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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에 앉은 책들

안도현, 네가 보고 싶어서 바람이 불었다 가을이긴 가을인가 보다.또 이렇게 달달한 문장들이 생각나는걸 보니.싫다, 뎅장. ㅋㅋㅋ “네가 내 옆에 없었기 때문에 나는 아팠다. 네가 보고 싶었다. 네가 보고 싶어서 바람이 불었다. 네가 보고 싶어서 물결이 쳤다. 네가 보고 싶어서 물속의 햇살은 차랑차랑하였다. 네가 보고 싶어서 나는 살아가고 있었고, 네가 보고 싶어서 나는 살아갈 것이었다. 누군가가 보고 싶어 아파본 적이 있는 이는 알 것이다. 보고 싶은 대상이 옆에 없을 때에 비로소 낯선 세계 속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서고 싶은 호기심과 의지가 생긴다는 것을. 그렇게 나는 네게 가고 싶었다.” 안도현, “네가 보고 싶어서 바람이 불었다”, 『안도현 아포리즘: 네가 보고 싶어서 바람이 불었다』 (서울: 도어즈, 2012), 54. 더보기
앨리 러셀 혹실드, <감정노동> 요즘 많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이다.역시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니 별걸 다 관심을 가지게 된다.예전에는 생각도 못했던 주제였는데 말이다.감정노동(emotional labor)은 “다른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하려고 자신의 감정을 고무시키거나 억제”하는 것이다.(21쪽)“감정노동에서는 직업 유형에서 흔히 사용되는 구분 방식”(27쪽)이 무용하다는 것도 동시에 강조한다.“감정이 성공적으로 상업화된 상황에서는 노동자가 거짓이라는 느낌이나 소외되었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다. 노동자는 자신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실제로 얼마나 인간적인지에 만족감”(176쪽)이다.“승객이 항상 옳은 건 아니겠지만, 승객은 절대 틀리지 않습니다.”(179쪽)“감정노동은 사람들과 개인적인 접촉을 해야 하고, 다른 사람들의 마음 상태를 만들어.. 더보기
말과 말 사이의 삶들 “아픈 데는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없다,라고 말하는 순간 말과 말 사이의 삶들이 아프기 시작했다.”- 이병률, 『눈사람 여관』 (서울: 문학과 지성사, 2013)시인들의 감수성이란 이런 것인가보다 싶다. 더보기
충실한 것과 자연스러운 것 중에 어떤 것이 좋은 번역일까? 독일어 책을 읽다가 한참 이해가 안 되는 문장이 있으면 종종 영어로 번역된 책들을 읽곤 했었다. 그런데 독일어에서 영어로 번역된 책을 읽다가 보면 "왜 이렇게 말이 다르지?" 하는 생각에 고개 갸우뚱거릴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어떤 때는 너무 심하게 의역을 해놔서 독일어 책과 아예 다른 뜻으로 비춰지기도 했었다.이 부분이 너무 궁금해서, 자칭 명문대 국어영문학과 출신 후배에게 물어보니 "미국이나 영국 사람들이 다른 언어의 책을 영어로 번역할 때 자연스러운 영어 문장을 추구해" 하는 대답을 해 주었었다. 이 말을 듣고 나니 그제서야 가지고 있던 의문이 풀렸던 경험이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좀 심하다 싶을 때가 많다.어쨌든 그 후배가 해 주었던 말의 역사적 기원을 이야기해 주는 책을 한 권 읽고 있다... 더보기
빌헬름 라이히, 계급과 욕망 해방을 위해 몸을 던졌던 이론가 내일이면 추석을 맞이해 부산 가는 길을 예비하기 위해 지붕 수리를 하려고 몇 년째 이용하고 있는 이발소를 향해 갔다. 그런데 이게 뭔 일인지, 점심에 먹었던 뭐가 잘못됐는지는 몰라도 갑자기 화장실을 가야 하는 비상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나의 전동휠체어는 어느 새 학교로 진격하고 있었고 평안한 시간을 맞이했다. 뎅장. ㅋㅋㅋ그렇게 학교를 나오는데, 한시적으로 사용할 행사용 책자를 만들어야 하는 일을 형님 한 분과 맡았는데, 그 형님을 정문 앞에서 딱 하고 마주쳤다. 학교 앞 편의점에서 음료수 마시며 이리저리 잠시 대화를 나누다가 책자 준비를 위해 도서관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지붕 수리를 하기 위해 먼저 일어나섰다. 그리고는 한 시간 가까이를 수리에 전념했다. 수리를 마친 후 형님과 도서관에 입성해.. 더보기
