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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

쉽게 쓰여진 소설 이건 순전히 내가 소설 쓰는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동생 만나서 밥 잘 묵고 돌아오는 귀가 길이었다. 승객들이 많아서 한 차 보내고 그 다음 차를 탔는데도 승객들이 많아서 아마 내 전동휠체어 공간 때문에 뒷 승객들이 제법 승차하지 못했을 것 같았다. 미안한 마음에 머리 쿡 박고 있었는데 정수리가 뜨겁다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들어보니 맞은편에서 왜 초로의 아자씨가 나를 째려 보고 있었다. 여기서부터가 내 소설인데 속된 말로 "너 같은 게 왜 탔냐!" 이런 눈빛이었다. 한 두 번은 설마 하는 생각으로 고개를 다른 데로 돌렸다가 다시 봤는데도 그러고 있길래, "이게 뒤질라고 환장했나?!" 하는 눈빛으로 눈도 한 번 안 깜빡거리고 같이 째려봐줬다. 그랬더니 슬금슬금 눈을 내려깔길레 나도 고개를 쑥였다가 다시 .. 더보기
내가 ‘아이히만’이다 기사를 읽다가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살의를 느낀다. 그냥 단순히 욕 몇 마디가 아니라 “저거 어떻게 죽일 방법이 없나?!” 하는 생각이 든다는 말이다. 어떨 때는 심장이 벌렁거리기도 한다. SNS를 사용하는 분들이 그런 기사를 공유하거나 그런 기사에 대해 멘트를 하는 건 정보의 차원이라기보다는 공분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으로 본다. 당연히 그래야 하고. 그래서 뭔가를 바꾸자는 공론장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유망국당 버러지 새끼들이 그러는 건 저것들이니까 하는 약간 나이브 한 생각이 들지만, 이런 버러지들 외에 기사들은 살의를 넘어 절망이 느껴진다. 그 기사의 등장인물들이 뭐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사에 등장하지 않을 뿐 기사 소재로 사용된 사람들의 생각들은 내 주위에도 지천으로 .. 더보기
Mark C. Taylor(마크 테일러)의 해체신학 혹은 방황 사실 토마스 알타이저를 생각하면 연상 작용이 되는 학자는 Mark C. Taylor이다. 그 스스로가 알타이저의 신학적 성찰과 사유로부터 큰 지적인 빚을 졌다고 말했으니 말이다. 알타이저의 신학적 사유와 테제를 끝까지 밀어부친 학자라고 해도 과언이다. 학부 스승님으로부터 소개받고 이 학자 책 두 권 제본했는데, 아직도 다 이해 못했다, 뎅장. ㅋㅋㅋ 어쨌든 이 학자의 군계일학의 책 두 권은 Deconstruction Theology(New York: The Crossroad Publishing Company, 1982)과 Erring: A Postmodern A/theology(Chicago: University of 등 Chicago Press, 1984)이다. 두 책 중에 뒷 책은 이건 번역부터 어떻.. 더보기
토마스 알타이저와 신 죽음의 신학 Thomas Jonathan Jackson Altizer, 줄여서 토마스 알타이저. 위독하다는 소식을 알타이저 교수의 제자이자 친구 분의 페이스북에서 읽었다.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학부 2년 때부터이지 싶은데, 1970년대 소위 급진신학자들의 책들을 일부러 골라서 읽었다. 그러던 중에 이 알타이저 교수의 사상을 접하게 되었다. 내 머릿속에는 전통 혹은 정통에 대한 반발감으로 인해 시작된 지적허세였다. 근데 읽으면 읽을수록 "이 사람들 왜 이렇게 신앙 좋아?"였다. 이름만 급진이었지 너무 신앙 좋은 옆집 아자씨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이들의 문제의식이 그들의 삶의 자리에서 시작된 고민이라는 것도, 그들의 고민이 남조선에서 시작될 것이라는 생각도 했었다. 사실 이들 급진신학자들의 글들을 .. 더보기
서정주 시인 윤동주의 시를 읽을 때마다 떠오르는 건 소똥 냄새나는 서정주의 시들이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이런 현상이 더해진다. 어쨌든 서정주의 시어에 대해 누군가 그랬다. “그의 시적 언어는 한국어가 가지고 있는 표현의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알 수 있게 하는 언어이다.” 해가 가면 갈수록 이 평가가 내내 머릿속을 맴돈다. 윤동주 시인의 생일이 얼마남지 않아 글을 하나 읽었는데 또 여지없이 마무리는 서정주다, 뎅장. ㅋㅋㅋ 아조 할수없이 되면 고향을 생각한다. 이제는 다시 도라올수업는 옛날의 모습들. 안개와같이 스러진것들의 形象을 불러 이르킨다. 귀ㅅ가에 와서 아스라히 속삭이고는, 스처가는 소리들. 머언幽明에서 처럼 그소리는 들려오는것이나, 한마디도 그뜻을 알수는없다. 다만 느끼는건 너이들이 숨ㅅ소리. 少女여, .. 더보기
