 있는 단어와는 정반대이면서그렇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인지 아니면 그렇게 되고 싶다는 표현인지는나로서도 확 한 번에 파악이 안 되지만 참 멋쩍어 보인다. 사실 문제는 그렇게 안 쓰던 단어를 사용하는 이유를상황과 마음으로 잘 가져가지를 못한다는 것이다.잘 안 쓰던 단어를 갑자기 열심히 사용하는 자신도 제대로 파악이 안 되고파악했다고는 하더라도 왜 그 단어를 그렇게 집중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자신의 상황과 마음에 무슨 일이 있어서 사용하고 있는지를 모른다는 말이다. 요 며칠 내가 안 쓰던 단어 중에 "줄타기"라는 말이 자.. 더보기
2년만에 전복 사고가 나다 빨래 세제와 섬유 유연제가 다 떨어져 마트엘 갔다.간 김에 과자와 음료수도 구입하고 똘래똘래 집으로 오는 길이었다. 늘 하던대로 인도가 어지간히 험하지 않으면 인도로 다닌다.왜냐하면 장애인 인권단체에서 일 하는 후배가 내게 해 준 말 때문이다.여자 후배이지만 이 친구는 꼬박꼬박 형이라고 부른다. "형, 전동스쿠터나 전동휠체어 타고 도로로 다니면 안 돼요.도로로 다나디가 사고나면 100% 장애인 책임이에요.법으로는 이게 자동차나 오토바이 같은 것들이 아니라서꼭 인도로 다녀야해요. 조심해서 다녀요." 아마 이 이야기를 작년 1월 한참 추운 겨울에 들었을게다.그 전부터 전동스쿠터를 타고 다니면서도 별 생각이 없었는데저 이야기를 들은 이후로는 어지간히 인도가 나쁘지 않으면인도를 보행하는 시민들에게는 불편을 끼치.. 더보기
변하지 않는 것은 없지만... 페이스북 이웃께서 '복'자 들어가는시인 세 명을 포스팅 하셨다.그걸 읽으니 시집도 가지고 있고나도 참 좋아하는 시인들이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 해도,지금도 마음이 그렇게 멀어진 것도 아니지만,난 '정호승' 시인을 가장 좋아한다. 그러고 내가 좋아했던 시인들은 이렇다. 윤동주, 김소월, 이육사, 서정주,정호승, 함민복, 이성복, 복효근... 그 외에도 많은 한국 시인들을 좋아하지만,대충 마음과 머리에 담겨 있는 분들이다. 외국 시인들의 시도 좋아하지만,정서가 달라서 그런지 누구하고딱 떠오르는 시인이 없다.어지간히 한국 어법에 맞추어잘 번역되지 않으면 괜한 이질감부터 느껴진다. 어쨌든 그렇게 좋아했던정호승 시인의 행보가 이상해진 요즘,예전 시인들과 시집에 손이 자꾸 간다. 20대 젊은 시절, 그렇게 읽어댔던.. 더보기
내 안에 있는 “악마를 보았다” 한 시간 가까이 앉아서 내 안에 있는 “악마를 보았다.” 그렇게 내 안에 있는 악마를 보면서 “섬뜩하다”는 단어를 떠올렸다. 하지만 “앞으로 더 큰 악마를 보게 되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quam misera erat!” - St. Aurelius Augustinus, Confessiones, LIBER VI, CAPUT 6. “그때 내 영혼이 얼마나 불행했습니까?” - 어거스틴, “6장헛된 행복의 추구(명예와 돈과 결혼)”, 『성어거스틴의 고백록』, 선한용 옮김(서울: 대한기독교서회, 2003), 187. “내 영혼은 그때 얼마나 비참했는지요?” - 성 어거스틴, “제6권_정신적 방황의 계속 - 6. 거지를 부러워하다”, 『성 어거스틴의 고백록』, 김광채 옮김 (서울: 기독교문서선교회, 20.. 더보기
나의 글 읽기는 팔할이 오독이었고... 뭐 하나 고민되는 것이 있어서 지난 이틀간 그거에 매달리다가 이틀간 4시간도 못 잤다. 너무 매달리고 있다가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이것저것 억지로라도 책을 좀 읽고 글도 끄적거리고 했었다. 하지만 이럴 때면 꼭 사고 하나씩 친다. 오늘 좋은 모임이 있어서 날짜와 시간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고민하던 문제에 정신이 팔려 시계를 보니 약속 시간이 다 되어 허겁지겁 씻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얼마나 정신이 없었던지 문 잠그는 것도 잊어버리고 그냥 나간거다. 집에 도둑 맞을 수 있는거라곤 노트북 한 대밖에 없으니 그리 걱정도 없지만 돌아와 열쇠를 돌려보니 와~ 이렇게 정신이 없었구나 싶었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약속 장소를 엉뚱하게 인지하고 있어서 다른 곳으로 찾아갔고 약속이 있었던 장소로 또 부.. 더보기
수단이 정당해질 때까지 늘 생각하는 것이고 늘 듣는 이야기이지만, 목적이 정당하다고 해서 그 수단까지 정당화 될 수는 없다. 목적이 정당한만큼 그 수단도 정당해야 한다. 나 뿐만 아니라 누구나 다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이게 말이 쉽지 생각 따로 삶 따로 일 때가 다반사다. 이건 누군가를 향한 말이 아니라 내 자신에게 하는 말이다. 그래서 움츠려 들 때가 많고 그러지 말아야지 하지만 쉽게 잘 안 되는 것이 솔직한 이야기다. 하지만 대부분의 분들이 그리 사시는 것 같다. 열심히 정직하게 자기 노동을 하시고 삶을 꾸려 가시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부끄럽고 그러지 못하는 내 자신이 참 못나게 보인다. 언젠가는 그리 되겠지 그리 되겠지 스스로를 다독여 보지만, 지금도 그리 못하는데 먼 훗날을 기약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생각이 없지 싶다.. 더보기
내 옆집 장애인 부부의 행복한 삶... 처음 아파트로 이사 오고 나서 한 달쯤 지났으려나, 복도를 지나다닐 때마다 익숙한 소리가 들려오길래 “뭐지, 뭐지?” 했었다. 하루는 조금 천천히 걸으며 작은 소리에 귀를 쫑끗하고 세웠었다. 알고 보니 언제들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만큼 오래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뉴스와 음악들이었다. 그러다가 “요즘 시대에 왜 라디오를 들으실까?” 하다가 머리를 한 대 쿡 하고 쥐어박았다. 내 바로 옆집에는 시각장애인 남편분과 비장애인 부인께서 살고 계신다. 남편분께서 텔레비전을 시청할 수 없으시니 라디오를 듣고 계신 것이었다. 아내되시는 분께서는 그래도 “텔레비전을 때때로 한 번씩은 보고 싶으실텐데” 하는 생각도 들기는 했다. 하지만 그런 것이 대수랴, 라디오를 듣든 텔레비전을 보든 서로 사랑하며 사는 것이 최고라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