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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부터의 사색

나이가 들긴 들었다 예전에는 책을 제본하게 되면 얼마나 최대한 원본에 가깝게, 그것도 책 껍데기까지 똑같이 해주느냐가 관건이었다. 정말 그런 제본 집을 찾았다. 정말 어느 게 원본이고 어느 복사본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잘 해주시는 제본집이었고 풀도 정말 두껍게 칠해 주셔서 원본보다 책도 더 단단했다. 하지만 일주일 정도 된 일인데, 후배에게 도서관에서 책 대출해서 제본을 부탁했는데, 그러면서 A4 용지 사이즈로 확대해서 제본해 달라고 했다. 원래 작은 책이기도 했지만, 원본 비스무리고 나발이고 이제는 글자가 안 보여서 도저히 못 보게 된 덕분이다. 노안이다, 뎅장. ㅋㅋㅋ 그리고 풀 제본이 아니라 스프링 제본으로 부탁했다. 책 넘기는 것도 이제는 버겁다. 그냥 돌돌 스프링으로 말려 있는 책이 잘 넘어가고 힘도 안 든다... 더보기
승질머리와 글의 강도 특별한 계기가 없는 이상 말보다는 글이 편하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생각해 봤다. 글이라는 것에 맛을 들인 기회가 있었다. 내가 70년 초반 생이니 위로 누님들은 죄다 60년대 생이시다. 첫째와 둘째 누님은 국졸, 셋째 누님은 고졸, 넷째 누님은 전문대졸이었다. 근데 셋째와 넷째 누님은 그 당시 여상(여자상업고등학교)를 다니셨다. 여상을 졸업하고 회사 취직을 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목(?)이 “일반상식”이었다. 그 당시는 지금처럼 컴퓨터나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라 책으로 모든 걸 해결했던 때였다. 당연히 상식책이 유행하던 때였고 그게 매년 내용을 증보하거나 모양새를 다듬어 출판되었다. ​ 누님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하시자마자 상식책이 집에 넘쳐나기 시작했다. 그 당시는 그건 무슨 용도인지도 모르고 그냥 .. 더보기
차이가 만들어내는 감동 ​ 스피커로 보컬이 들어간 음악을 듣는 것과 헤드폰이나 이어폰으로 동일한 음악을 들을 때 내가 느끼는 차이점 하나는 음악가의 미세한 숨소리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피커는 공중으로 소리가 흩어지니 어지간히 집중하지 않으면 놓치게 되는데 헤드폰이나 이어폰은 그냥 들을 수 있을 때가 대부분이다. 이런 숨소리를 확인할 때마다 묘한 감동이 밀려 온다. 음악가의 열정이 느껴져서이다. 멋지다, 뎅장. ㅋㅋㅋㅋㅋ 더보기
아, 형, 부끄러워요 희희덕거리고 있었지만, 사실 오늘 머리꼭지 다 날라가는 일이 있었다. 속된 말로, “저거는 내 손으로 파 묻는다.” 이러고 앉아서 씩씩거렸다. 주위에서는 하지 말라고 말리는 걸 꾸역꾸역 결국 파 묻는 수순까지 갔다. 그래도 사실 분이 풀리지 않아 머리도 아프고 해서 그냥 재미있는 일이나 생각해 보자 하다가 옛날에 웃겼던 기억들을 떠올렸다. 그러다가 같은 일을 겪었던 동생도 심심하면 나를 놀리는 일이 하나 기억났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어처구니 없고 웃기는 일이다. 예전에는 “내가 장애인 인게 어때서? 내가 뭐?” 이런 마음에 오버 액션이 많았다. 어디를 가도 당당해지려는 마음에서 튀어나온 행동들이었다. 그런데 이게 나 혼자면 문제가 아닌데 같이 다니던 동생들이 부끄러워지는 일들이, 종종이 아니라, 자주 .. 더보기
성서 해석이 폭력과 살인 기계가 될 때 성서와 현대와의 간격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2,000년 이상이다. 성서에 기록된 내용은 둘째치더라도 성서에 등장하는 여러 가지 사회·문화적인 전통은 계속되는 것이 있기도 하지만 거의 사라졌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을 씨줄과 날줄로 하여 기록된 성서의 내용을 그때 그 자리에서의 의미로 이해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 즉 성서가 공간과 시간을 전제로 해서 기록되었다는 것을 기억해야만 하는 이유는 성서가 어떤 이들에게는 누군가를 향한 폭력과 살인의 기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 그 자리에서의 의미를 복원하려고 노력하고 지금 이 자리에서는 어떤 의미일까 하는 기초적이고 근본적인 해석학적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하나님의 보편적인 사랑과 예수 그리스도의 해방의 복.. 더보기
