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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

승질머리와 글의 강도 특별한 계기가 없는 이상 말보다는 글이 편하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생각해 봤다. 글이라는 것에 맛을 들인 기회가 있었다. 내가 70년 초반 생이니 위로 누님들은 죄다 60년대 생이시다. 첫째와 둘째 누님은 국졸, 셋째 누님은 고졸, 넷째 누님은 전문대졸이었다. 근데 셋째와 넷째 누님은 그 당시 여상(여자상업고등학교)를 다니셨다. 여상을 졸업하고 회사 취직을 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목(?)이 “일반상식”이었다. 그 당시는 지금처럼 컴퓨터나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라 책으로 모든 걸 해결했던 때였다. 당연히 상식책이 유행하던 때였고 그게 매년 내용을 증보하거나 모양새를 다듬어 출판되었다. ​ 누님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하시자마자 상식책이 집에 넘쳐나기 시작했다. 그 당시는 그건 무슨 용도인지도 모르고 그냥 .. 더보기
기술관료제 혹은 기술 지배 체제에 관하여 요즘 다시 관심을 가지고 읽고 있는 글들이 있다. “기술관료제” 혹은 “기술 지배 체제”에 대한 글들이다. 서구에서는 이미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논의가 휩쓸고 지나간 주제이다. 문헌들을 살펴보면 대충 그 정도 시기에 출판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남조선에서도 2000년대 중·후반에 논의가 활발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호기심에서 아는 것도 없으면서 괜히 나도 기웃거리기도 했고. 그 당시에는 남조선 상황과 딱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사회 자체가 이렇게 변형되겠구나 싶기는 했었다. 그러다가 최근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서 “기술관료제” 혹은 “기술 지배 체제”가 이미 사회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았지만, 이제 그 폐해를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본격적이라는 말을 어떻.. 더보기
플라톤의 『국가·정체(政體)』와 Man of Steel(맨 오브 스틸) 플라톤이 저술한 철학서이자 정치학 교과서 중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회자되는 『국가』라는 책이 있다. 고전이라는 것이 늘 그렇지만 누구나 이야기 하지만 누구도 읽지 않는 책 중에 하나가 바로 플라톤의 이 책이다. 한 후배의 말에 의하면 자신도 이 책을 읽지 않았고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아 헌책방에 판매하려고 했지만 헌책방에서마저 거부 당했다고 하는데, 이유인즉슨 이 헌책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어쨌든 플라톤은 국가의 기원을 논하는데, 국가의 기원을 인간의 필요성에서 찾고 있다. 즉 인간은 아무도 자기 스스로 자족하지 못하고 많은 것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서로의 필요한 것들을 위해서 도움과 협력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 해놓고 보면 꼭 생각나는게 “로빈슨 크루소”의 동화같은 책이다.하여간 이러.. 더보기
미술에 대한 열등감과 무제약적 앎의 의지 ​ 이건 사실 내가 다녔던 국중고딩 시절 교육 정책의 실패로 읽히는데, 음악과 미술의 고전은 서양의 것과 등가 관계였다. 한국 혹은 동양의 음악과 미술은 한구퉁이에 찌그마하게 부록처럼 달려 있는게 고작이었다. 지금이야 오리엔탈리즘이네 뭐네 할 수 있지만 그 나이 때 뭘 알아겠나, 그저 그러니 그런가보다 했고 서양의 것들이 사실 뭐가 있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었고. 그러나 문제는 이게 한국이나 동양 그리고 서양의 것들은 막론하고 뭔가를 즐기고 향유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그저 교과서에 나오니 보고 공부하는 수준이었지 미술 작품들을 보거나 음악을 듣는다는 게 쉬운게 아니었다. 음악은 그나마 라디오가 있어서 뭐라도 들을 수 있었지만 미술 작품들은 정말 교과서가 다였다. 거기에 가난한 도시 달동네 출신에 몸.. 더보기
cuncta fluunt ​ 드디어 ‘오비디우스’의 를 완독했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20세기 후반에 ‘제2의 오비디우스 시대’가 도래했다고 하는데, 그러고도 남을 작품이다. 그 이전 그리스 문학의 정점에 있었던 선배 문인들인, ‘호메로스’와 ‘그리스 3대 비극 작가들’과 견주어도 조금도 손색이 없다. 아니 그들의 영향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영웅들의 전투장면은 호메로스가 환생한듯 했고, 인간의 심리를 다루는 장면은 그리스 비극 작가들의 부활을 보는듯 했다. 그나저나 그리스 고전을 호메로스부터 거의 시간 순으로 읽어오니 정말 보이는게 다르다. 그렇게 읽어오지 못했다면 호메로스의 환생이니 그리스 비극 작가들의 부활이니, 이런 수사를 감히 쓰지도 못했을 텐데 말이다. 문학의 전승과 창조적 변주가 보인다. 마음이 뿌듯하다. 뎅장... 더보기