기독교가 장애를 해석하는 범주 논문을 하나 읽으려고 찾아 놓고 첫 쪽을 읽는데 첫 줄부터 목구녕이 콱 맥힌다. The article implied that religion offers no relevant answers to the query, “What is disability?” According to the author the following answers are available: disability is (a) a punishment; (b) a test of faith; (c) the sins of the fathers visited upon the children; (d) an act of God; or (e) all of the above. If these were the only choices, I would hav.. 더보기
어처구니 없지만 그냥 살란다 멍 때리고 앉아 있다가 시간을 보니 12시가 가까이 돼서 후닥닥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아침에 일어나 씻는 걸 세상 구찮아 하는 닝겐이라 저녁에 씻는다. 그렇게 옷을 갈아 입고 나니 내 자신이 너무 웃긴다. 여름에는 반바지에 티 하나 걸치고 다니는 게 내 빠쑝이고, 겨울에는 목 폴라 티와 뚜꺼븐 패딩, 그리고 바지는 기모 츄리링 걸치면 겨울 빠쑝이다. 패딩도 겨울 내내 거의 같고, 안에 걸치는 목 폴라 티도 똑같은 제품에 똑같은 색으로 너덧벌 가지고 있다. 그러니 누가 보면 속으로 "저 닝겐은 옷이 없나, 맨날 똑같은 옷만 입네?" 할 판이다. 기관지가 약하지는 않은데 목에 찬 기운이 돌면 바로 목감기 드는 스타일이라, 이게 기관지가 약한 건가?, 어쨌든 목 폴라 티 없는 겨울 빠쑝은 상상도 못한다. 그.. 더보기
장애인차별철폐투쟁가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가 2005년 여름으로 기억된다. 교회 후배 하나가 종로구청 앞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취재 차 갔다가 듣게 되었다. 처음 이 노래 가사가 귀에 걸렸을 때의 충격은 말도 못했다. 하지만 더 충격은 저 투쟁가를 처음 들었을 때로부터 13년이 지났지만 저 가사의 현실은 여전하다는 점이다. 오늘 국회 앞에서 점검농성을 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많이 미안한 하루였다. 같이 있어야 할 자리였는데 하는 생각에서 말이다. 그래, 바뀐 건 없다. 악어의 눈물일 뿐이다. ​ 더보기
이퀄라이저2, 액션을 빙자한 바닥 사람들의 이야기 근 두 달만에, 드라마랑 영화를 통털어, 처음 봤지 싶다. 덴젤 워싱턴. 정말 대단하다. 요즘이야 환갑이 넘었다고 할아버지니 하는 시대는 아니지만, 그래도 환갑을 넘어 64세니 62세니 하는데 뭔 액션을 저렇게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잘 소화해내는지 신기하다. 마지막 장면들은 정말 몰입감 최고다. 하여간 이 영화, 액션을 빙자한 바닥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정말 실망시키지는 않는 배우구나. 덴젤 와싱통, 당신이 갑이요, 뎅장. ㅋㅋㅋ ​ 더보기
나이가 들긴 들었다 예전에는 책을 제본하게 되면 얼마나 최대한 원본에 가깝게, 그것도 책 껍데기까지 똑같이 해주느냐가 관건이었다. 정말 그런 제본 집을 찾았다. 정말 어느 게 원본이고 어느 복사본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잘 해주시는 제본집이었고 풀도 정말 두껍게 칠해 주셔서 원본보다 책도 더 단단했다. 하지만 일주일 정도 된 일인데, 후배에게 도서관에서 책 대출해서 제본을 부탁했는데, 그러면서 A4 용지 사이즈로 확대해서 제본해 달라고 했다. 원래 작은 책이기도 했지만, 원본 비스무리고 나발이고 이제는 글자가 안 보여서 도저히 못 보게 된 덕분이다. 노안이다, 뎅장. ㅋㅋㅋ 그리고 풀 제본이 아니라 스프링 제본으로 부탁했다. 책 넘기는 것도 이제는 버겁다. 그냥 돌돌 스프링으로 말려 있는 책이 잘 넘어가고 힘도 안 든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