20160829 속된 말로 비장애인이면 걱정도 고민도 안 할 것 같은 일을 고민하고 걱정하고 있으면 짜증나고 화가 나다못해 자존심이나 자존감이 바닥이다. 그럴 때면 늘 내가 할 수 있는 거 하면 그만일껄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어 또 승질이 올라온다. 나이를 이만큼 먹었으면 자유로워질만한데 아직도 이러고 있는게 한심스럽고 어떤 상황을 만날 때마다 더 괴팍해진다. 오늘도 그런 상황을 맞닿뜨리고 혼자 지하철 역에 있으면서 오만 쌍욕을 혼자 속으로 내뱉다가 결국 서러움에 북받쳐 찌질하게 울었다. 뭐 잘난 것도 없는 인간이 뭔 개똥같은 자존심만 이리 쌓아놓고 있는지 감당이 안 된다. 이리 살아서 어따 써 먹나 싶다, 뎅장. ㅋㅋㅋ 더보기
고향, 어머니의 자궁일까?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를 읽으면 읽을수록 하이데거 할배가 자꾸 생각난다. 하이데거 할배의 책들은 하도 어려워 읽어도 읽은 것 같지 않아 뭐라 말하기도 부끄럽지만, 하이데거 할배가 현대를 일컬어 “고향 상실의 시대”라고 정의한, 바로 그 정의가 온갖 고생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고향 이타케와 그의 아내 페넬로페와 아들 텔레마코스가 살고 있는 집으로 돌아가고자 했던 “『오뒷세이아』의 오뒷세우스”¹와 겹쳐진다.혹시 하이데거 할배가 오뒷세이아에 대해 뭐라도 한 마디 했을까 싶어 논문들을 찾아봤지만 역시나 없었다. 하이데거 할배가 하나 쓸만도 했을텐데 왜 쓰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했다. 하기야 고대 그리스 철학에 대한 하이데거 할배의 평가가 그럴 생각도 못하게 했을 수도 있겠다 싶다.어쨌든 고향이라고 하.. 더보기
퀴어 퍼레이드를 허하라!!! 예전에 한 후배가 동성애를 주요 코드로 하는 천조국 드라마를 한 편 소개시켜줬었다. 그것도 벌써 몇 년전의 일이었고 내 드라마 취향은 스릴러 아니면 싸이파이라 별 흥미가 없어서 시청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요즘 한 참 즐겨 보는 한 싸이파이 드라마에서 재밌는 설정이 등장했다.등장인물들 중에서 경찰 서장이 한 명 있는데 이 사람이 동성애자이다. 근데 한 에피스도에서 결혼식을 앞두고 식준비로 골머리를 앓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러면서 주인공에게 이런 대사를 날린다."Never get married!"이 장면이 정말 자연스럽게, 속된 말로 이성애자들의 결혼과 별로 다를 것이 없게 그려놨다. 한 가지 다른 것이 있다면 경찰 서장이라고 하면 공무원인데, 이게 드라마라서 그런지 아니면 아니면 천조국 현실이 그런지는 모.. 더보기
메르스보다 무서운 것... 누구나 하게 되는 생각이겠지만, 이번 메르스 사태를 지켜 보면서 드는 생각은, 전염병 사태를 초기에 해결하지 못하면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망가진다. 특히 전염병은 눈에 보이질 않으니 저 사람이 환자인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생겨나면서 불안해 하고 공포에 떨게 된다. 결국 그 끝은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불신만 생기면 다행이지만, 사태가 점점 더 커지면 자신을 보존하기 위해 어떠한 폭력도 불싸하게 된다. 흔히 세상 종말을 그리는 Sci-Fi 영화의 한 장면이 그저 영화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로 일어난다. 인간 최후의 존엄성마저 상실하게 된다.이건 극단의 경우이지만,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상태는 서서히 인간 관계를 망가뜨리고 있는 현실이다.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정말 세계 종말 .. 더보기
어린 시절 동네 패싸움에 대한 기억 아침 나절 강의를 마치고 점심 나절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잠시 그늘에서 쉬면서 멈춰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아이를 데리고 나온 어머님들도 계셨고, 한 아이의 어머님이 다른 어머님들과 이야기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아이의 나이가 6살이고 병원 다녀오는 길에 유모차를 가지고 나오셨단다.6살이라는 이야기가 들리자 “난 저 때 뭐했지?” 하는 물음이 머리를 스친다. 첫 번째로 떠오르는 기억이자 유일한 기억은 이 동네 저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돌아다니며 패싸움 하던 것이었다. 이건 뻑 하면 집단 패싸움이었고 우는 놈이 하나라도 생기면 무조건 패배였다.초딩 입학 전이었으니 목발로 다닌 적은 별로 없었고 친구들에게 업혀 다니면서도 그런 패싸움에서 빠진 적은 없었다. 일단 선빵이 유효해야 했고 어쩌다가 맞아도 아프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