역사적 사회, 사회의 역사 - 소광희 교수의 [인간의 사회적 존재의미]를 읽는다 소광희 교수, 한국 철학계의 산 증인이자 거목이다. 하이데거의 을 번역하기도 했고, 도 직접 저술하기도 했다. 하이데거를 전공하고 있는 절친의 말에 따르면 한국 철학계에 하이데거 연구의 최고라고 하는 한국외대 이가상 교수의 번역본보다 소광희 교수의 번역본이 더 가독성이 좋다고 했다. 어쨌든 이런 분을 두고 천재라고 하지 않나 싶다. 재미있는 점은 얼마 전에 모 케이블 방송에서 방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에서 [야동 순재] 옹께서 서울대 철학과 54학번이라는 것이 밝혀졌었는데, 소광희 교수가 [야동 순재] 옹과 동기이거나 한 학번 빠르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비교해 놓고 보니 기분이 묘해지기도 하고 자꾸 웃음이 난다. 소 교수와 야동 순재 옹은 어떤 사이었을까 하고 자꾸 상상이 가서 더 웃긴다. 하여간 어느 날은.. 더보기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Henry David Thoreau, 이 분에 대해 구구한 설명을 할 능력도 없고, 해봐야 손만 아픈 분이다. 이 분이 숲 속에 살면서 명상한 글들을 엮은 책이 “Walden”이다. 국내 번역본만 해도 30종은 족히 넘는 것으로 알는데, 워낙 좋은 글들이 많고 유명하니 그럴게다. 난 국내 번역본은 구입하지 않아서 없고, 어찌 어찌하다가 1910년판 pdf 파일을 얻게 되어 가지고 있다. 글들이 짧고 그리 어렵지 않아 그냥 생각나면 이곳 저곳 한 구절 두 구절 정도 읽는 편이다. 이 책 자체가 원래 사색으로 쓰여진 글이라 그렇지만, 오늘도 그냥 앉아서 읽다가 마음에 와닿은 구절이 있었다. “I had three chairs in my house; one for solitude, two for friends.. 더보기
지젝이 말 하는 두 가지 멍청함... 책 첫 부분부터 빵 하고 터졌다. 그리고는 심하게 궁금해졌다. 난 도대체 저 두 멍청함 중에 어디에 속하는지 말이다. 아주 오랜 세월 전에 한 번은 후배 녀석(?)이 내게 핀잔을 주며 그랬다. “눈치도 없는게 어디 사람이가?” 그러고 보니 난 첫 번째 멍청함에 속한다. 아~ 스글프다~ 뎅장~ ㅋㅋㅋ 또 그러고 보니 박닭님은 둘 다에 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닝기리~ ㅋㅋㅋ --------------------------- “멍청함에도 정반대의 두 가지 유형이 있다. 먼저 주체가 똑똑 바보인 경우가 있다. 당최 말귀를 알아먹지 못하고, 상황을 논리적으로 이해하지만 감추어진 맥락의 규칙은 농치고 만다. … 이와 정반대되는 멍청함의 두 번째 형상은 얼간이의 멍청함이다. 자신을 철저하게 상식과 동일시하며, 완전히.. 더보기
카프카, 반항과 갈등 그리고 죄의식 Franz Kafka(프란츠 카프카)는, 딱히 어떤 문학평론가의 입을 빌리지 않더라도, 그의 작품을 한 권이라도 읽어 본 사람이라면, 문학사에 있어서 비교하기가 어려울만큼 독특한 인물이고 작품이라는 사실에 동의하지 싶다. 내가 처음 읽었던 카프카의 은 첫 장에서부터 “이게 도대체 뭐야?” 했었다. 물론 좀 어린 시절에 읽어다곤 하더라도 기괴하기 짝이 없는 소설이었다. 한 2년 전인가, 어떤 이유에서 손에 들게 되었는지는 이유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다시 읽을 때도 그 느낌이 딱히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철이 좀 들어서 그런지 예전만큼의 기괴함이 아니라 뭔가 모를 슬픔까지 느껴지는 묘한 경험을 하기는 했다. 명작이라고 하는 책들이 늘 그렇지만 카프가의 작품은 읽을 때마다 새롭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 그의 .. 더보기
Lois Tyson, Critical Theory Today: A User-Friendly Guide 겁나게 길어서 몇 문장 될 것 같지만, 딱 한 문장이다. 저자 Lois Tyson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제대로 이해해 보려고 번역해 보았다. 매끄럽게 번역한다고 용을 써 보니 생각만큼 매끄럽게 되지 않는다.원문의 한 문장을 번역해 보니 우리말로는 세 문장으로 나눠서 번역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이걸 한다고 두 시간 정도 끙끙거리고 앉아 있었다. 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론 공부 계속하는 것이 일단 중요하다는 것만은 알아 묵것다. 뎅장. ㅋㅋㅋ “우리가 계속해서 수많은 이론들을 공부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론 공부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전체 그림을 조망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단순히 다양한 관점들이 중요한다는 점을 우리 스스로에게 상기시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 경험을 근거 짓는 이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