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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에 앉은 책들

제3 세계, 아시아와 아프리카 장애 여성들의 이야기는 언제쯤

책보다는 영화를 먼저 관람했던 작품이다. 영화가 개봉한 후 한참이 지나 나이가 제법 들어서 관람했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하고 저런 일이 실재로 일어날 수 있나 하는 생각부터 너무 과장된 거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별별 생각을 다 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흑인을 다룬 작품하면 일명 "쿤타 킨테"로 불리는 드라마 <뿌리>와 더불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다.

그러다가 책을, 그것도 내 인생에 영어로 된 책 중에 유일하게 끝까지 완독한 책이었다. 이 책도 읽는 내내 불편하고 마음이 힘들었던 책이었다. 도대체 사람의 피부 색이 뭐길래 저걸 가지고 사람을 저렇게까지 유린할 수 있었을까 싶었고, 백인이라고 하는 것들의 가면이 더럽고 치가 떨리게 만들었던 책이다. 그 고통이야 다를 바 없겠지만, 백인들의 고통과 고난은 그냥 어리광이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어쨌든 이후로 여성주의 혹은 페미니스트 하면 나한테 기준은 엘리스 워커의 이 작품이 되었다. 흑인이면서 여성 혹은 황색인이면서 여성이라는 이중적 억압에 시달리는 상황에 대한 해석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 이론에 대해서는 좀 멀리한다. 이들이 당하는 고난은 속된 말로 상상을 초월한다.

또한 제3 세계 여성들, 아시아나 아프리카 여성들, 여기에 장애를 가진 여성들이라는 상황까지 더 생각해야 한다는 최근 몇 년 어간의 인식의 변화까지 하면 참 뭐라 할 말이 없어진다. 이들이 당하는 고난과 고통은 드러나지 않고 억압 당하고 짓눌림 당하는 상황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은 전혀 없다. 장애여성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없다.

이 <컬러 퍼플>이 뮤지컬 영화로 다시 제작된다는 뉴스를 읽으니 별별 생각이 다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