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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

종교 브로커 없는 세상이 천국 역사적 예수 연구에 있어 우리 시대 최고의 거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천조국 로마가톨릭 신학자 존 도미닉 크로산. 그의 대표작이기도 한, . 이 책 내용은 정말 발군이다. 하지만 난 이 책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앞서 언급했지만 내용이 별로여서가 아니라 논의하는 방식이나 언어 자체가 와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이 번역되자마자 읽었을 때의 황당함과 황망함은 아직도 기억이 선하다. 어쨌든 역사적 예수 연구 분야에서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책은 바로 이 책과 게르트 타이센이라는 독일 학자가 저술한 라는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타이센의 책을 좋아했다. 대학원에서도 스승님이 개설하신 세미나에서 한 학기 타이센의 책으로 공부하면서 정말 질리도록 읽었다. 근데 내가 크로산의 책에서 정말 죽을 때까지 못 잊을.. 더보기
국어사전 좀 잘 만들어라 또 돈 안 되는 일 좀 해봤다. 사전이라는 것이 단어에 대한 의미를 알려주는 책이다. 모르는 사람이 이해되도록 설명하는 친절함이 기본이다. 예를 들어, “사과”라는 단어에 대한 뜻을 몰라 사전을 찾았다고 가정하자. 사전에는 이 사과 그 자체에 대한 묘사나 모양 등을 설명하는 게 사전 본래 기능에 충실한 것이다. 사진 등이 들어가는 것도 좋고 말이다. 다른 분들이 볼 때 사전 캡쳐한 사진 순서가 어떻게 보일지 몰라서 첨언해 두면 큰 사과 모양 사진이 있는 것이 Cambridge, 글만 잔뜩 있는 것이 Collins Cobuild, 여러 개의 사과 그림이 있는 것이 Oxford, 그리고 네모 상자 안에 설명이 있는 게 Merriam-Webster 사전이다. 문제는 국어 사전이다. 하나는 국립국어원 사전이고,.. 더보기
나체가 아니라 니체다 니체가 남겨 놓은 미출간 유고들과 니체 생전에 이미 출판된 책들까지 모두 학문적으로 철처하게 고증한 독일어 니체 전집을 한국의 니체 전공자들이 총출동해 거의 15년 전에 우리말로 번역해 출판했다. 한꺼번에 구입하기에는 책값이 무지막지 해서 한 권씩 구입해 읽는다. 우리말 니체 전집은 모두 21권이다. 지난 3달 전부터는 이른바 라고 알려진 유고집 3권을 읽기로 작정하고 전집의 순서로 19번 책을 구입했다. 또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는 사실 니체의 생각과는 전혀 상관없이 그의 여동생과 매제가 엉뚱하게 편집해 출판한 책이다. 그래서 독일 고증판 니체 전집은 라는 단행본 형태를 없애고 연도별 유고 형태로 출판했고 우리말 니체 전집도 이를 이어 유고 형태로 19-21번에 배치해 책을 출판했다. 니체 학계에서는 .. 더보기
이해와 설득 자꾸 나이 이야기 하면 어른들 앞에서 욕 먹을 일이지만, 그래도 나이도 먹을만큼 먹고 보니 인생사 사람 관계는 "이해와 설득" 딱 이 두 가지로 정리되는 것 같다. 상대방이 이해가 안 된다고 하면 왜 이해가 안 되는지, 그리고 내가 뭘 잘못한 건 없는지 살피고 이래저래 상대방이나 나나 이해될 때까지 머리 맞대고 이야기 하는 것이 최고다. 그리고 내가 잘못 생각하거나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았으면 상대방을 설득하면 될 일이다. 단, 이 모든 것의 전제는 서로가 같은 것을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데 이해와 설득은 얼토당토 안한 일이다.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면 이해와 설득은 접어야 하고 서로 다른 길을 가는 것이 서로에게 가장 좋은 길이다. 그래서 독일어의 이해를 .. 더보기
올 겨울 가장 잘한 일 ​​ 왼쪽 다리는 그럭저럭 견딜만한데 오른쪽 다리는 소아마비가 심해 거의 힘을 못 쓴다. 그러니 유난히 추위에 약하다. 바깥에 있다가 들어오면 완전히 얼음이다. 이거 어케 해야 되나 별의별 생각을 다하다가 갑자기 문득 번개맞은 모냥으로 아이디어가 떠오른게 핫팩을 발등과 발바닥에 샌드위치처럼 붙이고 양말을 하나 더 신어야겠다는 생각이 든 거다. 그렇게 해 보니, 오, 이건 신세계다. 반나절 정도는 너끈히 견디고 따뜻하다. 올 겨울 내가 가장 잘 한 일 중에 하나다. 역시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가 맞다. 아, 도대체 내 머리는 언제, 어따 쓰나 싶었는데 돌아가는 걸 보고 뿌듯함이 몰려온다, 뎅장. ㅋㅋㅋㅋㅋ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